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대학원생의 공부시간


인터뷰 후기

공부를 하러 들어온 대학원에서 공부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실


‘대학원에서의 공부시간’이라는 주제로 여러 원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기획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막연히 ‘막상 대학원에 들어와 보니, 이것저것 분주하기만 할 뿐, 당초 우리가 생각한 공부를 할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물론 개인마다 편차가 클 수도 있고, 실제로 대학원 진학할 때 생각한 만큼 공부를 충실히 잘하고 있는 원우들도 꽤 있을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러 원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른바 ‘공부시간문제’가 꽤나 유의미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이 문제는 지나가는 푸념처럼 간혹 이야기되기는 하지만, 우리의 실제 대학원 생활에 있어 적어도 몇몇 이들에게는 중차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시간이 왜 부족할까? 많은 이들이 일차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것이다. 질병이나 이른바 ‘한눈팔기’와 같은 게으름 등등의 요소들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리고 우리 주변을 돌아봤을 때 느낀 것들은 이것이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인터뷰를 읽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그것은 바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아직도(?) 받거나 돈벌이 수완이 남다른 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원우들이 이 문제 때문에 공부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에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얻으려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다보면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등록금 대출도 사실 많은 원우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극도로 불안정한 고용시장이 눈앞에 있는데, 즉 쉽게 이야기해 졸업한다고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적지 않은 돈을 선뜻 빌릴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요인 말고 또 다른 이유로 공부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뷰한 원우들이 주로 주변 사람의 이야기라며 우리에게 말해준 경우들이 그랬다. 그것이 무엇인고하니 바로 집이나 주변의 도움 혹은 본인의 남다른 수완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별로 없지만 반강제적 노동 때문에 자기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이들이 꽤 된다는 것이었다. 몇몇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수들이 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원치 않는 프로젝트 일을 하느라 자신의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대학원 현실에서 쉽게 교수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보니, 아니면 아예 의사 자체를 묻지 않고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을 당연시여기는 우리네 특유의 문화 때문에 이들은 또한 고통 받고 있었다.

몇몇 원우들은 인터뷰 말미에서 공부시간의 문제나 자신의 불안한 삶과 고단함으로 인해 대학원에 왜 진학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미 대학원 생활을 그만둔 주변이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혹 대학원 진학상담을 청해오는 후배들에게는 가급적이면 다른 길을 택하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공부에 대한 열정 때문에, 아니면 그러한 이야기는 ‘나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혹은 그것이 설령 현실이더라도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대학원에는 계속 사람들이 몰려올 테지만 말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2:3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