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인터뷰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본교 주차관리원 담당 조두환 전임자



주차사업장화 되고 있는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민족사학의 명문, 자유·정의·진리의 건학이념, 고연전, 크림슨 색 등등이 우선 떠오른다. 그런데 본교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징들은 관념적으로 여겨질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려대학교에 온다. 도보로 본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와 닿는 것은 민족사학의 명문이라는 상징적 명칭이 아니라 오히려 혹두기 공법으로 마감한 울퉁불퉁한 돌건물들과 중앙광장 등 여러 광장들이 어우러진 교정일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두 개의 지하철역이 본교에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이 본교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주차 유도 및 정산 일을 하시는 분들이다. 즉 본교의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주차관리원들이 결정적으로 관여한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주차관리원들의 불안


주차관리원들은 사실상 본교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주차관리 시스템 전문 용역업체 아마노코리아(주)에 소속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므로 고용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노조도 올해 3월에야 설립되어 민주노총 공공노조에 편입되었다. 그것도 기존에 본교의 청소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고려대분회 노조를 설립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인문계캠퍼스와 안암병원 및 자연계캠퍼스의 주차관리원들은 올해 3월 이전까지 적정 근무시간 준수나 시간외수당 및 위험수당 등 노동자의 마땅한 권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노조가 설립된 3월 이후 주차관리원들의 근무여건은 약간이나마 개선되었지만, 아마노코리아 입장에서 봤을 때 노조가 없었던 예전 시절과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데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노코리아는 학교 측과 더 높은 금액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고려대학교 주차관리 시스템 관리업을 포기하려 했다. 학교 측에서는 돈을 더 쓸 의사가 없었으므로 이에 따라 아마노코리아가 아닌 다른 용역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용역업체가 바뀐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주차관리원들의 근로조건이 현재보다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차관리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심정으로 일하고 있을까? 주차관리원의 노조대표격으로 일하고 있는 조두환 전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민족사학의 명문 고려대학교라는 신성한 학원이 주차사업장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노코리아는 적자를 보고, 재단에서는 최대한 돈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이로 인해 이번에 주차관리 담당 업체가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체가 바뀌면 우선 주차관리원들의 임금이 깎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존의 근무조건이 악화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고용승계가 100% 이뤄지지 않고 새로 들어온 업체의 입맛에 따라 근로자들을 선택적으로 고용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근로자들은 새로운 업자로부터의 억압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우리 근로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사협의회에서 대화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진 것이 없는 저희로서는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재단과 근로자들 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이것이 외부에 알려지게 됩니다. 학교가 시끄러우면 무엇보다 학교 명예에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대학교에 비정규직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고려대학교가 주차사업장화 되지 않고 신성한 학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주기를 바랍니다.”


주차사업 수익금 지출내역 투명하게 공개해야


주차관리원 노조에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조두환 전임자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적었다. 그는 자연계와 병원 및 인문계 주차관리원들을 만나며 근무중 애로사항이나 개인적 가정사 등을 들으며 발품을 팔았고, 또한 새로 본교의 주차관리업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 용역업체 담당자와 만나러 다니느라 분주했다. 게다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후, 한국 대학 전반의 현안인 학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서울시립대 등 다른 대학의 집회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의 일정은 연대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시켰다. 노조의 활동 양상에 대해 말하던 중 조두환 전임자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향해 주차수익금의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단에서는 학내 주차장을 통해 억 단위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익이 과연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가는 의문입니다. 그 수익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궁금해 하겠지만, 실상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재단은 주차장 운영 수익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밝히고 학생들의 장학사업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학생들도 재단의 주차관련 수익금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성한 학원은 주차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보다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교수 및 강사와 박사과정생은 본교에서 판매하는 정기주차권을 구매하여 주차장을 이용한다. 물론 학부생 및 조교를 제외한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생들도 종종 차를 학교에 가져올 일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꼬박꼬박 학교에 주차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주차수익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고려중앙학원이 방만한 적립금 운영으로 1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던 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6억 원 가량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납했던 일 등의 과거사를 비춰볼 때 재단의 재정사용이 학생들의 교육권 향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뤄진다고 믿기는 어렵다. 주차장 운영 수익금 사용내역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두환 전임자는 본교를 지칭할 때 반복적으로 ‘신성한 학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굳이 건학이념을 재론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대학에, 특히 명문대학에 바라는 바가 있다. 대학의 사회적 가치는 수익창출에 있지 않다. 학내비정규직 문제를 학교 측에서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민족사학의 명문으로서의 본교의 가치를 보다 신뢰하게 될 것이다.

박성태 기자. clsrnofu@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20: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