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전이 다가오면 본교와 연세대는 학생들은 응원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때만 되면 어디를 응원해야할지 난처해하는 교수들이 있다. 어느 한곳에 정을 쏟기 어려운 본교 출신 연세대 교수님, 연세대 출신 본교 교수님이다.
 
아무래도 라이벌 대학에 직장을 얻다보니 교수들은 교우들을 만나면 한 소리씩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두 대학이 선의의 경쟁자라는 생각이 강해져 교우들의 농담을 가볍게 흘려듣게 되었다고 밝혔다. 본교 출신 박명림(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교우들로부터 ‘부럽다’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가끔은 ‘배신자’, ‘이단’이라는 섬뜩한 농담도 듣는다”며 “간혹 나에게 ‘회개하라’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교에 모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간혹 혼란스럽다. 연세대 출신 박지훈(미디어학부) 교수는 “연세대에선 고연전이라고 말하면 배신자라하고, 본교에선 고연전이라 말하면 스파이가 된 느낌”이라며 “교수가 되고 나서도 연세대를 비방하는 응원곡을 들으면 학부 시절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 역시 “수업시간에 ‘우리 학교가 이겨야한다’고 말했다가 학생들이 ‘우리 학교가 어딘지 분명히 하라’고 엄하게 추궁해 진땀났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교수가 된 이후 아직 정기전을 가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꼭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지훈 교수는 “고대생과 연대생이 가득 차 있는 경기장에 가면 내 자신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며 “꼭 한번 정기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 출신 이영재(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엔 연세대를 응원했지만 이젠 한 사람의 고대인으로써 가족들과 함께 정기전에 참가해 추억에 남을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두 학교에 모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은 진심으로 양교를 응원하며 정기전이라는 축제를 즐긴다.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응원하기 보다는 교우로서는 출신 대학을, 교수로서는 현재 속한 대학을 응원한다. 연세대 출신 장경준(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머리로는 고대, 가슴으로는 연대. 살로는 고대, 피로는 연대. 오른손은 고대, 왼손은 연대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양교가 우리나라 스포츠를 이끌어가는 대학으로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것을 당부하는 교수도 있었다. 연세대 출신 이준호(공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정기전의 내용이 타 대학의 경기보다 형편없으면 창피하더라”며 “‘고려대와 연세대가 경기를 펼쳤는데 역시 최고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