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정문 앞 재개발(제기5구역 주택재개발 정비 사업)이 전면 보류 판정을 받은 이후, 다시 구체적인 계획 수정 등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2003년부터 논의돼온 정문 앞 재개발 문제는 2008년 10월 서울시가 재개발 추진 위원회에서 제시한 개발안에 대해 첫 번째 보류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작년 추진위에서는 수정한 원안을 제시하고 여러 번의 대안을 제출하였으나 지난 12월 말, 또다시 보류 판정이 나면서 사실상 고층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 추진 계획안은 폐기됐다. 이에 서울시 재개발 문제를 최종 주관 ․ 심의하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이 사안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자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현재 추진위 측에서는 보류 판정이 난 것에 대해 계획 수정안을 제시하였고, 소위원회에서는 찬성과 반대 양 측 간의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빠르면 내달 최종안이 결정된다.

소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들 중 일부로 구성되며, 찬성 측은 재개발 추진위원회 대표 1인, 반대 측은 학교의 입장을 대변할 학교 측 인사 1인(김세용 건축공학과 교수)이 이해당사자측 대표로 각각 참가해 의견을 절충한다. 재개발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이나 복잡하다. 각 입장에서는 최선의 개선책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학교는 전문가인 교수와 자본을 가졌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주민 구성은 재개발 찬성과 반대가 거의 절반씩이다.

재개발 논의 대상 지역은 우리학교 정문에서 길을 건너 있는 동대문구 제기2동 136번지 일대. 여러 번 계획 수정을 거쳤고 각 입장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14000평 일대에 800여세대의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이 추진위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학교 앞에 고층의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점이 정문 앞 재개발의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점이다. 추진위 측에서 최초로 내 놓은 것은 14개동의 아파트 건설안이다. 그러나 이는 수십 층의 아파트가 대학 문화의 공간으로는 적절치 않고, 학교의 조망권을 침해하며 무분별한 재개발 추진으로 학생들과 주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곧이어 학교 측은 전반적으로 재개발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 마천루를 낮추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건설할 것과, 재개발 지역의 가운데 부분은 열린 공간으로 건축물을 짓지 않고 외곽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형태로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동대문구청이 작년 6월에 동대문구 의회에 제출한 ‘제기 제5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에 관한 의견청취안’을 보면, 반영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소 세대수를 줄이기는 하였으나 학교 측이 재개발 구역의 가운데 부분을 오픈된 공간으로 뚫어달라고 했다는 점만 반영, 기존 안이 최고 높이 건물이 18층이었던 것에서 최고 높이 빌딩이 35층으로 전체적인 평균 높이도 높아졌다. 이 외에도 고대 측에서 제시한 많은 사항들에 대해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해 반영했다고 하고 교묘하게 눈속임을 하고 있는 항목들이 많이 있다.

<설계도 비교>

재개발 문제의 학교 측 실무자인 시설부의 김흥덕 과장은 “학교 앞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대학 문화벨트의 거점으로의 개발을 추구한다.”며, 학교 측이 ‘교육 문화의 거리’의 조성을 희망하고 있음을 밝혔다. 학교의 입장처럼, 대학과 커뮤니티의 조화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학교 측에서는 이 외에도 가운데 열린 공간에 녹지를 조성하는 안 등을 제시했지만 추진위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학교는 해당 구역 내에 약 700평가량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그 구역의 최대 지주다. 그러나 지분에 상관없이 명의가 하나이면 투표권을 하나만 부여받기 때문에 발언권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 1월 13일 2010년 제 2차 소위원회 결과 보고에는 소위원회의 현장답사 후 권고하는 검토 의견이 나와 있다. 요약해보면, 대학가의 이미지 및 경관에 대하여 외국 도심형 캠퍼스 타운 사례를 참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과, 도시공간구조의 변화에 대한 정합성을 검토해야 할 것, 아파트 위주의 정비 사업에서 다양한 모델의 정비 사업에 대한 검토도 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파트 위주의 수익성 높은 재개발을 추구하는 추진위 측에 불리한 항목들이다. 하지만 소위원회가 추진위 측과 학교 측의 양 관계자들을 이해당사자 대표 자격으로 참여시킨 대표성 있는 기구인 만큼, 이 가이드라인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추진위 측에서는 여전히 고층 아파트 안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 앞에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며, 일부에서는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학교 역사 상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까지 해석하고 있다. 아파트로 재개발이 될 경우에는 후에 아파트가 노후했을 경우에도 다시 아파트로 재건축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의 플랜이 후대의 고대 앞 풍경을 영구적으로 결정짓는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아파트 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교육과 문화의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할 공간이 상업적인 이유로 대학과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으로 조성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되며, 둘째, 학교의 조망권 침해 문제, 셋째로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는 학생들의 주거권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또한 학교 재단 측에서도 수 백 평에 이르는 땅을 사들이면서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학교 측 실무 책임자인 김익환 관리처장은 캠퍼스 앞 공간을 다양한 문화의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음을 밝힌 바가 있다. 아직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문화 공간의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노후한 해당 지역은 치안과 소방도로의 확보 문제 등 효율적인 재개발을 필요로 한다. 이는 찬반 양측에서 인정한 바다. 그러나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된다. 여타 선진 대학들의 경우에서 그렇듯, 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교육 ․ 문화적인 시설의 혜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주거 문제도 주요한 문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정문 건너편 재개발 추진 구역인 만큼 앞으로 주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건국대 의 경우에는 인근 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주거비가 2배가량 뛰었다. 우리 학교 역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지금의 하숙 및 자취 시설이 사라지게 되면 주변 지역의 방값이 최소 10만 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학교와 학생사회 모두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다. 또한 아파트에 입주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하는 학생 사이의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 역시 하숙이나 자취방을 운영하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을 통한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어른들 또한 생계 수단이 없어지고 재입주비용이 없어 제기동을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작년 말 보류 결정 이후 추진위와 학교 측에서는 계획 수정안을 다시 제출한 상황이나, 추진위 측에서는 이번 안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붙이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익성을 고려한 아파트 건설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총학생회는 작년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당시와 의견에 변함없이, “아파트 건설에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전지원 총학생회장은 “학교 앞을 아파트 단지가 있는 베드타운화 시킬 수는 없다.”며, “현재 주거하고 있는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대학가의 특성을 살리는 문화, 교육 시설 등을 설립하는 점진적 개발 방식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갈 예정. 전 회장은 “서울시 담당자, 서울시장과의 면담 요청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앙운영위원회와 더 논의하여 구체적 행동계획을 세우고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경대 박상환 학생회장도 “추진위에서 제출한 계획안은 아시다시피 '수익성'을 기준으로 짜여져 있다”며, “학생 대표자로서 정문 앞 재개발에 학생-학교-추진위의 삼자 대화 구도와 협상 테이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수익성이 아니라 주거민들과 그 주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재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가지 도덕적인 문제도 결부돼 있다. 동대문구의회 회의록(2007.11.16일자 구의회 시민건설위원회 제기5구역 관리회의록)을 보면 한때 용역업체에서 주민들에게 돈을 주며 접근해 추진위 구성 동의를 받아냈다는 의혹을 추궁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점 역시 정문 앞 재개발 문제의 한 가지 쟁점. 추진위는 시에서 먼저 정비 구역을 정하고 추진위를 구성하는 정식 절차와 달리 추진위를 먼저 승인 받고 추진위가 주체가 되어 정비구역을 정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로 현재 재개발 반대위원회로부터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길고 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너무 많다. 대학교 앞 공간이라는 특수한 고려 없이 상업성에만 쫓기어 가는 현실도 그렇고, 우리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도 그렇다. 학교와 나아가 학생사회에서도 고대 앞의 ‘고대적인’ 공간을 지켜나가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학교 주변을 지켜나가려는 사전 준비와 상황 판단 능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다만 우리 앞에 높여진 위기에 대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학교 인근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