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현장을 방문하다


지난 3월, 대학가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술렁였다. 교내 곳곳에 색색의 항의 대자보들이 붙었고, 거꾸로 세워진 빗자루가 건물 입구에 세워져 있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들이 붙었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술렁임이 3월의 캠퍼스를 메웠다.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 3월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예고하며 시작되었다. 3월3일 고려대와 경희대가 파업에 돌입했고, 12일 덕성여대, 동덕여대, 연세대 등 다른 학교로 확산됐다. 본지는 파업 현장을 방문해 본교 청소·주차관리 노동자들을 만났다.


토요근무 · 연장근무 폐지하며 임금 삭감

3월10일 월요일 오전11시, 파업 8일차를 맞은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날은 화창했다. 먼저 본교 중앙광장에 설치된 파란색 천막을 찾았다. “노동자도 사람이다”라는 구호가 새겨진 텐트였다. 텐트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이 없었다. 길을 지나가던 청소노동자 두 분이 청소·주차관리 노동자들이 인촌기념관 앞에서 집회 중이라고 했다. 농성장은 본관 안에 설치되어 있었다.

인촌기념관 앞에는 ‘임금인상’ 빨간색 조끼를 두른 조합원 6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조합원 대표로 확성기로 외치는 참가자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베어 나왔다. 인촌기념관 분수대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격양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학교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교직원 몇몇 사람이 식사를 하러 기념관에서 나왔다.

12시경이 되자 청소노동자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본관으로 모여들었다. 본관에 들어서자 벽 여기저기에 대자보와 농성 관련 지침들이 붙어 있었다. 한쪽 복도에서는 밥솥과 버너 등이 놓여 있었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본관으로 들어선 기자들에게 청소 노동자 한 분이 커피를 권했다.

본관 1층의 좁은 복도에 조합원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1층 복도에 기대 앉아 있는 청소노동자 한 분에게 파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물었다. 청소노동자 A씨는 용역업체 CN/S에서 임의적으로 임금을 삭감했다고 항변했다.

“2014년 1월1일 이후로 토요일 근무가 폐지되며 임금이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가 줄어들었어요. 토요일 근무를 폐지하며 주중에 하던 연장근무 2시간까지도 폐지해버리고요. 원래 저희 임금이 다 합하면 120만원 정도인데, 100만원으로 줄어버린 거예요. 하지만 토요일 근무가 없어지면 주중에는 노동량이 오히려 늘어나서 훨씬 힘들어져요. 게다가 기자님들도 아시겠지만, 집에서 자식들 키우는 사람들한테 15만원에서 20만원이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에요. 그 돈이 비어버리니까 사는게 너무 힘들어지는 거죠.”



본관 찬 바닥에서 밤새워 농성

파업 농성 준비는 조별로 진행되었다. 3월3일 월요일에 시작한 후 한 주간은 총무처에 항의를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총장과 총무처장은 한 차례도 본관에 방문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3월3일부터 한 주간은 총무처에서 항의했다. 하지만 토요일, 일요일 노동자들이 농성장을 비운 사이에 근무 장소를 옮기고 문도 잠궈 놓았다. “각 건물별로 1명 혹은 2명씩 농성장에 나와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교대를 하고요. 농성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도시락을 싸와서 밥을 먹어요. 돌아가면서 밤샘 근무를 하고요.”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청소노동자 A씨는 학교 측에서 노동자들이 밤샘 농성을 하는 동안 2층 복도의 양쪽 창문을 일부러 열어놨다고 했다. “찬 바닥에서 누워서 자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게다가 지난 주에는 음식 냄새가 난다면서 학교에서 2층 복도 양쪽 창문을 열어놨어요. 지난 번 파업 때는 그래도 학교에서 난방도 틀어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정말 너무해요. 기본적인 인격적인 대우조차 안 해주는 거죠.”



대자보 쓰며 자기 속에 있는 말들 털어놔

이번 청소·주차관리 노동자들의 시위는 자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색도화지 대자보와 빗자루 대자보 등 다채로운 방식의 시위가 등장했다. 서경지부 고려대분회장 홍은숙 씨는 청소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대략적인 파업 지침을 내려주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농성 계획은 본교의 청소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이끌어나갔다고 말했다.

“지부에서는 대략적인 것들만 알려주고 구체적인 계획은 우리가 했어요. 각 부에 속한 사람들에게 알아서 쓰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자기 속에 있는 말을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스스로 우러 나와서 한 말을 친필로 써서 붙이니 문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도 마음을 적어서 붙이고 나니 더 와닿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농성장의 노동자 한 분이 직접 끓인 된장국과 갓 지은 밥을 기자들에게 권했다. 한쪽 벽면에는 학생들의 응원 메시지도 붙어 있었다. 이들은 농성을 하면서 학생들이 보내는 지지와 격려가 아주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어디서 투쟁을 하는지 언제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점점 더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요. 꾸준히 연락하는 학생들도 있고요. 함께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불어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총파업 집회에서 우리 학교 학생 한 명이 나와서 우리들 등록금 10,000원을 인상해도 괜찮으니 차라리 청소노동자 분들 임금을 10,000원 인상 해달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너무나 가슴 아픔 이야기에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 조합원들이 전부 눈시울을 붉혔어요.”



‘세계 여성의 날’ 행사 참가해 다같이 합창

파업 중인 본교의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3월8일 보신각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전국 대학가 청소노동자의 대다수가 50대에서 60대의 여성이다. 3월8일 오후2시, 종로 보신각에서 개최된 ‘106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3.8여성노동자대회’에는 700여 명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본교의 청소노동자 20명도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는 서울, 대전에서 부산, 광주까지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온 팀도 있고요. 저희는 이번에 나가서 합창을 했어요. <있을 때 잘해>, <안동역> 이렇게 두 곡을 불렀어요. 원래 1곡을 부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2곡을 불렀고, 앵콜까지 받아서 노래를 했죠. 아주 히트를 쳤어요. 노래에 메시지를 담아야 하니까 가사를 개사해서 불렀어요. 같이 연대하자는 의미도 담고 싶었어요.”

본관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피곤하지만 확신에 차 보였다.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참가한 기억을 회상하는 청소노동자 B씨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흥분이 베어나왔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7:5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