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에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실종자들의 구호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자식들이 아직까지 차갑고 매서운 바다 속에 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생각하기도 어렵다. 주검으로 돌아온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 그들의 가족이 또 그러하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다. 시적 감수성이 뛰어난 한 도지사는 SNS에 감상적인 시를 써 올렸다. 유력한 서울시장의 후보의 아들은 선진시민의식의 입장에 서 국민들이 미개하다고 했다. 할 말은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어떤 애국주의자는 이 사건이 ‘시체장사’이며, ‘제2의 5·18 폭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배지를 단 여당의 최고위원은 이 사건 이후로 전개될 북괴의 지령에 의해 전개될 ‘남한 정부 전복 음모’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꽤 많은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려 애썼다. 이들에게 유가족의 심정은 안중에 도 없다. 전부 미치광이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을 두고 사과 발언을 했다. 사건 발생 후 보름 만의 유감표시였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였고, 그것도 대국민담화 형식이 아닌 국무회의라는 비공개 자리였다.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유가족들의 얼굴을 향하지도 않고, 일어선 상태도 아닌 청와대의 의자에 앉아서 죄송하다고 했다. 마치 사과할 테니 받으라는 포즈 같았다. 과연 대통령에게 사과의 진정성이 있는지, 그 사과에 걸맞은 정부차원의 노력이 수반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고의 수습과정을 보면, 정부가 재난에 대한 안전매뉴얼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노무현정부 때 수립된 재난대비 매뉴얼과 조직은 이명박정부 때 파기되고 해체된 채 박근혜정부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늑장 대응을 했고 관계부처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동안 젊은 영혼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죽어갔다.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부에 막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정자들은 그럼에도 지극히 몰상식한 언행으로 이 비극을 더욱 심화시킨다. 신라 때 경덕왕은 나라가 위험에 빠지자 충담사를 시켜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백성들이 부르도록 하였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본분의 역할을 다하라는 노래였다. 그러면 백성들이 “이 땅을 버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겠습니까”라는 나라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여기는 임금과 신하가 자신의 본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묻고 싶다. 국가는 이런 재난에 국민을 보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말이다. 우리는 지금의 비극을 극복하자고 말하면 안 된다. 유가족에게 위로와 격려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지금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은 국가와 위정자들의 존재에 대해 냉정한 의문을 던지는 일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08: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