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여러 학내 단체의 야간·야외연습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학내 단체들 간의 소통창구가 없어 고파스 등 온라인에만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학내 자치단체들은 사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부족해 야외 연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매년 반복되는 논란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대학 내 소음은 대학 내의 문제
현재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소음제도 관리법상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담당 구청과 경찰서는 민원이 들어와도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학교 본부에 이를 전달해 내부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북구청 환경과 이상엽 계장은 “소음제도 관리법에 따르면 대학에서 발생하는 악기와 응원 소리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본교 구성원의 신고는 민원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계장은 “소음제도 관리법에 저촉되는 앰프를 사용해 큰 소음이 발생하거나, 인근 지역주민 등 외부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만 구청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하고 학교본부에 제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암지구대 측은 “상식에서 벗어난 상황을 제외하면 학내 구성원이 학내 공간을 이용해 활동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며 “늦은 저녁이나 새벽까지 큰 소음이 발생할 때만 출동한다”고 밝혔다. 본교 캠퍼스 폴리스 측도 “학생들의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해 과도한 소음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강제로 모임을 해산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실내 공간 부족이 주원인
학내 단체들은 실내 공간이 부족해 야외 연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생지원부에서 민주광장, 서관대강당, 4.18 대강당 등 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신청 단체보다 장소가 부족해 경쟁이 심하다. 또한, 학생지원부가 늦은 시간엔 장소를 빌려주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 대관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응원단 장익훈 부단장은 “20명에 가까운 단원들이 한 번에 훈련하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단실보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넓은 실내공간은 경쟁이 심해 불가피하게 야외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체는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환경이 좋지 않아 야외연습을 하고 있다. 문과대 풍물패 여민락의 한 구성원은 “연습공간은 있지만 연습할 만큼의 충분히 넓고, 방음과 냉방이 잘 갖춰진 실내 공간은 사실상 없어서 야외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 대표자들은 학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내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강민현 자치문제특별위원장은 “풍물패들은 대운동장이 없어진 후 마땅한 연습공간이 없어 야외연습을 하게 됐다”며 “현재 소음문제의 발생원인은 궁극적으로 학생자치공간의 부족이므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공간을 제공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연 안암총학 일상복지국장은 “자치공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권리찾기운동 등에서 학교 측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의 자율적 합의 이뤄져야”
학교 측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는 사전에 방지해 최소한으로 줄이고 학교 구성원들끼리의 자율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내공간 대관을 담당하는 학생지원부 이준규 씨는 “학생지원부는 소음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야간에는 학생들에게 연습을 자제해달라고 전달한다”고 말했다. 신지영 학생처장은 “명문화된 규칙을 정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상식적으로 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학생들을 믿고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 단체들은 학생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익훈 부단장은 “야외연습이 학우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설령 응원단이 학우들을 위한 일들이라 해도 학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응원단은 학생들의 건의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수용해 반영할 생각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범대 수학교육과 풍물패 ‘얼씨구’ 구성원인 윤홍경(사범대 수학교육15) 씨는 “풍물패원들 모두 문제인식은 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조속히 연습공간이 확충돼 학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김지현, 박선영 기자  news@kukey.com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사진캡션  | 12일 저녁 10시, 자연계 캠퍼스 애기능생활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동아리방을 사용하는 각 단체의 연습과 학생들의 야외 활동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04:4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