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 밖의 문학교육을 위하여

김미성(국어교육과 박사과정)



문학교육의 필요성을 물으면 일반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을 몇 가지로 모아볼 수 있다. 문학이 감수성을 길러주고, 언어 사용 능력을 향상시켜주며, 인성을 도야한다는 것 등이다. 어느 정도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학을 오래, 많이 공부해온 나 자신이 회의적이고, 신경질적으로 예민하며, 외로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스개소리지만, 친구들이 한창 임용고사를 준비할 무렵 만나서 들었던 말이 있다. 대화에 문학 작품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말하였을 때 이해하고 재미있어 하거나 문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은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국어과 임용고사 준비생이거나, 아니면 아직까지 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이상한 놈들뿐이라고 말이다.

문학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글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구가 “시삼백(時三白)을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사무사(思無邪)”일 것이다. 논어 위정편의 2장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시’는 ‘시경’을 이르는 것이다. 나라에서 민간의 노래들을 수집하여 골라낸 것으로 ‘작가의 개인 창작물’을 의미하는 오늘날의 ‘시’와는 다르다. 또 논어에는 공자가 소설을 좋지 않게 말하는 구절도 있지만 그 구절이 인용되는 경우는 없다. 그때의 소설은 지금의 소설과 위상이 다르다지만 그건 시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맞지 않는 과거의 문학관에서 보고 싶은 말만 따오는 것에서 벗어나 현대적 관점에서 문학교육의 가치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석사 재학 무렵 “네가 생각하는 가장 문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뇌가 재부팅 된다는 게 뭔지를 느꼈다. 중1 때부터 문학이 좋으니까 문학을 하겠다고 다짐했으며 그 후로 꾸준히 습작을 하고 문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놓지 않고 살아온 2n살 석사과정생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문장만 떠올랐다.

그런데 문학이 뭐더라?

학문이 분화되기 이전 시기의 문학은 학문을 의미했다. 지금 문학교육이 정의하는 문학은 여러 학문 중의 한 분과로, 언어를 다루는 예술 장르로서의 문학이다. 그리고 문학 언어라는 의미를 가지는 시적 언어는 일상 언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국어사용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국어 교과의 하위에 문학이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문학교육의 필요성을 논하는 말이 구차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시를 많이 공부하여 고급한 시적 언어에 익숙해지면 일상의 언어생활이 고급해진다는 이야기인데, 문학교육의 필요성을 그렇게 말할 때에 우리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시적인 비문학’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물론 문학교육의 영역에서 교육과정은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커다란 함의에 대해서는 문학의 여러 국면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지만, 문학교육은 문학이라는 특수한 언어 예술 장르를 다루는 것임이 종종 잊혀지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왜 언어를 ‘문학’과 ‘안 문학’으로 정의하는 걸까. 왜 중심에 문학을 두고 문학어에 대한 부정으로서 다른 언어를 정의할까. 나로서는 인류를 나의 ‘애인’과 ‘안 애인’으로 분류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싶다. 그래서 문학이 뭘까. 문학이 언어 예술이라면, 그건 어떤 언어를 말할까. 문학적인 것을 시적인 것에서 찾는 것은 너무 오래된 방법 같다. 시적인 것에서 문학을 찾을 때에 ‘시적인 표현을 가진 것’과 문학을 분류 할 기준이 없어지는 경우를 충분히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학의 언어는 독립적인 표현 방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계’를 제외하고 문학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는 없다. 문학은 자신을 타자화 시키는 윤리적인 형식이다. 문학이 윤리적이라고 할 때에만 그것은 환원될 수 없는 개별적 삶의 모든 디테일을 끌어안는다. 그 끌어안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언어다.

“두 남녀가 만나 느닷없이 사랑에 빠지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일이다.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결혼하게 될 것이고, 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함께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또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한사람의 죽음을 다른 사람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러니까 ‘蒲’자 다음에는 ‘桃’자나 ‘陶’자가 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蒲’자 다음에는 ‘桃’자나 ‘陶’자가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두 남녀가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연수의 단편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 수록된 작품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도입부다. 이 한 문단은 어떤 것이 문학일 수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존재에 대한 알리바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상상력의 추동력이며, 그것이 윤리적으로 구체화되었을 때 그것이 문학이다. 상상력이 부족할 때 인간은 잔인해진다. 문학은 그렇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 타인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에 대해 회의적이며 삶을 바꾸어놓는 작은 기미들에 예민한, 옳은 삶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흔들리는, 그렇기 때문에 외로운, 윤리적 인간을 형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7:3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