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학원사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대학 사찰 부활 반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3월 30일 정경대 후문에 붙었다. 문과대 학생회(회장=조나은)는 이 대자보에서 ‘경찰이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본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과 통신업체에 특정 IP를 사용하는 학생의 신원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는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대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3월 5일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특정 IP 사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한다며 본교와 서울대·이화여대·서강대·중앙대에 공문을 보냈다. 또한 LG파워콤과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통신업체에도 통신자료를 요청했다. 수사요청을 한 보안 3과는 경찰청 보안과에 속한 기관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의심사건을 다루는 ‘홍제동 대공분실’로 유명하다.

이 같은 사실은 공문을 받은 서울대 중앙전산원이 조세훈(서울대 국문05) 씨와 박선아(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08) 씨에게 경찰청이 해당 IP에 관한 개인자료를 요청해 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조세훈 씨는 자본주의 연구회 연합동아리 지부장, 박선아 씨는 서울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씨는 “서울대에 매우 특수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두 학생이 모두 자본주의 연구회에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공문에 적힌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중앙대는 자본주의 연구회 지부가 있거나 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표적수사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연구회는 여러 대학이 연합하여 자본주의의 시작과 변화 과정과 결과 그리고 한계점에 대해 토론하는 연구회다. 자본주의 연구회는 2005년에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대안경제 캠프와 하계·동계 워크샵을 연다. 현재 자본주의 연구회는 신입회원까지 해서 60~70명이 활동 중이다.

본교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공문이 온 것으로 알려지자 자본주의 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김보아(문과대 중문08) 씨는 지난 26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전산처 전산운영부를 찾았다. 김보아 씨는 “전산운영부 직원에게 개인 정보가 경찰청에 제공되었는지 모르며 공문이 왔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들었다”며 말했다.

고대신문이 2일 전산운영부에 해당 사실을 문의한 결과 본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산운영부는 “경찰에서 제시한 IP는 무선IP여서 사용자를 찾기 힘들다고 경찰에 답변했다”고 말했다. 정보전산처의 한 관계자는 “가끔 수사를 위해 학생들의 정보요청을 요구하는 공문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세훈(서울대 국문05) 씨는 지난달 25일 담당 경찰관을 고소한 상태다. 조 씨는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경찰이 저지르지도 않은 혐의를 씌워 개인의 정보를 모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고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류제성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류 변호사는 “경찰이 법원의 허가 없이 IP 접속장소(주소지)를 요구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 소송을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요청했다”며 “자본주의 연구회는 조사하지 않았고 그 단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경찰을 고소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원 안암총학생회장은 “대학사찰 의혹이 사실인지 먼저 검토돼야 한다”며 “경찰은 기본적으로 합법적 절차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