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JTBC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보도한 지 3주가 지났다. 법적 권한이 없는 개인이 경제적 이득을 꾀한 것을 넘어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 많은 국민이 분노하며 현 시국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본교 학생, 교직원, 교우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학내 곳곳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게시됐으며 교직원과 교우의 시국선언도 이뤄졌다. 학생들은 현 사태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

교직원도 시국 비판에 동참해
  학생들뿐 아니라 교직원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9일 오후 2시 ‘국정 농단을 단죄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자’는 교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시국선언문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된 모든 자의 사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요구를 골자로 한다. 송혁기(문과대 한문학과), 정병욱(민족문화연구원), 이진한(문과대 한국사학과), 김수한(문과대 사회학과) 교수가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 시국선언문을 작성했고, 1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618명의 교수가 서명했다.

  11일 오후 5시 30분, 안암병원 로비에선 고대의료원 노동자 30여 명이 모인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로비에는 ‘박근혜 하야’와 ‘투쟁’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고대의료원지부’가 주관한 이번 시국선언은 보건의료노조 홍세나 고대의료원지부장의 취지발언으로 시작됐다. 홍세나 지부장은 “의료 민영화 법안이 최순실 법안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재옥 수석부지부장은 “노동부에서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법적 효력도 없는 지침으로 통보했다”며 “이것의 배후엔 비선실세 농단을 비롯한 전경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대의료원 시국선언에는 고대의료원 노동자 1035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본교 1984년 입학 동기생의 시국선언문 ‘헌정 문란과 권력형 비리를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가 <한겨레> 지면 광고를 통해 발표됐다. 84학번 교우들은 1987년 민주화대항쟁의 소중한 경험을 간직하는 현 시대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국선언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특검 도입과 철저한 수사로 모든 책임자 처벌 △최순실 일가와 부역자들의 재산 환수 요구로 구성돼있다.


다양한 형태의 풍자와 논의도 이어져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보도된 후 학내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는 많은 글이 게시됐다. 시각화를 통해 시국을 풍자한 대자보도 있었다. ‘HEIL, CHOI SUNSIL IN DEUTSCHLAND(독일에 있는 최순실에게 경례)’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경례하는 이미지가 삽화 됐다. 말, 우주, 비행기 등의 이미지도 포함됐다.

  독립 언론 고zip은 이목구비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이미지화해 ‘이것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단 대자보를 게시했다. 고zip에서 활동하는 김범석(정경대 정외14) 씨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안 순간 ‘이미지의 배반’으로 유명한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떠올랐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민간인에게 맡긴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통령의 배반’이라고 생각해 그림을 통한 풍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문학으로 시국을 풍자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을 차용하거나 ‘박공주헌정시’를 제목으로 한 한시 등이 있었다.

  시국 비판을 넘어 향후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9일 재학생 위서현(문과대 언어10) 씨의 주도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학생들 간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위서현 씨가 박원순 시장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성사됐다. 위서현 씨는 “현 사태에 대해 학생들이 표출하는 의견을 정치인이 들어줬으면 해 박원순 시장에게 멘션을 보냈다”며 “이런 자리가 교내외에서 더욱 일상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배태영(정경대 정외12) 씨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간 이후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박 시장은 “이전에는 민중이 혁명적인 상황을 만든 후 정치인이 마무리하던 과정에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되기도 했다”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해결에 머리를 맞댄 학생들도 있다. ‘불통정권에 맞선 대학생들의 반격 Louder 실천단’은 4일과 9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How to SOLVE 최순실 게이트’를 진행했다. Louder 집행위원장인 서세영(사범대 가교13) 씨는 “현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 학교 내에서도 이뤄지길 원했다”며 “민중총궐기 이후에도 대학생의 목소리를 낼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Louder 실천단은 연설문 작성을 도움 받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박근혜씨 사퇴서 대신 써드립시다’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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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21: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