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본부가 계획하는 융합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면 1개의 신설 단과대학이 아니라 고대생 전체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교수의회(2월 5일 미래대학 설립반대 성명서 중 일부)


미래대학 추진위원회(추진위)가 2일 미래대학 Crimson College(가칭) 설립안(미래대학)을 발표하자 교수사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교수의회 운영위원 이철진(공과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래대학의 교육이념에 날 선 비판을 하며 학내여론 수렴이 미흡한 미래대학 설립 과정에도 우려를 표했다.


- 미래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념이다. 미래대학은 도전·개척정신을 갖춘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말한다. 특히 융합을 강조하면서 초학제적으로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융합의 핵심은 전문성이다. 융합은 여러 전문영역이 함께 묶이고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영역을 만들거나 기존 영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적 융합형 인재란 특정 학문에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인접하거나 상반된 학문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미래대학은 학부생 차원에서 융합교육을 시도한다. 기존 학사제도 내에서도 학부생은 본인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가 힘든데 미래대학은 어떻게 여러 학문에서 깊이 있는 교육을 할지 의문이다.

  융합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 커리큘럼에서도 이어진다. 현재 미래대학 설립안의 커리큘럼은 여러 전공 지식이 나열돼 있어 겉핥기식 교육에 머문다. 1·2학년에서 문·이과를 허문 통섭 학문을 가르치는 목표는 좋다. 하지만 3·4학년에서 특정 학문을 심화하지 않는다.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창업 교육 같이 창업과 취업을 목적으로 해 특정 학문과의 연계성도 없다. 미래대학이 중시하는 창업도 전문성을 기본으로 한다. 한국의 1세대 창업자들과 미국의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은 하나같이 ‘자기 전문분야를 충분히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 기존 학사제도로는 미래대학 인재상 실현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선
  “기존 학사제도 내에서 변화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새로운 대학 신설로 결론짓는 것에 반대다. 추진위는 기존 제도 안에선 학문 간의 벽이 높아서 미래대학의 새로운 교육방법을 적용할 여건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본부에게 미래대학의 교육이념인 융합을 기존 학사제도에서 실현할 의지를 먼저 보였는지 묻고 싶다. 현재 본교는 이중·융합 전공으로 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으로 지원·확대하면 된다.

  새로운 교육을 위해 새로운 대학을 신설하는 결정은 차별이다. 왜 기존 학생들은 미래대학의 교육을 누리지 못하는 건가. 기존의 학생들은 선도자(first-mover)가 될 수 없는 건가.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단과대학 신설 대신 고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 우선이다.”


- 학교본부와 추진위의 절차적 문제점은
  “학내 소통 없이 급하게 일을 처리한다. 교육제도의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교육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 그런 종합적인 분석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교육제도를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본부와 추진위는 검증 과정 없이 무리하게 미래대학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본부가 2018년 미래대학 출범을 목표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우리는 추진위가 설립안을 공표하기 전에 학내 구성원들과 같이 논의하길 바랐다. 하지만 2일 교무위원회 발표 전까지 교수의회에 일체 연락이 없었다.”



- 향후 교수의회의 입장과 대응은
“교수의회는 창의적 융합형 인재 양성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학사제도 내에서 학내 구성원의 동의를 기반으로 창의·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그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누려야 한다. 많은 교수님이 이에 공감하고 있기에 현재 미래대학 설립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글 | 김태우 기자  god@kunews.ac.kr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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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8 06: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