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생했던 고대생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경포반 사건)의 학교 차원의 징계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대책위원회(피대위)는 징계 조치가 미흡하며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됐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피대위는 국민대 사건의 경우 주동자에게 무기정학 징계가 내려졌다는 점을 들며, 본교는 징계 수위가 약해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특별대책팀은 활동보고서에서 “피해자의 실망감은 이해하지만 교육적, 법적, 여론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징계 외에 수업 분리 등 피해자 보호 조치도 미흡했다. 피대위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 수업 분리가 명시되지 않아 당장 이번 학기부터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수강신청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피해자는 휴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주임은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 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센터는 명시적인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없었다는 학생들의 지적에 대해 학교 본부에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신고인들이 징계가 끝나고 복학하더라도 피해자가 재학 중인 기간 동안에는 시설 이용과 수강신청을 제한하는 단서 조항을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당연히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마련돼야 한다”며 “만약 피해자가 미흡하다고 느낀다면 학교 측에 개선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모르는 가해자 징계  
  피대위는 징계 전반에서 피해자가 배제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피대위에 따르면, 징계에 어떤 증거자료를 참고했는지, 징계 발효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피대위 대변인 설동연 씨는 “징계에 대한 세부 내용을 알기 위해 학교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징계 과정이나 결과를 아는 것이 권리가 아니라 학교가 호의를 베풀어서 알게 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주임은 “원칙적으로 징계위가 피해자에게 징계 결과를 전달할 의무는 없다”며 “다만 양성평등센터 차원에서 피해자 대표에게 징계 결과에 대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본교 ‘성 인권 보호와 침해 예방 및 처리규정’과 ‘학생 징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양성평등센터는 신고를 받은 후 조사위원회를 꾸려 피해자와 가해자 등 사건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학생상벌위원회는 조사위원회의 판단과 징계에 대한 의견을 참조해 징계심의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결정된 징계 처분은 징계 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지된다. 재심의는 통지받은 학생에 한해 10일 이내에 요청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징계 논의는 학교 당국과 징계 대상자의 절차이며 징계 세부사항을 피해자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주임은 “징계위가 피해자와 직접 접촉을 하게 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막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본교 ‘학생 징계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징계 당사자뿐이어서 피해자는 징계에 대해 이의제기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규정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백한 인권침해 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 원경주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도 검사 측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해 항소할 수 있듯이 학내 징계 절차에서 피해자도 이의제기 할 수 있는 구조로 학칙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징계 결정은 대학 구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신중한 입장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형사재판의 주체가 피해자가 아닌 검사이듯 학내 징계의 주체가 피해자가 되진 않는다”며 “구조적인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smile1@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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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0 01:4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