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은 수료해도 매학기 학교에 돈을 내고 등록해라


올해 1학기부터 “수료연구생” 제도가 시행된다. 대상은 대학원 수료예정자 및 기 수료자 전체다. 본교는 대학원생의 신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수료연구생 제도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에게 수료 이후에도 국책사업과 연구활동의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연구장려 장학금을 지급하며, 논문지도의 연속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료연구생 제도는 국내 주요대학의 수료생 등록기준과 부합하므로 시행의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수료연구생 제도는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수료한 대학원생들에게까지 등록금을 더 걷기 위해 학교 측이 급조한 정책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 이유는 수료연구생 제도의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확실히 드러난다.


이전에 없었던 수료생의 등록금 부담 신설

우선 대학원생들은 수료 이후에도 등록금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기존의 대학원생들은 수료 이후에는 학위청구등록금 명목으로 계절별 수업료의 7%를 단 한 번만 내고 있었다. 그러나 본 제도의 시행 이후부터 대학원생들은 학위청구등록금 이외에 수료연구등록금이라는 명목의 등록금을 매학기 추가로 더 내야 한다. 액수는 계절별 수업료의 2%인데, 전공별로 다르겠지만 대체로 10만원에 가깝거나 혹은 그것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평균적으로 대학원생들의 학위취득기간은 대략 석사는 2~3년, 박사는 약 5년 정도가 걸린다고들 한다. 석사수료생으로서 약 1년, 박사수료생으로 약 3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원생은 논문작성 과정에서 석사수료 상태로 20만원, 박사수료 상태로 약 60만원을 학교에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물론 이 80만원은 지금까지 수료생들에게 부과되지 않았던 금액이다. 적게 잡아도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는 대학원생은 지금까지보다 약 50만원을 학교에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돈을 더 낸다고 했을 때 대학원생은 기존과 다른 무슨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제도 시행 이전보다 더 큰 혜택이 주어진다고만 한다면 충분히 “수료연구생” 제도의 시행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일을 기준으로 대학원생의 여건이 나아지는 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는 수료연구등록금을 신설하면서 “수료연구생”과 “수료생”을 구분했다. 수료연구등록금을 내면 해당 학기에 일개 “수료생”이 아닌, 등록한 “수료연구생”이 되는 것이다. “수료연구생”은 “수료생”과 달리 우선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로 연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즉 BK21플러스 사업 등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셋째로 혹 학생증을 잃어버렸을 때 재발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기존의 수료한 대학원생들이 이미 누려왔던 권리들이다. 학위청구등록금 명목의 금액을 내고 수료 이후 한 번만 등록하면 되었던 대학원생들은 이미 수료한 이후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었고, BK21+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었으며, 학생증도 재발행 받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다. 다시 말하면 수료한 대학원생들이 원래 누렸던 것들을 앞으로도 그대로 누리려면 수료연구등록금 약 10만원을 매학기 학교에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권리를 볼모로 등록금을 더 걷을 명분을 만든 것이 이번 수료연구생 제도 신설의 본질인 셈이다.

학교 측은 대학원생이 수료 이후 조교임용이 제한되는 곳이 있으므로 수료연구등록금을 걷어 그들에게 연구장려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수료한 대학원생들의 돈을 걷어 수료한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학금은 외부로부터 유치해야 할 것이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마련할 것이 아니다. 생활이 어려운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을 돕는다는 공동체적 가치를 위한 것도 아닌데, 왜 수료한 학생들의 돈을 걷는 대신 장학금을 신설하겠다는 말을 학교는 하는 것인가? 이는 학교가 수료연구등록금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장학금이라는 달콤한 말로 대학원생들을 현혹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료연구등록금 앞으로 얼마나 치솟을지 몰라

수료연구등록금이 한 학기당 약 10만원이라 하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의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과거의 전력을 돌아볼 때 수료연구등록금의 액수 역시 앞으로 얼마까지 치솟을지 모를 일이다. 한 번 제도가 신설되면 그 다음에 금액을 인상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후에 지금 대학원생들의 자녀들이 혹시나 학문에 뜻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자녀들도 수료 이후 논문을 쓰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학교에서 자료를 대출하기 위해 한 학기에 100만원 이상 꼬박꼬박 학교에 수료연구등록금을 내야할지도 모른다.

본교는 이미 국내 다른 대학들 역시 수료연구생 제도를 시행해 등록금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익대, 건국대 등 여타 대학들은 이미 수료생 연구등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본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다른 학교의 정책을 통해 성실하게 배워서 창조적으로 실천한 셈이다. 그렇다면 고려대학교가 이전부터 수료한 대학원생들에게 시혜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본교 수료생들은 학위청구등록금으로 계절별 등록금의 약 7%를 일괄적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이제 그 액수로는 부족하다고 학교가 계산기를 두드린 셈이다. 학교는 수료한 대학원생들을 선택의 기로로 내몰고 있다. 매 학기마다 안 내던 등록금을 내고 지금까지 지내던 그대로 지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안 내던 돈이니 앞으로도 안 내는 대신에 학교에서 책도 못 빌리고 BK21플러스 사업에 도전도 못 하고 학생증 재발급도 못 받고 지낼 것인가.

박성태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9: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