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상우 기자

                                                                                                                                                                                           사진 조현경 기자



평균 연령 31세, 생명과학대 대표 동아리 장수하늘소의 OB격이라고 할 수 있는 Old Jangsoo(OJ)가 2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부리그는 1부리그에 비해 기량은 모자라지만, 30여개 팀이나 출전하는 데다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팀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기 위해서 나가는 팀도 있고, 신입생들의 기량발전을 위해 팀을 쪼개서 나가는 동아리도 있다. 지금 소개하는 OJ는 장수(將帥)하늘소가 아닌 장수(長壽)하늘소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평균 연령이 높은 팀이다. 대부분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그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손발을 맞춘 그들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며 노익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들이 보여준 결승 여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2부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그들의 이야기와 2부리그가 가진 낭만을 향해 항해를 떠나보자.



#1. OJ, 그들의 첫 번째 우승 도전.

시계를 2010년 1학기로 되돌려보자. OJ는 이름에서 풍기는 포스처럼 꽤나 긴 구력을 가진 생명과학대 출신들이 함께 한 농구 동아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던 그들과 맞붙은 상대는 필자가 속한 영어교육과 농구동아리 스터번이었다. 그 때 필자의 동아리는 강했다. 동아리 역사 중 몇 안 되는 ‘소위’ 황금세대였다. 워낙 기량이 출중한 선배들이 코트에 있었는지라 결승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었고 또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우승으로 향하는 길에서 맞닥뜨린 OJ는 생각보다 강했다. 여러 차례 신경전도 벌어진 끝에 결국 OJ가 결승전 티켓을 가져갔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3-4위전으로 밀려난 스터번은 공격 본능을 발산하며 그 해 3위를 차지했다.)

OJ의 결승 상대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수학교육과 농구동아리 파라독스였다. 객관적 전력상 OJ의 우세가 점쳐진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스터번과의 준결승전에서 뛰었던 주 득점원 선수가 결승전에 불참한 것이 원인이었을까. OJ는 파라독스의 파상공세를 막지 못하며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2. 운명처럼 만난 두 팀

2013년 3월, 제 56회 교내경기가 개막했다. OJ는 의과대학 농구동아리 새턴, 문과대 농구동아리 식서스, 물리학과 농구동아리 피직스와 한 조에 속했다. 첫 경기는 우승 후보 새턴과의 경기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양팀의 치열한 공방은 전•후반으로도 모자라 1차 연장, 2차 연장까지 이어졌다. 27-30으로 뒤지고 있던 종료 15초 전, OJ의 '선수 겸 감독' 이상범이 그날 경기 유일한 득점이자 30-30을 만드는 동점 3점슛을 터뜨렸다. 하지만, 새턴의 에이스 맹원준이 2초를 남기고 45°에서 회심의 3점슛을 던졌다. 승부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새턴에겐 1승이, OJ에겐 1패가 주어졌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이 날 승부는 강렬하게 남았다. 특히, OJ에게는 이대로 승부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새턴과 OJ는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각각 조 1위와 2위 자격으로 16강에 올랐다. OJ와 새턴의 16강 상대는 각각 VOLT와 농구 중앙동아리 농연B였다. OJ는 몰수승을 거뒀고, 새턴은 힘겨운 승부 끝에 3점차로 농연B를 제치고 8강에 오르게 된다. 슬슬 손발이 맞아가는 두 팀은 8강에서 경농B와 경농C를 상대로 양 팀 모두 11점차 대승을 거둔다. 운명은 그들을 점점 고지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3. He who laughs last laughs best.

OJ와 새턴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계공학과 농구동아리 기우B와 화학과 농구동아리 화구B와 맞붙었다. 이제부터는 준결승에 진출한 4팀 중 결승으로 향하는 열망이 누가 더 강하냐의 싸움이었다. OJ는 박용준과 정상우의 활약으로 기우B를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새턴A도 역시 화구B를 접전 끝에 26-22로 승리하며 예선에서 한 차례 드라마를 만들어낸 상대와 다시 맞붙게 되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체생관, 서로를 응원하는 팀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목청껏 그들의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OJ로서는 예선에서 맞닥뜨린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새턴A로서는 첫 경기의 승리가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였다.  

1쿼터 양팀은 팽팽한 탐색전을 벌였다. 정상우(5득점)와 박용준(25득점 3점슛 1개)이 야투를 하나씩 성공시킨 OJ는 맹원준(2득점)과 김운(12득점)이 버틴 새턴에게 5-3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2쿼터에는 새턴A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운의 연속 득점과 김대연(4득점, 3점슛 1개)의 득점포로 경기를 뒤집은 새턴A은 OJ의 공격을 단 2점으로 봉쇄하며 7-1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3쿼터에는 두 팀 모두 공격의 날을 세웠다. OJ는 신균호(17득점 3점슛 3개)를 앞세운 새턴A에 한 때 8점차까지 벌어졌다. 잠시 주춤했던 OJ를 깨운건 2부리그 득점왕 박용준이었다. OJ는 박용준의 득점을 앞세워 추격했다. 비록 신균호에게 3점슛을 계속 허용하긴 했지만, OJ는 3쿼터에 12점을 올리면서 팀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4쿼터 들어 OJ는 남우현(2득점)의 야투와 최윤호(5득점, 3점슛 1개)로 추격을 시작한다. 기어코 경기를 뒤집은 OJ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30-27로 앞서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새턴A는 파울 작전을 감행했다. 하지만 쾌조의 슛감을 보이던 박용준이 자유투 2구를 모두 놓치고, 새턴A의 신균호가 2점을 만들어 1점차로 쫓아간다. 이어지는 파울작전, 박용준은 자유투 2구 중 1구만을 성공시켜 31-29, 2점차 리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어진 새턴A의 공격에서 김운의 버저비터 풋백득점이 들어가며 31-31, 경기 개시 1시간만에 다시 동점이 되었다. 운명의 승부는 정규시간만으로는 역시 모자라 보였다.

연장전에도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OJ는 지난 번과 같지 않았다. OJ는 끈끈한 수비와 더불어 연장전 전 득점을 책임진 박용준을 앞세워 차분히 경기에 임했다. 박용준은 야투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투를 차곡차곡 성공시키며 조금씩 승부를 가져갔다. 새턴A는 신균호의 자유투와 김운의 득점으로 추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OJ는 그렇게 팀 창단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OJ에게는 노장들이 주축이었던 댈러스 매버릭스가 초호화 군단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했던 2010-2011 NBA 파이널보다 더 진한 감동이었을 것이다. 새턴A에게도 이번 경기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서로 가진 1패의 무게는 달랐지만,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멋진 승부였다. 다음 학기에 열릴 제 57회 교내경기에서 어떤 팀이 웃게 될까. 벌써부터 다음 학기에 있을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된다.





결승전 경기 결과

팀
1쿼터
2쿼터
3쿼터
4쿼터
연장전
최종점수

OJ
5
2
12
12
8
39

새턴
3
7
13
8
6
37















우승팀 프로필(이름 생년 별명 소속)

이상범 1976 [감독] 생명과학 대학원 식품공학전공06 박사  

정상우 1979 [리바제왕] 분자생물학전공09 박사과정  

권영찬 1980 [교내경기 14년차슈터] 분자의과학전공07 박사  

박용준 1981 [박청춘 33세]생명과학부01졸업 학생지원부 응원단/동아리담당  

최원석 1983 [진격의원석] 고대의학전문대학원10학번 (생명과학부 03)

최윤호 1984 [거머리리딩가드] 의학생명공학11 석사졸업예정 (생명과학부 03)

김승협 생명과학06 생명과학대학원 석사과정

김경민 생명과학06 생명과학대학원 석사과정

남우현 생명과학06 학부 4학년

전영규 생명과학10 학부 3학년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5:5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