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대학생들이 개강한 3월 첫 주 성북구 안암동 B아파트.

아파트 현관의 생활 게시판에는 ‘현 고려대 재학생 일대일 책임지도, 맞춤과외로 고.중등부 수학, 과학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 있는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과외 구직 홍보물이 개인 전화번호와 함께 게시돼 있다.  

또 생활정보지나 여러 과외사이트에는 본교재학증명을 포함해 학과는 물론

과외경험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과외교사 자리를 구하려는 대학생들의 광고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학과공부만으로도 바쁠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과외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이렇듯 전전긍긍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학생 과외, 필수불가결의 선택.-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과외(課外)를 엄격히 금지했다. 중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과외수업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재학생은 학원 수강도 일절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과외 금지 조치는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에게 큰 타격이었다. 가난한 지방 출신의 서울 유학생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부잣집에 입주해 아이를 가르치면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과외 금지 조치로 이런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몰래바이트는 계속됐고 1989년 2월 2일 문교부가 대학생의 과외 허용을 담은 정부방침을 밝혔다. 대학생의 학비마련이라는 차원에서 대학생의 과외만은 허용한 것이다.
 

이렇듯 1989년 다시 과외가 허용된 이후 점점 늘어난 대학생 과외는 최근에 경제 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비싼 학비와 용돈 등을 벌기 위해 대학생들이

특히 선호하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서울 소재 남녀 대학생 101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21명)가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도 11.2%(114명)나 됐다.
용돈을 ‘스스로 번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에 달했다. 그 중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역시 과외다. 과외는 시간 대비 급여가 세고 시간조정도 쉬워 많은 학생이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외 등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주선해주고 있는 인터넷 A사이트의 경우 평소 하루평균 60건 정도이던 구직신청이 최근에는 100건 이상씩 접수되고 있다.

이렇듯 최근 경제위기에 따라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대학생 과외 아르바이트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과외 알선업체의 횡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문제다.

-일하고도 80% 수수료 떼이는 대학생들.-

최근 과외소개수수료를 80%나 떼고, 학부모에게는 과외교사를 바꾸라고 하여 브로커의 주머니만 챙기는 과외 알선업체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재학생 김초원(22)양은 “주위에도 과외업체 때문에 분통 터져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요새는 과외수수료가 사실 80%면 차라리 나은 수준에 속하는 편이며, 요즘은 과외를 소개시켜주고 처음 하는 달에는 100%를 다 가져가는 업체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본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함**양(21)은 지난해 12월 과외 알선 사이트를 통해 학생을 소개받았다. 수수료로 첫달 과외비의 70%를 주는 조건이었다.

함**양은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얘기했지만, 업체 측은 학생들을 꾸준히 관리하려면 그 정도의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달만 버티면 매달 3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양은 업체와 계약을 했다.

한달이 되어 과외비를 받는 날, 업체 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학생 집에 동행하자고 했으며 함**양과 함께 학생집에 방문했다. 그리고 업체 측 사람은 부모에게 30만원의 과외비를 받은 후 함**양에게 9만원만 건네주고는 그냥 돌아갔다. 부모와 상담하러 온 게 아니라 수수료를 떼일까 봐 수수료를 ‘직접 받으러’ 온 것이다. 더욱이 몇일 후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학생이 과외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을 상대로 ‘폭탄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과외 알선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첫 달 과외비의 60∼70%를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이며 첫 달 과외비의 100%를 가져가는 곳도 있다. 이렇듯 수수료는 비싸지만 대부분의 대학생과외의 경우 과외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고 한 두달 하다가 이유없이 “짤리기”일쑤다.

또 과외비를 받은 후 수수료를 입금하지 않으면 업체의 온갖 협박에 시달린다는 것이 많은 학생들의 증언이다. 날짜를 어길 경우 마치 연체료처럼 수수료가 올라가며 아무 때고 전화를 걸어 협박 또는 욕설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과외연결업체 관계자는

“과외 알선 업체로부터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을 경우 계약조건과 과외 알선비 등을 정확히 따져 봐야 한다”며 “적은 수수료를 받고 건전하게 영업하는 알선업체도 많은 만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요보다 큰 공급 - 대학생 과외 아르바이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위 사례와 같이 대학생들이 일을 해주고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과외시장은 과외를 필요로 하는 학생보다 과외선생이 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3배이상 많다.

수요보다 공급시장이 너무 큰 것이 가장 문제다.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 알바몬이 지난달 2주간 게재된 아르바이트 건수를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8% 적은 6만여 건이었다. 반면 신규 등록된 이력서 수는 전년 대비 38%나 늘었다.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일자리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자꾸만 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과외비를 크게 낮추며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지만 실제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 과외비를 최근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춘 강모양(24)은 “과외비가 비싸다며 낮춰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그래도 과외학생 한명이라도 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한 연회비, 결국 소용없어-

이처럼 과외중개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착취가 문제가 되자, 업체들은 수수료를0원도 받지 않는다고 홍보하는 대신 가입비를 2~3만원으로 지정해 연회비의 형태로 받고 있다. 이 같은 가입형 과외중개업체의 경우 가입하지 않으면

홈페이지에 등록된 과외학생을 연락하거나 연락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형태를 띄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입형 과외중개업체의 경우 한달을 기다려도 과외를 구하기 어렵기에 많은 학생들이 환불을 요구하지만 업체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설득하며 가입비를 돌려주지 않는다.

대학생 최 모(26)씨는 연회비 3만원을 선불로 내면 과외 배정을 빨리 해주겠다는 업체의 말을 믿고 연회비를 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최 씨는 “과외 알선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시범과외만 벌써 몇 번째?-

'시범과외'. 과외 선생이 무료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의 특정 부분을 가르쳐 주고 교습 여부를 결정하는 행위 전체를 말한다. 과외를 받으려는 측에서는 실력을 알아보는 절차로서 이 과정을 선호한다.

그런데 과외 업계에서는 이런 과정을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얌체족' 이 전체의 10~2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계속 다른 대학생 과외선생으로부터 시범과외만을 받고 정식과외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얌체 수법 탓에 대학생 과외 선생들이 금전적 시간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비를 들여 전역에 시범과외를 다니는데, 10여회 이상 퇴짜를 맞으면 결국 과외를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시범과외만 12건 했다는 김윤하(21)씨는 "학비에 보태기 위해 과외 자리를 알아봤는데 시간과 에너지, 차비만 날렸다"며 "나중에 업체를 통해 해당 학생이 시범과외만 받는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이외에도 방문과외의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위험요소다. 과외중개업체의 소개로 시범과외를 하러 오는 여대생을 노려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연락처를 남기는 성인들이 속속 발견된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취업난으로 인해 과외시장에 뛰어드는 직장인들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과외자리를 잃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과외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대학생과 직장인 사이에 ‘과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 과외강사는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대세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30대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외를 받는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직장인 과외강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대학생들이 점점 과외자리를 잃고 있는 추세다.

<본교 재학생9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과외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과외를 구하고자 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과외를 구할 수 있다는 싸이트에 한번쯤 가입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외를 구하기도 전에

비싼 연회비를 내야하고 과외 연락이 오더라도 수수료사기를 당하거나,시범과외만 여러 번 돌고 사기 당하는 대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싼 등록금은 대야하고위와 같은 과외업체의 부당한 수수료 요구와 대우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법적으로 딱히 대처하기는 어렵다. 대학생들이 과외와 관련해 피해를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외업체의 터무니없는 수수료,

계약조건으로 취한 수법을 미리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