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해묵은 문제. 그러나 계속 다뤄야 할 문제.

 갑작스레 날씨가 많이 추워진 요즘, 날씨보다 더 우리를 춥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리 나라 경제. 취업은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도 어려운 이런 시기에 우리 대학생들은 등록금과 용돈 마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요즘은 2010학년도 등록금이 책정되고 있는 시기이고, 임기가 곧 끝나가는 42대 총학생회에서도 다시금 등록금 문제를 들고 일어났기 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더욱 더 높은 시기이다. 등록금, 그중에서도 이공계 차등 책정에 대해 알아보자.

▶내년도 등록금,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현재로서는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작년 11월에는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선언에 우리학교도 동참했다. 우리학교 이기수 총장은 작년 11월 말에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9학년도 등록금을 현 수준에서 전면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경제난 등 이유로 등록금 동결을 결의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최근 “올해는 각 대학이 경제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2010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을 예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년도 등록금이 얼마나 오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더욱 큰 이공계열

 이공계 등록금 차등책정은 말 그대로,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열의 등록금이 훨씬 비싼 것을 뜻한다. 각 단과대학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이공계열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 대비 1837100원 더 비싸다. 인문사회 계열 등록금도 높은 현재 상황에서, 이보다 약 200만원 더 비싼 이공계열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커져 간다. 많은 학우들은 인문 사회 계열과는 다르게 이공계열은 실험실습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이공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문사회계 학우들의 경우 대부분이 이공계의 등록금이 비싼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인문사회계열 학우 141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90%에 달하는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열의 등록금이 높은 것을 알고 있었다. 등록금이 더 비싼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3%의 학우들이 ‘실험실습비’ 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답변은 전체 답변 중 11%으로, ‘당연히 이공계가 비싸다는 인식은 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 중 대부분이 이공계열이 갖는 특수성인 ‘실험실습비’에 차등의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실험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학우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인문사회계에 비해 높은 등록금은 타당한 것일테지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인문계열보다 등록금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차등의 정도가 적절한가?

 올해 초 총학생회의 애기능 발전위원회에서는 이공계열 학우 370여 명을 대상으로 이공계 교육환경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공계열 등록금이 다른 계열에 비해 비싼만큼 충분히 환원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부족하게 환원받고 있다’는 의견이 90%에 달했다. 이를 통해 교육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실험실습환경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불만족하다는 의견이 80%에 달했다.

▶열악한 실험실습환경.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개선의 기미 안보여.

 일단은 제 2 공학관이나 공학별관, 실험관 등 주로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너무도 열악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2학기에 총학생회에서는 열악한 실험환경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약 130 가지의 사례가 조사됐다. 실험장비 노후와 부족 때문에 조교만 실험하고 학생들은 구경을 하는 경우 등, 비싼 등록금에 비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학교 측에서 밝힌 2009학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이공계열의 총 실험실습비는 약 29억원이었다. 1인당 연간 실험실습비는 20만원 안팎으로, 이는 문과대학과 비교해 약 11만원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공과대학과 문과대학의 1년간 등록금 차등액은 약 260여 만원으로, 실험 실습비 11만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 차등 청구되고 있었다.

▶차등 금액에서 실험실습비 외에 다른 근거가 있는가?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근거 중 한가지가 이공계열의 교원임금이 더 높기 때문이었다. 이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이다. 교육부의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른 교원산출기준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인문 사회계열이 25명, 공학계열이 20명으로, 공학계열의 교수인건비가 더 비싸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학교에서 공개한 교원당 학생수는 이와 달랐다. 학교 측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열이 39.7명, 공학계열이 38명으로, 교원 수의 차이가 5%도 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학교 교원 수는 교육부 기준보다 턱없이 부족한 현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 최고의 사립대학임을 자부하는 우리학교의 교원 수가, 교육부 기준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인 것이다. 우리 학교의 실상과 맞지 않는 근거를 들어 차등액을 책정한 학교의 답변이 다소 학생 기만적으로 보인다.

▶실험하지 않는 건축학과와 수학과도 실험실습비 납부. 학교 측 日'등록금은 단과대별 측정이 원칙.'
 그렇다면 심리학과는 왜?

  실험을 하지 않는 건축학과와 수학과는 왜 실험실습비를 내야 한다는 질문에 학교 측은 등록금이 단과대별로 측정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심리학과는 문과대 소속이지만 실험을 한다는 이유로 이공계열과 같은 등록금을 내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심리학과 07학번 학우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심리학과는 전공필수과목 중 심리통계실습이라는 실습과목이 있다. 그러나 이 과목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이 과목에 예산이 많이 배정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학습 심리학’과 같은 과목은 쥐를 이용해서 실험을 하기는 하지만 전공필수과목이 아닐뿐더러 인원제한도 있기 때문에 많은 학우들이 듣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심리통계실습을 제외한다면, 실험을 하고 싶지 않거나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우는 4년 내내 한번도 실험을 안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 심리학과 학우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또 있었다. 타과생이 심리학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한다면 등록금을 더 내지 않는다. 심리학 전공 학생이 수강신청을 실패할 경우 실험실습비를 납부함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하지 못하는데, 타과생은 수강신청에 성공할 경우 실험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중전공 학생이 실험실습비를 내야한다거나 심리학과 주전공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단지,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낼 경우 모든 학생에게 실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반대하는 것이다.

 몇년 전 실험실습비에 대한 불만을 가진 심리학과 학우들이 교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한 적은 있으나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또한 42대 총학생회의 100대 과제 실현 운동 중 심리학과의 등록금 계열 변경이 포함되어 있지만, 언제쯤 심리학과가 등록금 계열 변경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현실 개선 위한 1년 여에 걸친 활동들, 그러나 뚜렷한 소득 없어

 총학생회 애기능 발전위원회에서는 올해 4월 이공계 교육활동 실태 조사를 통해 애기능 학우들의 불만사항과 의견을 모았다. 4월 17일에는 기자회견에서 부총학생회장 박재균 학우가 삭발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5월에는 등록금 차등책정 정보공개 청구인단을 모았고, 학교 측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일부 정보를 얻기도 했다. 방학중에는 450여 명의 학우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고, 2학기 들어서도 많은 활동을 벌였으나 1년여에 걸친 활동에 비하여 학교 측으로부터 얻어낸 결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 측과의 면담을 통해 ‘현재 학생들은 등록금을 낸 것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답변을 했다.

▶이공계열 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학우들에게도 홍보 충분히 진행되어야.

 현 총학이 이공계 차등 책정 반대 운동을 하면서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다면 바로 인문사회계열 학우들에게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문사회계열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학생회에서 이공계 차등책정을 반대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7%의 학생들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이공계열 학생들의 등록금 문제이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홍보가 부족하다면 이것이 큰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우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하던 도중에, 학우들로부터 ‘이공계열 차등책정을 반대한다면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등록금을 합친 것의 평균을 내야하느냐’, ‘이공계열 학생들의 실험실습비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지원해줘야 하느냐’ 등등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총학생회에서 고파스에 올린 게시글에도 인문사회계열학생들의 댓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학우는 댓글을 통해 “총학생회는 인문계와 자연계의 등록금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총학생회에서 원하는 것은, ‘인문계열 학생도 등록금을 많이 내라’ 가 아니라 이공계열 등록금에서 근거 없는 차등 책정 금액을 빼 달라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는 오해를 낳고, 이는 자칫 이공계열과 인문계열 학우들 간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 계열을 나누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학교 등록금에 대한 문제이니만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는 인문사회계열학생들도 이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몇몇 학생들은 총학생회나 기타 단체들의 등록금 인하 노력에 대하여 ‘운동을 하고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등록금에 대한 문제는 매년 불거지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이다. 1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차등책정의 부당성을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등록금 문제는 누구보다도 등록금을 납부하는 우리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항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