대학원생은 스승의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5월 15일 스승의 날이 곧 다가온다. 상당수의 대학원생들에게 이 날은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날일 것이다. 일단 모두에게 지도교수가 있고, 그밖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해야 할 이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날이 스승에 대한 감사를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날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그런 날로, 아니면 어떤 이들에게는 돈과 시간이 무의미하게 나가야하는 몹시 피하고 싶은 날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스승의 날을 생각하고 있을까?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스승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을까? 혹 학과나 계열별로 스승의 날 행사방식에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 본지에서는 각기 상이한 계열에서 공부하고 있는 몇몇 원우들을 만나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원우들의 이름은 익명으로, 소속은 학과를 밝히지 않고 다만 인문, 정경, 사범, 이학, 공학계열로 나누어서 이들과의 대화를 게재한다.    


스승의 날 행사는 주로 지도교수별 학생모임으로 진행.
지도교수에 따라 행사 성격은 상이해.
1인당 1~5만원 정도의 회비를 지출.


인문계 석사를 졸업한 A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B를 만나 스승의 날 행사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학과차원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없고, 각 지도교수별로 모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B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학생입장에서야 ‘스승의 날’이라는 것이 있는 이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름 제도화가 되어 있어서 편한 점이 많아요. 만약 개인적으로 해결을 하면 시간 약속 잡기도 어렵고 타인과 선물비교도 되고 해서 좋지 않죠. 물론 지금도 모여서 하는 것으로는 성이 안차는지 개별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개별적으로 어필할 일이 있나보죠.”

A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제 주변 어떤 분들은 비용문제나 교수와의 불화로 행사에 매우 비판적이기도 했었어요. 뭐 간단히 말하면 ‘돈도 없는 대학원생이 왜 별도로 돈을 내서 해준 거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 주냐’는 거죠. 무임금으로 일해준 것만으로 충분하다면서요. 그런데 사실 그런 분은 학생들 중 소수죠. 그리고 설령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행동에 옮기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요. 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스승의 날 행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두 원우에게 행사비용으로 1인당 얼마정도 지출하는지를 물었다. 그들은 2~3만원인 경우가 보통이고, 교수가 엄격히 행사를 규제하거나 학생들이 많은 교수의 경우 1인당 비용이 1만원까지 떨어진다고 밝혔다.      

정경대 박사과정 원우들 C와 D의 이야기도 인문계 원우들의 이야기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자 소속 학과 모두 학과차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고, 지도교수별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 행사에 대한 생각을 묻자 C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뭐 개인적으로 이런 모임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요, 이 모임에 대한 부담을 느껴본 적도 없어요. 사실 스승의 날 모임은 모임의 성격과 내용이 지도교수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어떤 교수는 학생들에게 부담되고 면구스럽다고 이런 모임자체를 기피하거나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어떤 교수는 이런 행사를 상당히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의 반응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지도교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은 경우도 많지는 않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대부분이야 이런 날이 있으니까 혹은 관성대로 참석하는 것이겠지만요.”


따로 개별적으로 만나지 않고,
선물비교 당할 일 없고,
비용도 적게 들어서 제도화된 행사가 좋아


원우D는 C의 말을 듣더니 다음과 같은 의견을 덧붙였다. “저는 스승의 날 행사가 지도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같은 지도교수를 둔 학생들 간의 소식도 듣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도교수가 같아도 우리가 자주 모이거나 그러기는 어려운데요, 이런 모임을 통해서 자연스레 선후배들 안부도 주고받고 할 수 있죠.” C는 D의 말에 동의한다며, 아무래도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가 선후배간 모임의 장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고 지적했다.

사대의 석사 졸업한 E의 이야기도 문대나 정경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승의 날 행사 방식이나 진행과정도 다른 단과대와 큰 틀에서는 매우 유사했다. 각 지도교수의 학생들 차원에서 행사가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돈을 각출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같았다. 1인당 지출비용도 정경대나 사대모두 1~3만원이었고, 이것은 저녁식사를 하는 장소와 지도교수별 학생 수에 따라 그때그때 조정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개인이라면 부담이 되었을 스승의 날이 이처럼 집단이 제도화해서 행사를 치르니 부담이 크게 경감되어서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과대 박사를 졸업한 F는 스승의 날 행사라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고 선물 사 드리고 회식하는 것 정도라고 했다. “우선 저희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스승의 날 행사를 개최합니다. 교수님이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행사라고 말했지만 사실 거창한 것은 없구요. 교수님 연구실에 선물 사 들고 찾아가서 덕담 듣고 함께 나가서 식사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선물은 어떤 것을 드리고 돈은 어느 정도 걷는지도 물어보았다. “저희는 건강식 중심으로 홍삼, 꿀단지 같은 것을 주로 드렸습니다. 다른 젊은 교수님 제자들은 향수나 아니면 약간 재치 있게 목욕가운을 드린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희는 스승의 날 선물을 위해 돈을 걷는 것이 석사 3만원, 박사 5만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F는 스승의 날 행사가 편하고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3만원 5만원이 분명히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습니다.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챙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저희가 없앨 수 있는 날도 아닌 것 같구요. 다른 연구실은 홈커밍데이 형식으로 크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저희는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가볍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졸업생을 비롯한 선후배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장점
다른 목적성을 띤 모임으로 변질되는 것은 잘못


공과대 석사를 졸업한 G에게도 물어보았다. 졸업생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스승의 날 행사가 제법 크게 치러진다고 그는 대답했다. “저희는 강남에 식당을 예약하거나 인촌기념관에 출장뷔페를 불러 스승의 날 행사를 합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같은 날에 시간을 잡아서요. 식사하고 보통 2차로 술도 한 잔씩 합니다. 저희는 졸업생들도 참가하기 때문에 행사규모가 제법 큰 편입니다. 재학생에 졸업생까지 포함해서 다 참가하면 50명 정도가 모입니다. 물론 졸업생들이 의무적으로 모두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회비는 3만원 정도 걷습니다.”

F와 달리 G의 지도교수는 스승의 날 행사를 부담스러워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했다. “저희 지도교수님은 스승의 날 행사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 입장에서는 졸업생들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러시는 것 같아요. 사실 졸업생 입장에서도 교수님을 따로 만나는 것보다는 이럴 때 찾아뵙는 게 덜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재학생들은 거의 강제로 참가하지만, 졸업생에게 스승의 날 행사 참가는 강제가 아니라서 그들에게도 행사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데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었다. “저희는 아무래도 졸업생들까지 함께 모임을 하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합니다.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죠. 졸업생들이 전화를 불성실하게 받기도 하거든요.” G는 또한 스승의 날 행사가 간혹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지난번에 단과대 건물을 새로 지었는데요. 당시에 스승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건물 신축 관련 기부금을 걷는 분위기가 조장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건 짜증났죠. 하지만 항상 그런 식으로 다른 목적성이 섞였던 것은 아닙니다. 스승의 날 행사 자체가 나쁘다거나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행사가 있는 덕분에 교수님뿐만 아니라 연구실 동료와 선후배들을 한 번 더 만나는 거니까요. 그런 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공 계열별로 대상을 나눠서 진행한 이번 인터뷰에서 나타난 바는 원우들이 대체로 스승의 날 행사 자체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행사에 장점이 있고 이미 ‘스승의 날’이라는 날짜가 박혀 있는 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원우들의 주된 견해였다. 물론 다른 목적성을 띤 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제자들이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스승이 제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볼 때 스승의 날 행사는 무시하지 못할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인터뷰 : 편집위원회
정리 : 박성태 기자 clsrnofu@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07:2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