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빨리 특검을 수용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와 관련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런데 이 경고의 대상은 현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갖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듯하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는 지난 대선에 대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미사와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지난 대선의 불법성을 따지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말로만 해석하자면 종교계가 국민의 신뢰 저하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정국상황 판단이 이렇게 미흡한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더욱이 박창신 신부의 시국미사 강론에서 연평도 포격 발언을 트집 잡아 여당은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북 프레임은 그동안 정권의 기반이 취약할 때마다 내세운 올가미다. 남북의 대치상황을 악용하여, 비판세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 하지만 박 신부의 발언의 요지는 국가권력기관의 대선개입이 부당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연평도 발언이 문제라면, 천주교에서 이를 판단하여 신부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발언을 부풀려 시국미사와 사제단 전체를 종북 프레임으로 가둔 채 그들이 발언한 주장을 억압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정치적 발언의 자유 권한을 훼손하고 종교라는 교권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이렇게 강압적으로 막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우려스럽다. 정권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주장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되묻고 싶다. 박 대통령과 여당은 지금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고 있으니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만 따져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은 명확한 상황이다. 그리고 검찰의 부실·축소 수사의 정황도 계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니 사법부의 판단이 과연 공명정대하게 이뤄질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작금의 상황을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현 정권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공명정대한 수사뿐이고, 현재로서는 특검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정권은 지금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앞으로의 정국 운영에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부실·은폐 수사로 일관하고 ‘종북몰이’로만 이 정국을 덮어버리려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하루 빨리 박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4: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