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의 논란 끝에 뒤늦게 한국에 상륙한 아이폰이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의식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폰의 도입은 윈도우즈와 액티브X의 조합 하에서만 상거래와 인터넷 활용이 가능하게 한 우리의 웹환경이 얼마나 국제적 움직임에 뒤쳐졌는가를 깨우쳐주었다. 그러나 이번 아이폰 돌풍을 단순하게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보급 차원으로 보아 IT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우리에게 충격적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는 현실을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아이폰의 뒤늦은 한국 상륙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의지하고 있는 경제·사회발전 패러다임을 선진국형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피부로 느끼게 한 사건이다. 개발도상국형 발전패러다임의 한계를 인식시켜 주었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워지고 선진국을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그동안 IT강국이라는 자만심속에서 선진국형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였다. 삼성전자 같은 세계 일류의 기업조차 기계와 부품만을 잘 만들면 된다는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이 IT강국이란 의미는 부품생산과 수요의 강국이지 진정한 의미의 강국이 아니라는 대내외 전문가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정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적인 각종 규제로 IT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였다.

우리나라는 액티브X를 통한 인증 의무화, 의료산업과 IT의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U헬스산업에 대한 진입장벽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규제로 서비스산업과 제조업간에 장벽을 강하게 쳐놓고 있다. 이는 아직도 우리가 서비스업이 하나의 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서비스업의 발전이 제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융합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다시 말하면 저임금 저비용을 이용하는 노동집약적 제조업 중심의 개발도상국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의 기술과 문화를 본받고 적용하는 개발도상국 단계를 뛰어넘어 우리 스스로가 창조하고 혁신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의료, 법률, 경영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창조력 있는 인재들이 발굴되고 길러져야 한다.

우리 고려대학교도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뒤돌아볼 일들이 많다. 이제 5월 5일 개교기념일이 되면 과거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 느낄 것이다. 예전과 같이 이 기간에 학교가 문을 닫아버려 낭만을 즐겨보지도 못하고, 대중가수들이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교정에 발을 디디기도 어렵던 시대는 지나갔다. 바야흐로 대학교정은 낭만과 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고려대학교 안에서도 시대의 전환을 오감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교정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침 출근시간이면  출근하는 교직원을 향해 어김없이 거수경례를 하는 경비원분의 딱딱한 모습이다. 군대 위병소도 아닌 교정에서 이러한 모습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의 교문 앞에서 군대식 인사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비단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교 문화의 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폰 등장이 주는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의 바람이 학교에도 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언종 문과대 교수·한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