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1) 미디어학부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인권교양 강의가 진행됐다.

▲ (사진2) 새터에서 의과대 신입생들이 임신 중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7학년도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에서는 일부 단과대를 중심으로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미디어학부,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진행된 인권 교양 프로그램이 그 사례이다. 사회학과를 비롯한 학과에서는 평등자치규약에 기초해 술자리에서의 반인권적 행동을 미연에 방지했다. 채식주의 매뉴얼이 생기는 등 식단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과대별 인권교양 프로그램 진행돼

미디어학부, 자유전공학부, 의과대 등의 단과대는 지난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새터에서 인권을 주제로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새터 내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대학생활에서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고자 기획됐다. 인권의식 제고를 기조로 내건 미디어학부는 ‘인권과 소수자’ 강의를 새터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16학번들이 기획한 이 강의는 17학번들에게 인권의 특징을 설명하고 각 소수자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양 주체였던 이수연(미디어16) 씨는 “객관적인 정보전달을 위해 안암총학 소수자인권위원회 자료를 참고했다”며 “내년 새터에서도 인권 교양을 이어갈 계획”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생각나눔터를 진행해온 자유전공학부 새터에서는 토론 형태의 페미니즘 교양 프로그램이 열렸다. 17학번과 16학번 학생들이 조를 이뤄 페미니즘 관련 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고병준(자전 경영16) 씨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는데 의미를 뒀다”며 “작년 단톡방 사건 같은 일이 자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려 했다”고 전했다. 새내기들의 반응도 좋았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에는 쉽게 배울 수 없었던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성민(자전17) 씨도 “인권에 대한 생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프로그램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과의 특색을 살려 인권 교양을 진행한 단과대도 있다. 의과대 새터에서는 ‘소수자&인권’, ‘의사로서 내려야 할 가치판단’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새터 참가자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으며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서의 의사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터 내 높아진 인권감수성

이번 새터에서는 잘못된 언행에 대해 ‘술탓’이란 변명을 할 수 없게 됐다. 문과대는 15개 과반 공통 평등자치규약을 작성해 새터 자료집에 첨부했다. 자치규약에는 술자리에서 흔히 쓰이는 ‘병신샷’, ‘지랄’과 같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담긴 언어,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여자는 애교가 많아야한다’ 등 성적 고정관념에 기반한 언어 사용을 지양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반에 따라 개별적인 평등자치규약도 만들어졌다. 사회학과는 조별로 술게임을 하기 전 자체 평등자치규약을 조원이 돌아가며 읽도록 했다. 박진우(문과대 사회17) 씨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누군가한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사려 깊게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새터에서는 채식주의자를 배려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제49대 안암총학생회(회장=이승준, 안암총학)는 처음으로 새터 비건식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사무국 연석회의를 통해 각 단위에 공유됐다. 윤명석 인권연대국장은 “채식주의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비건 식단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단과대에 메뉴, 가격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새터에서 보여준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본교 인권센터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권센터 측은 “소수자 인권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면서 우리가 간과했던 문제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치규약을 만들고 준수하는 과정에서 인권보호 의식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