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울어도 우리는 즐거웠다   | ||||||
| ||||||
고연전 전날부터 내린 비는 많은 이들을 걱정에 빠트렸지만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첫날 경기 중 유일한 실외경기인 야구 경기만 1시간 늦게 시작됐을 뿐 5경기 모두 무사히 마쳤다. 결과는 1승(축구) 1무(야구) 3패(농구, 빙구, 럭비)로 본교가 패했다. 고연전 첫 날 잠실야구장 관중석은 붉은 물결과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랐던 4회 말엔 잠실구장에 뱃노래가 울려 퍼졌다. 침울했던 연세대 관중석은 7회 초 동점이 되자 ‘연세여 사랑한다’를 목 놓아 부르며 다시 살아났다. 결과는 4대 4 무승부. 다 잡았던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지만 비를 맞으며 응원한 관중들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명승부였다. 경기를 보러 온 본교 야구부 문상철(사범대 사체10) 선수의 어머니 김성애 씨는 “아들이 타석에 나설 때마다 기도했다”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고대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가 끝나기도 전 농구경기가 열리는 잠실실내체육관 1층은 이미 만원이었고, 뒤늦게 온 관중들은 2층으로 향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몸을 풀자 양 팀의 응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내다 보니 응원 소리가 온 농구장을 뒤덮었다. 신나게 응원을 즐기던 김슬기(연세대 경영07) 씨는 “모두가 하나 돼 응원을 하니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67대 74로 경기가 끝났을 때 양 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눈물을 흘리며 관중들의 위로를 받는 본교 선수들의 뒤로 헹가래를 치는 연세대 선수들의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아쉬움은 눈물로 이어졌지만 눈물은 다음 고연전 승리에 대한 다짐으로 이어졌다.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열린 아이스하키는 선취골이 터지자 관중석의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교 관중석은 역전을 당한 후 조금씩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남아있던 관중들 역시 응원단의 외침에 호응하지 않았다. 반면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연세대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 뿐 아니라 관중들도 응원 때문에 아이스링크의 추위를 잊은 듯 했다. 전현정(연세대 영문07) 씨는 영문과답게 “셰익스피어가 말했다, 연대가 승리한다고”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고대는 추울지 몰라도 우린 춥지 않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때문일까? 경기는 1대 8이라는 큰 점수 차로 본교가 패했다. 첫 승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둘째 날 목동에서 열린 럭비경기 역시 20대 38로 패했다. 오전까지 쏟아진 비 때문인지 양 팀 관중석은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경기종료 후 럭비부 선수들은 응원단상에 올랐지만 관중들에게 미안했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성우 씨는 “친구가 고대생이라서 같이 왔다”며 “아시아권 럭비를 처음 접했는데 영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축구부는 고연전 마지막 경기를 3대 0으로 장식했다. 본교 관중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승리의 기쁨을 맘껏 표출했다. 첫 골이 터졌을 때 목동주경기장은 관중들의 함성으로 몸서리쳤다.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함께 고연전을 즐겼다. 교환학생교류회(KUBA) 대표 안영민(사범대 수교05) 씨는 “교환학생들은 가사와 율동을 모르지만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골과 동시에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기수 총장은 선수들의 어깨에 타고 단상위로 올랐다. 선수, 응원단, 총장, 관중 할 것 없이 모두가 어깨를 감싸고 승리의 뱃노래를 불렀다. 연세대 관중들 역시 먼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고연전을 즐겼다. 경기가 끝난 후엔 고대생과 연대생 모두 참살이길로 옮겨 와 못다 한 응원과 뒤풀이를 이어나갔다. | ||||||
wid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1:3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