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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동의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이미 민주적 절차에 의한 합의 가능성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모습이 국회파행이고 단상을 점거하고 대치하는 것이 국회의 정상적 모습인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와 법률문제에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혼돈스럽다. 혼돈을 극복하려면 찬성, 반대 주장 중 무엇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지를 국가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FTA는 시장을 보다 개방하고 무역장벽을 철폐, 경감하여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보다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게 되어 소비자인 국민 모두는 저렴한 가격에 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받는다. 기업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함으로써 고용을 증대하고 국민 소득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상대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는 경우 농업구제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 81%를 무역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시장이 개방되고 무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 국민의 고용과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동시 다발적인 FTA 체결을 추진해 왔다. FTA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칠레, 싱가폴 등과의 FTA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시장 규모가 큰 유럽연합, 미국과의 FTA는 보다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농민에 대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한미 FTA의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투자자-국가 중재제도(ISD)가 논란이 되고 있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산을 보상 없이 박탈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 것 그리고 정부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대상으로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ISD가 없다면 상대국의 부당한 대우로 피해를 본 투자자는 상대국 법원에서 상대국 법에 의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 과연 투자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구제를 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분쟁 해결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려면 재판 내용 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그러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가 분쟁 당사자인 경우 제3의 중립적 기관에 분쟁해결을 의뢰하는 것이 ISD이다.

ISD에서 중재판정부는 당사자가 각각 지명하는 2인과 양자가 합의하는 제3국인으로 구성된다. 두 당사자가 제3 중재인에 대한 합의를 못하는 경우 ICSID 사무총장이 이를 선정하므로 ISD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ICSID 사무총장은 양 당사자와 합의하여 제3 중재인을 선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제3 중재인이 미국 투자자에 유리한 판정을 한다면 이들은 국제 중재 사회에서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미국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정의 이유는 우리 투자자가 미국을 상대로 하는 중재에도 적용되어 미국에 부메랑이 된다. 실제 미국이 당사자인 중재 108건 중 4건에서 ICSID 사무총장이 제3 중재인을 선정하였다. 불과 4%도 되지 않는다. 미국 투자자가 2건에서 승리하고 2건에서 패했다. 미국 투자자가 승리한 사건에서 패소국이 선정한 중재인도 자국에게 불리하게 판정하였다. ISD 미국이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중재판정부를 불신하면서 당사국의 재판관으로 모두 구성된 국내법원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ISD 제도로 우리 정부의 규제권한이 상실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2500 여개의 투자보장협정이 있는데 어느 나라가 자국의 규제 권한을 포기하겠는가? 국가는 외국인 자산을 박탈하는 수준의 조치의 경우 보상을 해야 한다. 이는 국내법에서도 이미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다. FTA에서 추가된 의무 중 중요한 것은 비차별의무이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외국투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복리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를 위해서 FTA는 외국투자 차별을 인정한다.

한미 FTA 찬성, 반대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필자가 무한히 사랑하는 후배이며 제자인 여러분 모두가 현 정부 또는 미국에 대한 호, 불호로 인한 편견을 접고 국가 경제 이익을 위한 옳고 합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한다.

[시론]  이재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6 15: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