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민주화 투쟁 약사(略史)

40년의 긴 세월을 통해 이루어진 상지대의 투쟁은 크게 3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1기(1972~1993년)는 임시이사로 파견된 김문기가 상지대를 무상인수한 뒤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구속된 시기이며, ▲2기(1993~2010년)는 임시이사체제로 전환한 상지대가 급속히 민주대학으로 발전하는 한편, 김문기가 복귀를 위해 소송을 거는 등 물밑작업이 진행되던 시기이고 ▲마지막 3기(2010~2017년)는 사분위가 김문기 구(舊) 재단에 학교를 돌려주면서 김문기가 총장에 선임되었다가, 다시 쫓겨나며 대학이 재(再)민주화되는 시기에 해당한다.

야심찼던 김문기의 계획과 좌절

관서대의의숙(현 상지대학교)은 1955년 원홍목 선생의 사재 출연으로 원주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의 거듭된 재정난을 견디지 못했고, 1972년 권력의 비호를 받아 임시이사로 파견된 김문기에 의해 2년 만에 무상 인수된다.

19년간 상지대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족벌체제를 구축해온 김문기는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의 사정개혁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만다. 부정 편입학, 교수 채용 등을 대가로 한 금품 수수, 공정한 근거와 절차 없는 교수 해임, 이에 반발해 농성하는 학생들을 간첩으로 몬 ‘용공조작 사건’ 등, 그동안 의혹으로 묻혀버렸던 숱한 사건들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상지대는 언론에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로 호명되기 시작했으며 김문기는 구속되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민주대학으로의 발전과 걸림돌들

김문기 퇴출 후 임시이사체제로 개편된 상지대는 눈에 띄는 발전과 민주적 운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임시이사회가 김문기 세력과 그에 결탁한 교육부의 개입으로 운영상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곧 안정을 되찾았다. 이어 임시이사체제만으로는 김문기 세력의 공작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깨닫고, 소송을 통해 2004년,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자력으로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을 이룩해낸다. 정이사체제에서는 변형윤, 최장집, 박원순 등의 인사가 참여하고 강만길, 김성훈 유재천 등이 구성원들에 의해 총장으로 선출돼 부임했다.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 개선으로 상지대의 입시 경쟁률은 강원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이사 출범 후 김문기는 이사회의 결의 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이 2007년 기존 판례를 깨고 김문기의 손을 들어 주면서 정이사체제는 붕괴되고 만다. 같은 해 로스쿨 도입을 위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해 사립학교법 재개정이라는 사학법 ‘개악’이 이루어지는데, 이에 따라 신설된 사분위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본색을 드러내고 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의 학교 복귀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구 재단의 복귀와 구성원의 저항

2010년, 교육부와 사분위는 사학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김문기 구 재단 인사들이 상지대 정이사로 복귀하도록 결정했다. 복귀 후 이사회를 장악한 구 재단은 2014년 8월에는 김문기를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이 결정에 불복하고 사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내적으로는 김문기 및 구 재단과의 기나긴 투쟁을 시작한다. 상지대 총학생회는 총장실 복도를 점거하고 반대 점거농성에 들어섰고 교수협의회도 이에 가세했다.

김문기는 징계와 정학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구성원들의 반발을 잠재우려 했으나 여론과 교육부는 김문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론 약화와 교육부의 수차례에 걸친 요구에 의해 2015년 이사회는 마침내 김문기를 해임했다. 2016년 6월 23일 상지대는 ‘사분위 정상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승소함으로써 구 재단을 이사회에서 축출할 수 있게 되었다. 2017년에는 구 재단 보직을 교체하고, 교수들을 대표해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정대화 교수가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출됨으로써 상지대는 재민주화를 이루어냈다.

■ 김유동 기자 kkndyut12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