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낱낱이 밝혀야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일 년이 다 돼 가지만 정권자체에 대한 신뢰가 위태롭다. 이는 선거과정과 당선 이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의혹들 때문이다. 국가 권력기관과 군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아전인수격의 변명과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칠 검찰의 국정원선거개입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의 수장은 아직까지 공석 상태 이며, 특별수사팀장은 의혹만을 남긴 채 경질됐다.

비합리적이며,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를 벌이는 정권이 구성원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을 통제할 법적, 윤리적 기준의 타당성은 설자리가 없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아노미가 점점 만연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소모적인 정쟁을 그만하고 민생현안에 집중하자고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당사자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몰상식하고 안이한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달 28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는 이러한 모습을 다시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정 총리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공명정대한 수사를 천명하면서도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다. ‘혼란’을 지속시키는 당사자가 의혹을 해결할 생각은 않은 채 ‘국민경제’를 볼모로 내세우고 있는 꼴이다. 또한 정 총리는 “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왜 이런 말을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해야 하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자, 해결 주체인 대통령은 언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는 허탈한 웃음만을 자아낼 뿐이다.

우리는 상아탑의 연구자이자 동시에 사회 구성원이다. 학문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동시에 사회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건강하지 못할 때, 상아탑 역시 온전할 리 만무하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해결의지이다.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정당성을 확립하는 건, 경제도, 민생도 아니다. 바로 정권획득과정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뿐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3: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