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명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부지부장
홍은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분회장



우리도 동등한 인간이다


고려대학교에는 청소와 주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고려대 분회에 소속된 이들은 지난 3월 3일부터 13일까지 파업을 진행했다. 시급에 관한 협상은 6,200원에서 타결되어 현재 청소·주차 노동자들은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협상이 끝났다 하여 학내 비정규직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본지에서는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윤명숙 부지부장과 홍은숙 분회장을 만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보았다. 그녀들은 먼저 원청인 학교와의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파업을 진행하는 동안 총장님은 물론이고 실권을 지닌 담당자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파업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니 총무처 문도 닫혔습니다. 학교는 끝까지 용역업체를 통해 우리들을 고용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들을 기만한 것입니다. 집단교섭은 올해로 4년차인데 올해처럼 학교 측에서 우리 조합원들에게 독하게 대했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합법적으로 신고하고 파업을 진행했으나 학교는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교는 용역업체와 계약했고 용역업체는 청소·주차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학교가 청소·주차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과 고용안정성의 확보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윤명숙 부지부장과 홍은숙 분회장은 학교 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았으며 책임 있는 자세도 보여주지 않았음에 분노했다. 또한 그녀들은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일하고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명숙 부지부장과 홍은숙 분회장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학교의 총장이든 청소를 하는 노동자든 동등한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일하는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임금인상이라기보다 노동권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목욕탕에 가서 다 벗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총장님이든 우리든 다를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겠다고 사용자들과 만나면 우리는 고개를 숙이면서 상대방 말을 듣는데, 그들은 마치 우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윗사람인 마냥 허리를 뒤로 젖히고 의자 깊숙이 앉아서는 우리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그럴 때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명문대고 민족고대고 자유, 정의, 진리를 말하는 학교에서 이토록 무시당할 때마다 명문이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총장님도 취임하실 때 이웃사랑을 강조하셨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요?”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인 대학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거창하고 먼 일처럼 보인다. 학교 측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한 윤명숙 부지부장과 홍은숙 분회장은 반면 학생들에게는 고마움을 표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저희들에게 참 따뜻하게 대해줬습니다. 한 학생은 자신이 등록금 만 원을 더 낼 테니 그 돈으로 우리들에게 임금을 더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그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파업 때 여러 학생들이 지지 내용의 글을 써서 본관에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박성태 기자. clsrnofu@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8: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