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섭 교무처장 인터뷰]

  학사운영개정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 학교 본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학생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본교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사운영규정 개정에 대한 교무처의 입장을 밝혔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현행 재수강 제도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며, 휴학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검토해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수강 개정안 취지 및 내용은
  “현 재수강 제도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어 학교 교육방향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시간을 같은 과목을 재수강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한 과목을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여러 번 듣게 되면 그만큼 다른 활동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둘째, 공정성의 문제다. 초수강 학생과 재수강 학생이 시험이나 과제에서 같이 평가되는 것은 초수강 학생에게 불공정하다. 재수강 학생은 해당 강의를 이미 들어봤기에 수업 방식이나 시험, 과제 유형 등에 익숙해 성적을 받는 데 유리하다.
재수강 개정안의 내용 중 재수강 시 최고학점이 아닌 최종학점 반영과 평점 계산 시 F학점 포함은 교육적으로 옳다. 학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재수강이란 자율적 선택을 보장한 만큼 학생들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고려대의 학점이 얼마나 신뢰도가 있는가도 중요하다. 성적 기준이 느슨하면 학생들은 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고려대 학사제도와 학점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낮아진다. 고려대 학사제도는 엄격해 외부에서도 믿을 만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 재수강 개정안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은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드롭제도)를 고려하긴 했으나, 드롭제도도 나름의 문제가 많아 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드롭제도가 있으면 수업을 포기하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해당 과목을 계속 수강하는 학생들이 조별활동에 타격을 받거나 인원 기준에 따라 강의가 폐강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드롭제도 대신 재수강 횟수를 두 번까지 허용하는 방안과 재수강 시 취득 가능한 최고 학점을 A로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재학생들은 현 규정을 유지하고 2017학년도 신입생부터 개정된 학사제도를 적용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 시간표 개정안 취지와 내용은
  “현재 수업이 2, 5, 6교시에 집중돼 있어 해당 교시에 강의실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강의 선택의 폭도 좁다. 공간이 부족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이다. 75분 수업을 5개로 늘려 1교시부터 8교시까지 강의를 최대한 분산시키면 오히려 강의실이 남고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개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과를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일찍 끝나 자기 시간이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오후에 30분이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동아리, 아르바이트 등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튜토리얼 제도의 확대 시행으로 인한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표가 개정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1교시 강의개설 비율이 낮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교시에 튜토리얼 강좌를 배치한다면 1교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시간표 개정안은 선제적인 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요인을 고려해 여건이 된다면 2018학년도 정도부터 시행해보고자 한다.”


- 휴학 개정안 취지 및 내용은
  “휴학에 대한 내용은 잘못 알려져 있다. 반드시 지도교수 또는 학과장과 면담해 허락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도교수제 내실화를 위해 지도교수와 학과장이 담당 학생에게 한 번 더 신경을 쓰라는 의미에서 추가된 절차다. 개정된다면 휴학 신청 내용이 지도교수에게 먼저 전달된다. 지도교수가 필요하다 생각하면 학생에게 면담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학생은 원하지 않는다면 휴학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 학생들의 의견 수렴 방법과 의사소통 계획은
  “개정안을 공개한 것은 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려는 의도였다. 개정안이 확정됐다는 통보의 의미가 아니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과 설득 과정을 거쳐 합당한 범위에서 개정안을 수정하고자 한다. 현재 교무처는 인터넷 커뮤니티, 총학생회의 설문조사 결과, 대자보 등을 통해 개진된 학생들의 의견을 정리해 종합하고 있다. 토의가 더 필요하다면 공청회를 열 생각도 있다. 교무처장 전용 이메일(vpaa@korea.ac.kr)로도 의견을 받겠다.”


[유종헌 안암총학 중앙집행위원장 인터뷰]

  학사운영규정 개정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중앙운영위원회는 ‘비민주적 학사행정 대응본부’(본부장=박세훈, 비민주대응본부)를 설치했다. 비민주대응본부는 학사운영규정 개정안과 미래대학 설립 등에 대해 학교에 맞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전달하는 기구다. 유종헌 안암총학 중앙집행위원장은 학사운영규정 개편안에 대해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개정이라 주장했다.

- 학사운영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총학생회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5000여 명의 답변을 수합했다. 이 답변들을 바탕으로 교무처와의 면담에서 학사운영규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의 개정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정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다. 박만섭 교무처장은 학내 언론 등을 통해 학교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토론한 뒤에 의사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11월 말 예정된 교무위원회 전까지 얼마나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 재수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학교 측에서는 현행 재수강 제도가 교육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재수강 제도를 유지하면 기업에서 본교 학생들의 학점을 믿지 못해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4년 임기인 총장 한 명의 추상적인 교육철학에 따라 학사제도가 개정되면 학생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학교는 재수강 건수를 성적 인플레이션의 근거로 삼아 재수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통해 수합한 답변 중 ‘학생들이 학점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학점 인플레이션만을 막으려는 개정안은 학생들에게 고충을 더한다’는 반발이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개정안에 대해 ‘드롭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재수강 제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재수강을 믿고 초수강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 시간표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학교의 주장은 이해하나, 학교에서는 개정을 통해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먼 거리에서 통학 중인 학생에 대한 고려도 이뤄지지 않았다. 설문조사를 통해 접수된 답변에 ‘지금도 출근 시간과 겹쳐 통학이 힘든데, 1교시가 8시 30분으로 앞당겨진다면 1교시 수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반응이 있다. 서울 내 대학 중 본교 기숙사 수용률은 11%로 최하위이며, 학교 측에서 별도로 통학생들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도 없는 상황이다. 1교시를 8시 30분으로 앞당기는 것은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격이다.”


- 교무처와의 소통에서 바라는 점은
  “교육철학과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을 뒤흔들지 말아 달라. 지면 토론 이후에도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학교와 학생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뤘으면 한다.”

이민준, 장우선 기자  pres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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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8 15:5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