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밀양 전문가협의체 위원)

원자력 발전을 넘어서 지역분산형 발전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우리사회 여러 모순들이 압축적으로 나타난 것
현재의 중앙집중형 화력, 원자력 발전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아.
지역분산형 발전방식으로 나아가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

녹생당 공동운영위원장과 밀양주민들의 추천으로 밀양 전문가협의체 위원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를 만났다. 그를 만나자마자 우리는 그에게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물었다.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속보가 나오고 있고, 그에 대한 적지 않은 기사들도 나왔지만,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송전탑 문제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우선  밀양 송전탑 문제가 긴 시간 지속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오랜 기간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진화해왔다고 말했다. 시작은 물론 송전탑이었다. 정부는 송전탑의 건설을 강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송전탑이 건설된 다른 지역에서 나타난 피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를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송전탑이 바닷가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필요하다는데 인식이 미치게 되었고, ‘원전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것이 터지면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다. 주민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원전문제를 야기하는 전력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대안이 없다는 정부와 한전의 대응에 직접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전탑 문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이제 주민들은 이 문제가 정치의 문제고,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나 관료들은 주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공권력을 동원해서 주민들을 누르고 있어요. 밀양에는 노령층이 많고 그분들 중 송전탑에 반대하는 거동 가능한 분들은 400~500명 정도인데요, 정부에서는 이들을 그냥 진압의 대상으로만 보고있죠. 그분들은 이러한 사회가 과연 민주주의사회냐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대목인거죠”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전탑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원자력 발전의 문제, 더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문제가 이 사건에 잠재해있고요, 우리 사회의 갈등관리와 민주주의에 대한 것들도 이 문제에 다 있어요”.

하승수 변호사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낡고 문제투성이인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는 것 말고는 아무 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얼핏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처럼 ‘일단 이번만은 짓고 넘어가자’라는 말을 하지만, 그가 조사해 본 결과 정부정책은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대안은 지역분산형 발전

밀양 송전탑의 문제가 결국 화력과 원자력에 기반을 둔 중앙집중발전 방식에 있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화력은 화석자원과 환경오염의 문제, 그리고 원자력은 위험성에 큰 문제가 있다며 지역분산형 발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분산형 시스템이라면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등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지역에서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나 서울이나 지방 대도시들에서요. 유럽 국가들은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원전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것이죠. 우리 녹색당도 2030년에는 원전에서 그리고 2050년에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작금의 에너지 체제는 재벌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체제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전기를 값싸게 많이 쓰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온갖 특혜를 얻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이 체제가 자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온갖 지원을 몰아주며 인위적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 아닐까요? 밀양송전탑도 삼성과 대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곳이죠. 물론 실제 공사는 하청업체들이 하고 있지만요. 우리는 이것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진보?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녹색당에 대해 물었다. “녹색당은 신생정당이고요, 기존의 진보정당들과는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지요. 재정은 당원들이 당비로 유지하고 있고요, 14개의 지역조직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이나 생협 활동을 하던 활동가와 시민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모인 당입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에 덧붙여 낮은 인지도와 소수당에 불리한 선거제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은 2016년 총선에서 원내정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녹색당은 기존의 진보정당들과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존 진보정당들과는 경제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진보가 가능할까요? 저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더 이상 경제성장에 집착하지 말아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녹색당의 입장입니다. 탈성장과 산업구조개편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탈원전’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시스템 전환과정에서 충격은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서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원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당초 환경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가 2004년 부안문제를 계기로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거기서 주민투표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이른바 원전마피아를 경험하게 되었고,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오늘 제가 한 밀양이야기나 녹색당 이야기에 분명 공감하신 부분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대학원 공부를 하는 분들에게는 우리 시대에 대해 깊이 있고 냉철하게 생각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지금이 지구적, 국가적 차원 모두에서 전환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이들은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전환의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편집위원회
정리: 최은영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9: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