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2010학년도 수능이 치러졌고, 저번주에는 우리학교도 수시 지원생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가 되면, 모두들 한번쯤 과연 내가 전공을 잘 선택한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에 어느 때 보다도 일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조울증 치료부터, 식이 장애 그리고 커플간의 다툼 상담까지. 의학의 여러분야 중에서도 최근에 유독 인기가 많아진 부분인 정신과의사인 송형석 씨를 만나봤다.

송형석 씨는 우리학교 의대를 졸업하신 선배이기도 하며, 또, 올해 무한도전 등 많은 티비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유명해졌다. 중고등학생들 중, 특히 문제아를 많이 치료해 ‘고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하는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시며,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와는 다른 말투와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방송에 나간 후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재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상담을 해주며, 우리학교에서 트랜스 섹슈얼리즘에 대한 강의를 한다.

그렇다면, 송형석 씨는 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됬을까? 송형석 씨에게 왜 정신과 의사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나 물어보았다.

A. 중학교 3학년 때 프로이드 책을 읽고나서 그 내용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정신과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러다가 의대를 들어갔는데, 사실 성적과 적성에 대한 면도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았다. 공과적이나 이과적인 것보다는 문과적인 것이 더 관련이 많아서 정신과 의사를 하게 되었다.

조울증 치료부터, 식이 장애 그리고 커플간의 다툼 상담까지. 의학의 여러분야 중에서도 최근에 유독 인기가 많아진 부분이 정신과이다. 치료하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함께 할 줄 아는게 진정한 의사의 마인드라고 하는 송형석 씨. 정신과 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A. 정신과 의사는 두가지 업무를 한다. 하나는 상담하는 쪽이고 하나는 약물이나, 뇌 MRI 에 관련된 일들을 하는데,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각 일이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된다. 하드웨어 다루는 일은 MRI 를 찍고, 그 외에 검사를 하고, 약물 치료, 전기 치료나 뇌파치료 등을 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상담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를 아무리 부품을 바꿔도 프로그램 자체가 엉망이면 안 돌아가는 것처럼, 성격 발달이 제대로 안 이뤄졌거나, 자기 스스로 생각을 정리를 못해서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할 때, 의사가 상담을 해주고, 기운을 회복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송형석 씨는 환자와의 만나 치료하는 과정을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치료기간이 길고, 환자 내면에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만큼 환자의 일거수일거족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져야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정신과의사는 어떤 경우 힘이 들까 물어보았다.

A. 정신과 하면서 제일 힘든 건 내가 맡은 환자가 죽을 때이다. 다른 과하고 똑같다. 내가 맡은 환자가 수술이 잘 못 되서 죽는 것도 힘들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치료를 위해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갑자기 환자가 죽었다 그러면 내가 쌓아올린 인간적인 관계나 노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땐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어쩌면 평등하지 않을 수 있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인간적인 관계가 무너지는 느낌’이라는 말에서 친구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반대로 정신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 일까 물어보았다.

A. 저 친구 같은 경우는 가만히 놔두면 정말 인간적으로 힘들게 살겠다, 이런 경우에 내가 개입해서 아주 열심히 치료를 해서 그 환자가 ‘내가 바뀌었어요. 더 열심히 살겠어요’ 이렇게 용기를 가지거나 힘을 내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짧으면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열심히 해서 만약 환자에게 그런 변화가 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어떤 병인가를 의사가 대화를 통해 전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하는 환자도 다른 과와 달리 정신적인 질병을 갖고 있어, 진료가 힘들 것 같다. 어떤 환자가 치료하기 제일 치료하기 힘든지 송형석 씨에게 물어보았다.

A. 마음의 벽을 치고 있는 환자가 제일 힘들다. ‘이렇지 않습니까?’, ‘이렇지 않아요?’ 이렇게 물어보면 ‘고거 아닌데요’, ‘전 그런 사람 아닌데요’ 하면서 계속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환자가 제일 힘들다. 보통은 짜증이 나니까, 보통 같은 경우에는 피하면 되지만, 저같은 경우는 그럴 수 없는게, ‘지금 저 힘들어요’하고 왔는데 ‘이렇지 않습니까?’하고 물어보면 의사가 상당히 곤란해진다. 보통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환자를 치료하기 힘들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환자들이 편하다.

송형석 씨는 의사 외적으로 하는 활동들로도 유명하다. 송형석 씨는 어릴적 진짜 꿈이 음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꿈을 손에서 놓지 않고 ‘Aside, 일을 재끼고‘, 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 중인 송형석 씨에게 밴드 결성 동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A. 사실 나의 진짜 꿈은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밴드를 한 것은 학생 때부터 해왔는데, 의대 밴드 ‘히포피언스’에서 활동했었다. 그 밴드의 10년 후배, 그리고 히포라고 실제로 레코드를 내고 활동하던 친구와 뭉쳐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있다. 왜 결성했냐고 물어본다면, 하고 싶어서, 일 것 같다.

송형석 씨는 또 얼마 전까지 인터넷에 웹튠을 연재했다. ‘닥터매드’ 라는 제목의 웹튠는 스스로 쓸데없다고 여기는 생각들을 주제로 하는데, 가끔가끔 일상에 지칠때 취미로 하던 웹튠 활동은 이미 3년 전 그만 두었지만, 얼마 전에는 만화사에서 직접 연락이 와 연재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도 한다.

꿈과 일을 병행하느라 무척이나 바쁠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할 것 같다. 꿈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같이 성취하신 송형석 씨에게 우리 후배,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했다.

A. 요즘 내가 그 생각을 많이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대학생 때 밴드도 하고 싶었지만, 학교 수업에 묶여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 언제가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예인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에 진지하게 빠져, 음악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학생 때부터 계속 해오고, 꿈을 20년동안 끝까지 붙잡고 있었더니, 기회가 결국 손에 손을 잡고 찾아왔다. 후배들도 먼 미래를 생각하고 꿈을 놓지 않으면, 결국 시기가 오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포기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기회가 와도 안 이루어진다.

송형석 씨는 분명 의사로 남들이 보기에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원했던 꿈을 일찍부터 잊고 살았다면, 그의 ‘지루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180도 다른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안 된다.‘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보다는 언제나 기회를 찾는 고대 학우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성자: 윤호준
작성일자: 200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