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작년 염재호 총장 취임 이후 지식 창출이라는 대학 교육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율과 신뢰, 책임정신이 기초가 돼야 한다며 3무(無)정책을 도입했다. 3무정책은 △절대평가 활성화 △출석확인 자율화 △무감독 시험을 말한다. 3무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3무정책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 대학 교육의 본질에도 가까운 정책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무감독 시험을 치르던 도중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이 SNS로 제보되는 등 정착단계에서 일부 문제점도 나타났다. 3무정책이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직은 시행 기반 부족
3무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작년 2학기지만, 절대평가 활성화를 제외하고 출석확인 자율화와 무감독 시험을 도입한 강의는 그리 많지 않다. 절대평가는 학과별로, 출석확인 자율화와 무감독 시험은 교수별로 시행하고 있다. 2016학년도 1학기 현재 안암캠퍼스 전체 67개 학과 중 43개 학과가 절대평가를 도입했고, 핵심교양 강의에서도 절대평가를 시행한다. 전체 5070개 강의 중 56%를 차지하는 수치다.

하지만 출석확인 자율화와 무감독 시험은 전체 강의 대비 각각 4.7%, 2.5%에서만 도입돼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현재 절대평가 활성화는 많은 지지를 받으며 시행하고 있지만, 무감독 시험과 출석확인 자율화 시행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실제 교육현장이 이전 교육의 패러다임에 갇혀 3무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학생, 교수 사이에서 평가 갈려
3무정책에 대해 교수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학생들은 3무정책을 강의실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진우(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3무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고,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미루(미디어15) 씨는 “학생들은 3무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행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활성화, 출석확인 자율화, 무감독 시험에 대한 구성원들의 평가는 항목별로 달랐다. 절대평가 활성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백진우 교수는 “수강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 강의가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학 교육의 특성상 절대평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교수의 재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 씨는 “절대평가는 성적평가에서 오히려 교수님의 자의를 더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석확인 자율화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손기영(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출석확인 자율화는 학생들로부터 자발적 학습효과의 극대화를 가져온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B 교수도 “대형 강의의 경우 출석을 부르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출석확인 자율화를 실시하면 실제 강의시간을 10분 정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설지원(보과대 보건정책14) 씨는 “출석이 자율화되면 성실성의 지표 중 하나가 없어져 성실하게 출석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무감독 시험에 대해서는 대다수 구성원이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김재중(문과대 노문11) 씨는 “무감독 시험은 부정행위를 유발하기 쉬운 제도”라고 말했다. 남호성(문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무감독 시험 시행 시 발생하는 부정행위는 다른 학생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줄 수 있어 무조건적으로 장점만 부각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인문사회계열의 교수는 “무감독 시험은 시험의 성격에 따라 해도 무방한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들이 있다”며 “시행 여부는 교수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만섭 교무처장은 “무감독 시험이 우리 학교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정행위를 하면 고려대 학생, 하나의 인격체로서 실패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시도, 하지만 더 개선돼야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변화지만 보완할 점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노중기 전국교수노조위원회 위원장은 “3무정책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모순적인 현실을 지적하는 ‘의미 있는’ 정책적 시도”라면서도 “정책 변환에 따른 대안 고등교육 내용의 제시와 이를 실현할 서구식 토론과 세미나 강좌의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3무정책이 지식 창출이라는 원래의 취지에 걸맞은 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학생은 대학에서의 성공을 ‘성적’이 아니라 지식을 배우고 창출하는 과정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가에서 찾고,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학습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지현, 심기문, 이지연 기자  news@kukey.com
그래픽 | 허윤 기자 shine@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04:2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