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학내구성원으로서의 주차관리원

고려대학교 주차관리원의 일상


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누구나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을 유도하는 주차관리원을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용차로 통학을 하거나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다. 본지는 <고려대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본교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원들의 생활과 고충을 들어보았다.

주차관리원의 공식적인 업무는 효율적인 주차장 사용을 위해 차량의 주차 공간을 안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내에서 주차관리원의 업무는 크게 정산업무와 유도업무로 역할이 분담된다. 정산반은 차단기를 조작하고 주차시간에 비례하여 주차료를 징수한다. 유도반은 주차장 출입을 유도하며 차량번호 및 주차예정시간을 기록한다. 외부 차량의 주차장 외 교내 진입을 통제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인문계 캠퍼스에는 18명, 자연계 캠퍼스에는 6명, 총24명이 본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주차관리원들은 현재 위탁 용역업체인 아마노코리아(주)에 소속되어 있다. 아마노코리아는 일본 기업인 AMANO 코퍼레이션의 자회사로 주차 및 유도 관제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기업이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7개 주요 사립대가 아마노코리아에 주차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공식적인 행사일정 전달되지 않아
우리처럼 일하는 사람들 대우해주는 경우는 드물어


주차관리원 A씨는 성북구청에서 진행한 직업 알선 프로젝트를 통해 주차관리원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교에서 3년간 근무했으며 본교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작은 사업을 진행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주차관리원 근무는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난다. 총 12시간 근무다. 출근을 하면 먼저 라이시움 지하 주차장 내부에 있는 주차관리 사무실로 향한다. 주차관리 사무실 안에 근무복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도반 근무를 하는 A씨는 근무시간 내내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시간마다 교대를 서기 때문에 그 시간을 이용해 쉴 수 있다. 경우에 따라 50분 일하고 10분 쉬거나 30분 단위로 교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는 보통 교대시간을 이용해 학생식당에서 한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모두 학생식당에서 해결한다. 식대는 회사에서 지급하는데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깝고 가격이 저렴한 학생식당을 애용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주차관리원 업무를 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 학교와 체계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수시나 정시 논술 면접 등 학교에서 진행되는 공식적인 행사가 있는 날에는 업무량이 폭주한다. 그런데 행사 일정들이 주차관리원에게 전달되지 않아 당일에 방문객들에게 물어야 알 수 있다. “가장 바라고 점은 학교와 연계가 잘 되었으면 하는 점이에요. 교내에서 행사가 진행되거나 화정체육관에서 공연이 있을 때 주차관리원들에게도 안내가 되면 좋을 텐데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런 날은 주차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단히 고생을 합니다. 총무과에서 행사 일정들을 잘 전달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연락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당일에 당황할 때가 많죠.”

다른 힘든 점으로 A씨는 대기시간에 학교 안에서 쉴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학생들은 도서관 내부에 휴게실이나 로비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주차관리원에게는 별도로 쉴 장소가 마땅치 않다. “휴식시간에는 보통 중앙광장 지하에 있는 기사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요. 기사대기실은 교수나 학교 관계자의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들이 대기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공기가 매캐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는 아니죠. 라이시움 주차장 안에도 주차관리 사무실이 있지만 이곳은 쉴 수 없는 좁은 공간이에요. 주차관리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복장에 대해서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고 A씨는 말했다. “복장과 관련해서도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지금 날씨가 이렇게 쌀쌀해졌는데 여름 옷을 입고 있어요. 넥타이도 6-7년은 된 것이고, 옷도 입던 것을 계속해서 되물려 받고 있어요. 복장도 깔끔하고 해야 일을 할 기분이 나는데, 너저분하게 하면 여러모로 안 좋죠. 학교에 대한 이미지 개선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본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일로 C씨는 만성적인 고용불안을 꼽았다. “2014년 2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대단히 불안합니다. 복장이나 근무태도가 나쁘다고 여겨지면 시말서를 써야 해요. 시말서를 세 번 쓰면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집니다. 정식 직원들 같으면 대우가 이렇게까지 야박하지는 않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사실상 이런게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횡포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은근히 압력을 집어넣기도 하고 심정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C씨는 국제도로기기(주)에서 근무했다. 국제도로기기(주)의 업무가 아마노코리아(주)로 승계되면서 2005년 이후 본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학교에서 65세 이상은 재계약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 더욱 불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이 먹고서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일을 할 때에는 가끔 젊은 기분도 들고 좋아요. 그 외에 특별히 일이 좋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나이 먹고 어디 가서 일을 할 수 있나 싶은 기분이 들어요.”

C씨는 주차관리원 일을 하면서 총장이나 이사장 같은 사람들이 퇴근하면서 손을 흔들어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대우해주는 경우가 드물어요. 근무를 하다보면 우리보다 어려보이는 교수들이 무작정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나 어디 가는데”라는 식으로 말을 시작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불쾌해지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서 주차관리원은 학교의 얼굴입니다. 그 학교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상대가 대접을 잘 해주면 그만큼 우리도 친절하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옵니다. 학교 측에서 의미부여를 해주게 되면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거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차량을 유도하는 주차관리원 분들의 일상은 한가하면서도 분주해보였다. 주차관리원 분들이 학교 측에 바라는 것들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공식적인 행사 일정을 전달해달라는 것,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것, 계절에 맞는 깨끗한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등. 학교가 약간의 의지만 발휘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차관리원 역시도 엄연한 고려대학교의 학내구성원임을 감안한다면 이분들의 소소한 바람을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내구성원 전체가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삶의 터전 고려대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22: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