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이달의 책들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민음사

재난이 된 여행, 상품이 된 재난

첫 소설집 <1인용 식탁> 이후 3년 만에 펴낸 윤고은 작가의 두 번째 단편 소설이다. 여행사 직원인 고요나는 어느 날 상사 ‘김’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김’은 회사 내에서의 입지가 불안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인물. 고요나는 회사에 사표를 내지만 ‘김’은 고요나에게 한 달의 휴가를 제안한다. 그러나 휴가지로 찾아간 ‘무이’에서 고요나는 일행을 잃어버리게 되고, 쇠락해가는 관광지 ‘무이’에 남겨진다. 재난이 된 여행에서 고요나는 호텔 직원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는데……이 소설에서 일상은 재난과 뒤섞이고 재난과 여행의 구분은 모호하다. ‘이곳’을 떠나서도 다시 ‘이곳’을 만나게 되는 이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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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빈, 『수치심과 죄책감: 감정론의 한 시도』, 바다출판사

‘내 안의 타자’에 대한 심층 탐색

나는 나의 주체인가. 수치심과 죄책감의 감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한 철학서가 출간되었다. 본교 철학과 임홍빈 교수의 저서다. 일반적으로 수치심과 죄책감은 도덕률과 연관된 감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 자기정체성에 대한 물음과 관련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수치심과 죄책감은 우리가 내면 공간을 타자와 함께 공유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감정이다. 수치심과 죄책감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감정과 정서의 문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롭고 건강한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감정론에 대한 심층적 탐색이 단순한 이론적 분석을 넘어 삶 자체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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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J. 린든, 김한영 옮김, 『고삐 풀린 뇌』, 작가정신

뇌의 주인은 올바름이 아니라 쾌감이다

미국의 신경학자인 데이비드 J. 린든 교수(존스홉킨스 의과대학)가 썼다. 부제는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이다. 부제에서 감지할 수 있듯 이 책은 중독을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서 다뤄지는 중독의 대상이다. 중독 하면 흔히 도박이나 마약 등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기부나 운동도 중독의 대상으로서 같이 다룬다. 중독은 쾌감에서 강박으로 나아간 증상이며, 이때 뇌에서 나타나는 신경화학적 변화는 그 대상이 기부든 도박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즉각적 즐거움이든 고상한 즐거움이든 뇌는 쾌감을 따를 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신경계에서 선과 악은 하나이며, 우리가 어떤 경로를 취하든지 간에 쾌감은 우리의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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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란 마이클. 김철규 외 역. 『먹거리와 농업의 사회학』. 따비.

먹거리와 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서 번역 출간

먹거리와 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서이자 개론서인 󰡔먹거리와 농업의 사회학󰡕이라는 제목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은 ‘먹거리와 지속가능성 SSK 연구팀’이 맡았다. 이제는 국내에도 여러 먹거리에 관한 책이 나와서 사실 ‘먹거리’라는 주제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이론적 논의가 매우 탄탄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번역을 담당한 국내 전문 연구자들이 첨언한 한국의 먹거리와 농업에 대한 논의들이 본문과 잘 조화를 이룬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2: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