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 타과생 출입제한,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8월말, 2009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미디어관이 드디어 완공 됐다.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의 미디어관 내부엔 지하에 각종 디지털 장비와 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영상 스튜디오, 지상 1층엔 라운지 및 행정시설, 2층부터 10층 까지는 교수 연구실과 세미나실, 멀티미디어 강의실이 들어섰다. 미디어관에는 기존에 정경관을 정경학부와 함께 사용하던 미디어학부와 사대신관을 사범대와 함께 사용하던 디자인조형학부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공간부족을 겪어왔던 관련 학부 학생들의 기대가 높았다. 이 뿐 아니라 1층에선 우당교양관과 안암역으로, 2층에선 정경대 쪽으로 연결되는 편리한 구조를 지녔고, 개관 당시 스카이라운지, 영화관 등도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에 미디어관에 대한 타과 학우들의 기대역시 아주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화려한 시설과 최신식 장비를 자랑하는 미디어관, 그런데 최근 미디어관 출입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학과시간 외에는 미디어학부와 조형학부를 제외한 학생들에게는 건물 출입 자체를 불허한다는 점에 대해서 상당수 학우들이 불만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집중취재에서는 학교측의 이러한 조치의 배경과 학우들의 불편에 대한 앞으로의 대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미디어관 출입 현재 어떻게 통제되고 있나

 현재 미디어관은 학과시간을 제외한 시간, 즉 오후 11시 이후와 주말엔 미디어학부와 조형학부를 제외한 학생들에게는 개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 이중전공자나 복수전공자, 자유전공학부에서 미디어학부 전공으로 진입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미디어학부 학사지원부에 별도로 신청한 경우에 한하여 학과시간 외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학과 외시간이라도 특정 학과생에 한하여 건물 출입을 허가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학우들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함다은(국제어문 11) 학우는 “학교 건물은 학교 학생들 다같이 쓰는 것이니 학과에 상관없이 모두 다 출입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 출입 제한 시설은 미디어관이 유일한가?

현재 학내에 미디어관 처럼 건물 전체의 출입을 특정 학과 학생들에게만 허용한 경우는 없지만 부분적으로 공간사용의 제한이 있는 경우는 존재한다. 그 예로는 의과대 의학도서관, 법과대 해송법학도서관, 경영대 엘지-포스코관 세미나실 등이 있다. 의학도서관과 해송법학도서관의 경우에는 일부 열람실을 특정 단과대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학도서관은 일부 좌석은 의과대학 학생들만 사용 할 수 있게 한 대신 도서관 건물 자체의 출입은 과에 상관없이 우리 학교 학우들이 모두 가능하다. 타과 학생들은 2층의 비배정 열람실에서 공부할 수 있다. 해송법학도서관 역시 의학도서관과 비슷하게 지하 1층 열람실을 법과대 학부생, 자유전공 학부생, 법학전문대학원생에게만 개방하는 한편 나머지 열람실은 학과에 상관없이 모든 학우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엘지-포스코관의 세미나실은 공식 행사를 제외한 경우에는 학부생에겐 대여하지 않고 대학원생들에게만 사용 예약을 허가하지만 예약한 학생이 없는 경우 사실상 모든 학생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 그렇다면 미디어관 출입제한의 배경은?

앞선 사례들은 소속 단과대 학생들의 사용 공간 확보와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으며, 타 학과 학생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사용 제한 범위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관의 경우에는 그 출입제한의 배경이 위 경우들과는 조금 다르다.

미디어관에 타과생 출입을 제한하게 된 배경은 안전 문제와 관련이 있다. 미디어관은 원래 교양관 부속 건물로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현재 총무부에서 별도의 상주 경비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미디어관은 밖과 연결된 문이 길가에 위치해서 외부인 출입이 매우 잦은 편이다. 주말에 노숙자들이 미디어관에 들어와 잠을 자거나 고려대학교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라운지를 사용하는 사례가 몇 차례 발생하자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안전과 미디어관 내 기자재 도난을 우려하여 학과시간 외에 미디어학부와 조형학부를 제외한 학생들의 미디어관 출입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 앞으로 미디어관 출입 문제는?

미디어학부 측에서는 일단 이번학기는 미디어관을 시험적으로 운영해 본 뒤 타과생 출입 통제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증을 통해 우리학교 학생들만 출입을 허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의 출입을 허용 할 경우 출입 가능 인원의 규모가 커지고 이를 변경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상주 경비인력의 배치 등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미디어관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정확한 인력 충원 날짜를 예정해 둔 것은 아니다. 미디어관 출입 통제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 표시에 대해 김승현 미디어학부장은 “편안함, 유용함의 문제와 안전의 문제 중 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해 미디어관 출입을 통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안전을 중요시 한다면, 애초부터 지상 12층 지하 2층의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미디어관에 별도의 경비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하게 다가온다. 건물을 준공하고 개관하기 전, 건물 운영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계획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한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타과생들의 미디어관 출입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학부 학생회 차원에서도 노력 중에 있다. 사실 미디어학부 학생회에서도 미디어관 사용 문제가 학내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이에 대해 알지 못할 정도로 사용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류건우(미디어 08) 미디어학부 회장은 “사실 미디어학부생들은 오히려 학과시간 외의 시간과 주말에 시설을 충분히 사있어서 편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학교 건물을 전체 학우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잘못됐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학교당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학생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한다고 해도, 예산상 이유로 총무부 측에서 경비인원 확충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우들의 불편 사항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 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캠퍼스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그 운영이나 사용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시설의 운영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일 수도 있겠으나, 시설이 준공될 때 건물의 규모나 시설 못지않게 그 운영방식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관의 타과생 출입 통제 사실은 타과 학생들에게 공지되지 않은 채 결정, 적용되었고 학생들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학우들에게 충분히 공지하고 학생들의 불만 사항을 빠르게 수용하고자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시설에 있어서 전체 학우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고려대학교가 되기를 바래본다.

작성자 : 이슬, dew1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