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처음일 191호를 읽고

본교 교육대학원 기업교육 석사과정 양유정



대학 입학 후 10년만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저녁과 주말에는 학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학생이 아니라 학생 코스프레인 까닭은 그 역할이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 되어서이다. 그 와중에 만난 10월 대학원 신문은 내가 다시 학생으로서 새롭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론인터뷰>, <쟁점기획>, <저자 인터뷰>였다. 아울러 <원우 발언대>, <강사 발언대>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시론인터뷰>에서는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강연을 대관취소로 대응한 학교 측의 입장은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민주광장에서 진행한 강연을 진정한 아고라였다고 소회를 밝힌 표창원 교수를 보며 그에게 조금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되었다. 표창원 전 교수로부터 정의는 올바름이라는 정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학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그의 이야기도 좋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닌 진실을 수호하기 위한 공부를 하라는 그의 당부는 대학원 신문만의 색깔이 들어나는 내용이었고, 그래서 더 와 닿았다.  

<쟁점기획>에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여성비하를 다루었다. 나 역시도 때로는 귀찮아서 때로는 불편해서 동조하거나 모른척했던 내용이기에 읽고 난 후 오히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미루고 미루어 놓았던 숙제를 꺼내놓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쟁점기획>은 전체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비하가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짚어주었다. 여성혐오는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제가 흔들리며 반복 재생산되고, 약자 혐오가 억압에 대한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한다는 분석은 동의할 만 했다. 그리고 개인에 대한 비난이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성 비하 뿐 아니라 다른 사회 편견과도 연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의식 전환 말고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사회적으로 별다르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저자와의 대화>에서는 관심 있는 작가와의 신작이 소개되어 좋았다. 김사과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이고 또 그녀의 소설에도 공감되는 소재가 많아 눈길이 가는 작가다. 그동안의 작품과 연장선상에 있지만,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천국에서’가 기대된다. 다른 작가의 인터뷰처럼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지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는 소설에서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이게 그녀의 소설을 기다린 사람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주리라 생각한다.

<원우 발언대>에서는 30대, 학생,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고, 나 역시 아직 닥치지는 않았으나 해야 할 일들과 해내야 하는 일들의 갈등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 했다. <강사 발언대> 역시 공감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처음 이 일에 발을 디뎠을 때의 생각이 ‘업’이라는 이름으로 잠식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이 글이 계속됨으로써 어떠한 울림을 줄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그밖에 <논문>과 <학술동향>은 대학원 신문에서만 다룰 수 있는 꼭지라 생각하고, 다른 전공을 들여다 볼 수도 있어 앞으로도 관심 읽게 읽어보아야겠다.

이번 대학원 신문이 처음이라 이전 호와 전체적 흐름을 이야기하기에는 제한이 있었다. 다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데 그 내용을 압축하는 제목이 있었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대학원 신문은 다음 달에도 빠짐없이 읽어볼 테다. 한 달 동안 고민해볼 화두를 던져주기도 하거니와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학내에 있다는 것이 어떤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0: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