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교수에게 권력을 주었는가


관계맺음은 평생의 숙제 같다. 이는 공유하는 정서, 목적, 문화, 개인속성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변하고 조직에 따라 상이하고 세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일지 모른다. 아마도 대학원생으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관계는 교수와의 관계 그리고 선후배, 동기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동기나 선후배 관계는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어느 집단에 가나 보편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것, 즉 교수-학생 관계가 아닐까 싶다. 학생입장에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곤 하는 존재는 바로 지도교수.

지도교수와의 관계는 다양하다. 정말 고마운 스승이 되기도 하고, 서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존재가 되기도 하고, 길에서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릴 때도 있다. 존경하는 스승,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로 관계를 맺는 것에 성공하는 것은 대학원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이다. ‘어느 교수 밑에서 공부하느냐’ 혹은 ‘어느 교수 밑에 있느냐’ 라는 표현을 종종 접하곤 한다. 밑에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가 아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 이외의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교수는 대학원생의 수업 외에 졸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논문지도와 논문심사, 경제적인 부분 그리고 대학원 생활에서의 크고 작은 지원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으로서의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 권력자라고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이 특정한 기준을 통해 등수와 점수를 매긴 후 공식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수들을 권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다보니 대학원생들은 이제 교수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사실 교수에게 인정받는다고 일확천금이나 금은보화를 얻는 것도 아니고, 또한 큰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공부를 하기보다는, 단지 교수에게 잘 보여서 인정을 받는데 모든 초점을 두는 이도 보게 된다.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학생들인 것이다.  

학생들이 교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서로서로 눈에 띄고자 경쟁을 시작하면 서로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드러나고 이중성을 들킨다. A라는 학생에 대해 교수는 성실하다고 매우 높게 평가하는데, 주변 학생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 아마도 A의 이중성을 주변 이들은 알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충성경쟁이 본격화되면 이 과정에서 교수에게 새로운 권력이 생겨나고 강화된다. 원래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수의 권한에 더해져서 우리가 부여하고 우리가 강화시킨 권력을 교수는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대학원생에게 교수는 영원한 절대 권력자로 느껴진다. 교수-학생 사이에서 토론이 사라지고 이견이 사라지고 눈치와 아부와 복종이 판을 치게 된다. 정치드라마의 흔한 한 장면처럼 말이다. 선수의 역량이 아니라 심판의 역량으로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학생 본연의 목표인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받는 대학원 생활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쩌면 건강한 관계맺음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모적인 인정투쟁으로 스스로 막강한 권력자를 만들어 거기에 종속되는 어리석은 모습은 사라져야 할 문화가 아닐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4: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