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250여명의 우리 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폐지를 팔아 한 달 3만5000원씩 지급되는 식대에 보태왔다. 그런데 학교가 폐기물 관리 업체를 고용하면서부터 폐지 소유권에 대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전, 미화 노동자들은 폐지 투쟁을 선포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 그 내막을 파헤처보자.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학교에서 폐기물 관리업체 성일환경을 고용했다. 그 후 지난 6월, 성일환경은 학교로부터 폐지 입찰을 땄다며 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앞으로 폐지를 모아 팔다 적발되면 고발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몇 년간 폐지를 모아 식대에 보태 쓴 노동자들은 갑자기 폐지를 팔 수 없게 되자 크게 반발했고 직접 폐기물 업체로 찾아가 항의를 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지난 달 22일에는 두 곳의 용역회사인 신천개발과 현대씨앤알의 중재 하에 고려대분회와 성일환경이 개별 매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동자 한 사람당 월 1만5천 원씩 지급하는 것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용역회사는 1차 중재 협약서를 파기하고 29일 노동자들에게 “생활재활용품 수집 및 처리에 대한 지침 전달” 공문을 보냈다. 업체 측은 “개별적으로 모아 둘 경우에는 화재 우려가 있고 생활 재활용품도 학교 재산이므로 개별 매각이나 처분을 금지한다”며 협조하지 않으면 사규 등에 의거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수익 보존 차원’이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생활 폐기물 관련 협약 2차 협상이 결렬됐다.

자연계 하나스퀘어 지하 광장에서 지난 2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고려대분회가 총회를 열었다. 여기서 고려대분회는 폐지와 관련해 학교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을 선포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일은 단순히 폐지를 팔아 식대에 보충하는 노동자들과 용역업체, 학교간의 갈등이 아닌 간접고용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2004년 처음으로 우리 학교에 노동조합을 조직한 언론학부 03학번 박장준씨는 학교와 용역업체 사이 가장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노동자들,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간접 고용의 문제가 이렇게 심화돼 밖으로 표출되는 것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번이 처음이다.

 ▶왜 노동자들은 폐지를 팔아 생활비에 보태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우리 학교 미화 노동자들은 한 달에 고작 최저 임금인 80만원을 받고, 거기에 식대 3만5천원을 추가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고려대분회 이영숙 분회장은 “폐지를 팔면 한 달에 적으면 2만원 많으면 5-6만원을 벌 수 있었다. 그 돈으로 20kg 쌀 두 포대를 살 수 있었다. 한 달 쌀값을 폐지로 마련했던 것이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은?

학교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일은 학교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용역업체와 노동조합이 해결할 문제라고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분회 측은 “학교에서 노동자들이 폐지를 모아 판 것을 다 아는 사실이었을 뿐더러 지금까지 한 번도 폐지 줍는 것을 제지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영숙 분회장은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지속해 오던 일을 학교가 한마디 의논도 없이 제지한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그는 “학생들이 버린 것을 모으는 것은 속된말로 줍는 사람이 임자아니냐”며 “엄연히 미화 대표자가 있고 210명의 미화 노동자들이 있는데 갑자기 학교의 것이라고 폐지를 줍지 못하게 하면 우리는 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용역업체의 반응은?

용역업체 측은 학교와 노동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곤란한 입장이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려면 용역 업체 또한 신중한 판단과 더 주의 깊은 협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S 용역업체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이 후 상황은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우들의 반응은?

투쟁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학우들의 반응이 분분했다.

지난 2일과 3일 고려대분회가 하나스퀘어 열람실 근처 지하 강당에서 집회를 열어 학우들 사이에서는 시끄럽다는 반응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다. 더 이상 폐지를 팔지 못하면 우리는 밥값을 잃어버린다”라는 문구를 붙여 여러 학우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에 반해 몇몇 학우는 폐지는 당연히 학교 물품이 아니냐는 입장도 표출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의 폐지 투쟁에 관련한 기사에 “운동권을 내세워 동정론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냐”, “어려운 형편이야 이해하지만 남의 물건 내 놓으라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것이다” 등 청소용역 노동자 측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은 노동자 측을 지원하는 추세다. 이번 일로 인해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총학생회와 여러 학생 단체들이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또 노조가 진행하는 “학내 미화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합니다”라는 학생 서명 운동에 지난 10일까지 4000명가량의 학우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왜 식대를 높이려고 하지 않고 폐지를 팔지 않는 대신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인가?

2004년까지는 식대가 아예 없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처음에는 만원의 식대를 지원 받았고 노조의 반발로 총 9차 조정까지 가서 지금의 식대 3만 5천원을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가 바뀌고 노동자들이 재계약을 해야만 식대 문제를 다시 다룰 수 있다. 이번 문제도 학교가 용역업체와 오는 12월에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보인다.

 
▶서비스노조가 투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박장준씨는 노조가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학교와 업체의 공개 사과이며 개별 매각하지 않는 대신 매 달 2만 5천 원씩을 지급받는 것이라고 했다.

몇 주 전에 업체에서 다시 1만5천원으로 합의 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노조 측은 처음부터 그렇게 1만5천원으로 합의를 봤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2만 5천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작성날짜: 2009-11-18
작성자: 김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