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에 바쁜 걸음을 옮겨 정대후문을 지나다가, 혹은 인촌기념관 앞을 지나다가 녹색조끼를 입고 투쟁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고대의료원 조순영 지부장을 만나보았다. 단식투쟁 중에 만난 조순영 지부장은, 한 노조를 책임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간호사이자 한사람의 아내였다.

 
전국 보건 의료 산업 노동조합이 무슨 단체이며, 현재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통 기업의 흥망성쇠라던가, 지불능력에 의해 산업 노종조합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같은 문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국 보건 의료 산업 노동조합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별 전체적으로, 정부의 산업 정책이라든가 복지제도와 같은 제도적인 측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사람들이 간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그리고 민영화에 반대해서 건강보험 하나만 있으면 90%정도의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등이 있다.

  

실제 의료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5년 동안 고대 의료원에서 파업이 일어났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파업기간에도 필수적으로 유지해야하는 업무의 비율이 정부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필수 유지 비율을 모두 지켜서 병원이 돌아가는데 차질이 없었다. 문제는 병동간호사들이었는데 병동간호사들은 파업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수술이 잡혀있을 때, 병동간호사들이 환자를 버리고 나오기란 참 힘들다. 만약 병동간호사들이 참가를 했으면 훨씬 더 위력적이었겠지만, 환자가 줄지를 않으니까 도저히 병동간호사들은 참가할 수 없었다.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단식투쟁을 하면서, 본인도 물론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심정도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식투쟁을 하면서 어떤 점들이 힘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개인적으로 힘든 것은 저거 맛있겠다 이거 맛있겠다 이러면서도 식욕을 참는 것?(웃음) 파업을 할 때에도 지부장이 결정의 51%라고 지부장의 판단이 중요한데, 기력이 없고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그러한 상황이 어쩌면 사태를 이 국면으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힘들었고 가족은 남편이 묵묵히 응원해 주기는 하는데, 만나면 가슴이 아파서 잘 만나지도 않는다. 이번 파업을 할 때도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살 빠진 것을 보면 더 짠하니까.......

예를 들어서, 검사파트. CT파트, 청력파트 등등 이 있는데. CT같은 경우는 트레이닝이 1년 이상이 걸린다. 청력사, 안경사의 경우에는 트레이닝이 1년 6개월로 조금 더 길다. 그런데 2년마다 사람이 교체되면 많이 곤란하다. 환자들도 안전하게 믿고 검사를 받을 수 없고 정규직들의 경우에도 트레이닝 업무 과도 때문에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영양팀 경우에는 요즘 식중독 문제가 굉장히 강화돼서 식약청에서 관리 감독을 나오는데, 60명에서 30명이 비정규직이다. 부서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학내에서 시위하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학우들이 문선을 해주었을 때가, 가장 고마웠다.(웃음) 나이가 많으니까... 젊은 피가 수혈됐을 때 그 에너지가 얼마나 힘이 되고 기운이 나던지 모른다. 그리고 고마웠던 것은 시험 중간인데도 불구하고 서명운동도 해주고 바쁜 시간을 내 준 것이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그러지 못했는데 덕분에 학내에 홍보가 많이 됐다.

노조의 지부장이기도 하지만 간호사이기도 하다. 간호사로써 일하다가 가장 보람이 있었을 때, 혹은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는지?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병원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보람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나름 사람을 생각하고 민중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들로 차있었다고 자부하는데, 실제 병원업무에 딱 들어가니까, 환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바빠서. 환자가 아프다고 호소해도 그것을 잘 달래주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하는 일만 하는 날이 대다수였다. 지나고 보면. 내 탓도 물론 있겠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이 저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노조활동도 그때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내가 간호사를 할 자격이 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간호사란 어느 정도 직업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그래도 부당한 것을 언제까지나 묵묵히 참고 있지는 못하니까...

본인이 생각하는 이번 파업의 의의는 무엇인가?

 이번 파업을 통해, 고대 민주단체 연석회의가 생겼다. 고려대학교 재단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나 직원들이나 노동자들이 그 구성원들의 하나로서 인정받았다는 것 또한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물론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것이 더 많지만, 청년들의 활동이 조금은 부족한 것은 아쉽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설 수 있을 때 나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그것은 학우 본인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다.

현재 의료원 노조와 의료원은 잠정적인 합의 단계에 이른 상태이며, 양측의 대립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이다. 정대후문에서 고대의료원 노조가 나눠준 유인물에는 ‘좋은 기계보다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병원’이라고 적힌 문구가 있다. 다른 재벌기업 병원의 좋은 시설만을 보고 따라가려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자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 재단과 노조가 서로 힘써 학우들에게 좀 더 자랑스러운 고려대학교 병원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