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적 살처분’ 꼭 필요한가  

최은영 기자


지난 1월 고창에서 조류 독감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약 1100만 마리 이상의 닭·오리들이 살처분되었다. 조류독감이 처음 발생된 2003년 이후의 최대 규모의 살처분이었다. 지난 10년간 조류 독감은 2-3년을 주기로 반복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약 35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살처분되었다. 살처분은 주로 동물을 자루에 담아서 땅속에 묻거나, 그대로 묻어버리는 생매장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 10조와 ‘가축전염병예방법’, ‘AI긴급행동지침’ 등이 닭과 오리를 CO2 가스 등을 통해 안락사 시킨 뒤 매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묻지마 살처분’ 과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제동물보건기구’(OIE)가 조류독감 발생농가 반경 500m내에서 선택적 살처분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조류독감 발생농가 반경 3km 지역 내의 모든 조류를 살처분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가축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정부의 이같은 예방적 살처분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비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한다. 조류독감 확산의 주범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새끼 오리와 병아리의 불법 반출과 조류독감 발생현장을 드나드는 방역차량, 사료차량, 농가지역을 출입하는 사람들에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조류독감의 발생 원인을 야생철새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에 따르면 야생조류에게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된 사례가 없으며, 올해 한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가금류에게로부터 야생철새에게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농장동물복지단체’ 또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공장식 밀집사육과 케이지 사육을 지목하고 있다. 대책위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닭과 오리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저병원성이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쉽게 변이되도록 한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조류독감이 2000년대에 들어와 정부주도로 독립적인 축산농민이 사라지고, 공장식 밀집 축산과 대규모축산으로 산업이 급격하게 구조조정이 되면서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부는 동물사육 환경에 대한 단 한 건의 조사도 행하지 않았으며, 어떤 행정 조치를 취한 적도 없다.  

‘예방적 살처분’ 만으로는 조류독감을 막을 수 없다. 동물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질병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7:4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