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벽 2시경 본교 안암학사 프런티어관 525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성북소방서는 천장이 환풍기 모양으로 동그랗게 탄 것을 참작해, 발화의 원인을 화장실 내 환풍기의 합선으로 결론지었다. 인명피해 없이 재산피해 규모 20만 원가량의 작은 화재였지만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사생들 사이에서 우려가 일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안암학사는 발화의 원인이 됐던 화장실 환풍기를 모두 점검하고, 전기 장치가 필요 없는 무동력 팬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설명 부족으로 과열된 논란

화재 이후 사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화재 당시 울리지 않은 화재경보기와 기숙사 통금으로 인한 대피의 어려움 등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지적들은 대부분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지만, 안암학사 측의 불충분한 사건 설명으로 논란은 잠식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울리지 않은 화재경보기를 지적했다. 프런티어관 남자 기숙사에 거주 중인 강감찬(문과대 한국사16) 씨는 “안내방송 대신 화재가 발생했던 호실에 거주 중인 학생이 뛰어나와 다른 사생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다”며 “기숙사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암학사관리운영팀 박준태 과장은 “복도와 방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있지만 화장실에는 없어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시설법 제9조 1항에 따라 습도가 높고 온도 변화가 급격한 화장실에는 누전경보기의 수신부를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안암학사는 화장실 내 화재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번 주 중 있을 안전대책 회의에서 논의 후 환풍기를 교체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으로 여자 기숙사 통금 제한이 화재 대피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여자 기숙사 사생들은 기숙사 문이 새벽 2시부터 잠겨 새벽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준태 과장은 “보안상 잠긴 문은 화재가 감지되면 개인 호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방된다”며 “여자 기숙사에 거주하는 사생들도 충분히 대피할 수 있고 여자 기숙사나 남자 기숙사 중 한쪽에서 불이 나면 다른 쪽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안암학사는 학생들의 우려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학생들은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화재 당시 안암학사에는 소방관 71명, 경찰관 8명, 소방차 24대가 출동했다. 작은 규모의 화재였지만 큰 건물에 많은 인원이 거주하는 대학 기숙사의 특성상 많은 안전요원이 투입됐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학생들은 많은 소방차의 출동에 불안해했다. 화재 후 안암학사는 문서화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고 화재 발생 다음 날 사내방송을 했지만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프런티어관 남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최기선(자전 경영16) 씨는 “화재 상황, 기숙사의 대처, 소방차 출동 경위 등이 궁금하다”며 “사생들에게 화재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전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안암학사의 소극적인 설명은 태도는 이번 사건이 화재라기보다는 화재 전 단계이며, 불꽃이 아닌 그을음과 연기가 난 정도라는 판단 때문이다. 성북소방서는 이에 대해 극소했지만 발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시 누구나 비상벨 눌러야

안암학사에서는 공공기관의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14조 1항에 의해 연 2회 이상 소방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14일에 화재대피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안암학사 홈페이지에는 화재 발생시 대피요령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화재 최초 목격자는 “불이야”하고 외치고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 이외에도 불난 곳의 반대방향 비상구를 이용하라는 등 10가지의 안전 수칙과 함께 각 동 마다의 대피로가 설명돼 있다. 대피로는 기숙사 각 층 복도 좌, 우에도 부착돼 있다.

  성북소방서 정영찬 조사담당자는 “사생들이 소화시설 사용법을 잘 알아두기를 권장한다”며 “불이 작다면 소화기를 사용해 자체진화를 하고, 불이 크게 번졌다면 소방서에 신고를 하고 옥내 소화전에 있는 벨을 눌러 불이 났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