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학 Crimson College(가칭)(이하 미래대학) 제도·재정부문을 주제로 계획된 2차 토론회가 무산됐다. 미래대학 설립 찬반을 둘러싼 여러 주장은 학생사회뿐만 아니라 교수사회에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미래대학 설립안의 주요 쟁점 중 제도·재정·운영에서 학교본부의 최동훈 기획예산처장과 교수의회 의원 안효질(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 미래대학 설립취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동훈 기획예산처장 | “미래대학 설립취지에 찬성한다.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기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학문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미래대학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지식의 융합을 시도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래대학은 미래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하는 인재상을 목표로 한다.”

안효질 교수의회 의원 | “단과대학 신설만이 미래지향적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엔 의문이다. 현재 대학교육은 정체되고 구시대적인 반면 미래대학의 교육은 미래지향적이기에 급변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인가. 이는 너무 단편적이며 이분법적 접근이다. 미래대학이 말하는 창의적 인재상은 현재 대학교육에서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칫 기존 학사제도에서 교육 받는 학생은 창의적 선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 기존 학사제도 내에서 미래대학 비전과 교육방식이 실현될 가능성은
최동훈 처장 | “기존 학사제도 안에서 미래대학이 추구하는 비전과 교육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학사제도는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대학이 추구하는 ‘융합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미래대학의 교육방식을 모든 단과대학에 적용할 수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학사단위 신설이 필요하다.”

안효질 의원 | “미래대학이 표방하는 비전과 교육내용은 융합·이중전공과 같은 현재 학사제도 내에서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현재 미래대학이 추구하고 있는 교육목표와 이상 그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현재의 안은 너무 피상적이고 추상적이며, 특히 성공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현재 제도를 활용하면서 미래대학 교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고민하는 일이 먼저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간 단과대학 신설만이 미래지향적 교육 실현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후 단과대학의 신설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

- 등록금을 포함한 재정운영 계획이 현실적인가
최동훈 처장 | “다른 단과대학의 재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래대학 운영을 실현가능하게 만들겠다. 현재 설립안에 제시된 등록금(750만원)은 외부지원 없이 미래대학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한 재정을 역산해서 도출한 액수로 다소 과대 추산된 면이 있다. 또 설립안에 언급된 기업 중 일부는 현재 미래대학 추진위원회(추진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본부 관계자와 직접 만나 투자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 미래대학이 설립인가를 받으면 더 많은 기업이 후원할 것이라 기대하며 이에 따라 등록금도 적정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안효질 의원 | “설립안에 제시된 내용이 비현실적이다. 타 단과대학의 재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타 단과대학에서 미래대학으로 이동하는 학생 정원만큼 재정이 감소하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직원 수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재정지원으로 메울 것인가. 또한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겠다고 ‘파트너 협정’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기부약정인지 MOU인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 절차적 측면에서 미래대학 설립 추진과정의 미흡한 점은 없나
최동훈 처장 | “학교본부는 절대 일방적으로 미래대학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추진위는 설립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28차례의 분과위원회의와 18차례의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31명의 학내 교수님이 참여했고, 미래대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겸허하게 경청하며 그 내용을 본부 최종안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추진위 설립안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 미래대학이 설립인가를 받으려면 학교본부의 최종안을 바탕으로 교무위원회 심의와 교수의회 동의, 대학평의원회와 이사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한다. 그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립안 수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안효질 의원 | “현재 미래대학 설립안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지난 1월 18일 임시 교무위원회에선 ‘정원조정은 각 단과대학과 학부 정원(의과대학, 간호대학 제외)의 5% 범위 이내에서 한다’며 ‘설립안의 수정, 보완과 확정에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조를 구한다’고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5%로 일괄적용한 안과 자유전공학부(자전) 정원 전체를 포함한 2%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임시 교무위원회에서 마련한 심의안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월권을 저질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추진위가 사실상 자전 폐지안이 담긴 설립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전에 자전 구성원들과 일절 협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학교본부는 추진위의 안(案)일뿐이라고 변명한다. 추진위의 안이라면 학교본부가 나서서 설명회와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가. 또한 아직 학내 의견 수렴도 안 된 미래대학 구상안을 언론에 노출한 행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 교육 기회균등 관점에서 미래대학은
최동훈 처장 | “절대로 미래대학 학생만을 위한 차별대우는 없다. 본부가 준비하는 미래대학은 ‘귀족대학’이 결코 아니다. 등록금 규모와 전원 기숙사 수용 등 추진위 안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시한 하나의 제안일 뿐이다. 또 기존 학생들도 이중전공을 통해 미래대학 교육체제에 참여할 수 있다. 미래대학의 교육방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면 주변 단과대도 도입할 수 있게 제안할 것이다.”

안효질 의원 | “학교본부는 기존 학생과 단과대학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엘리트’ 단과대학의 신설을 위해 본부의 역량과 학내 모든 구성원의 노력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미래지향적 교육을 받으며 모든 단과대학이 함께 커갈 수 있도록 학교본부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글 | 김태우 기자  god@kunews.ac.kr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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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0 00: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