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던 작년 이맘때쯤, 학내에서는 이른바 ‘폐지 투쟁’이 있었다. 한 달에 35000원의 식비를 받아 오던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폐지 개별 처분 금지에 반발해 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동안 학내의 폐지를 처분해 적은 식대에 보태왔으나 이마저 금지하자 청소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연합해 이에 철저하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사건은 식대를 25000원 인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돌아온 11월, 캠퍼스 안이 또 다시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로 시끄럽다. 최저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을 요구하며 그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가을, 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위 속에서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학교의 아침을 열고 문을 닫는 학내 청소 노동자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이공계 캠퍼스 하나스퀘어 옆 구석진 자리에 그들의 휴식처가 마련돼 있었다. 3평 남짓한 공간에 그들이 밥을 지어 먹는 싱크대와 자그마한 TV가 놓여 있다. 학교에서 23년을 넘게 근무하고 현재 퇴직을 앞두고 있는 최경순(72세) 씨는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주해진다. 날씨가 춥다고 걱정하며 따뜻한 커피를 허겁지겁 준비해 내준다. 영락없는 이웃 할머니의 모습이다.

▲우리 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 

우리 학교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88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정경관에서 12년을 근무했고, 회사가 바뀌면서 이공계 캠퍼스로 오게 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퇴직 정년 나이가 만 70세인데, 정년보다 1년 더 근무하고 있다. 이번 달 안에 퇴직해야 한다.

하루 일과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집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먼저 자식들 먹을 밥을 해놓는다. 4시 반 쯤에 집에서 나오면 학교에 5시 10분에서 30분쯤에 도착한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일을 시작한다. 일을 9시 정도까지 하고 휴게실로 돌아와 밥을 해먹는다. 다시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일을 하고 돌아와 밥을 해먹은 후 3시 정도까지 일을 마친다.

일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힘든 것은 이제 몸에 뱄으니까 괜찮다. 처음에는 정말 못하겠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했다. 이제 습관이 돼서 척척 기계적으로 일을 해낸다.

이번 시위에서 주로 요구하는 바가 임금 인상인데, 급여를 어느 정도로 받고 있나요?

임금이 너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기본급이 83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일제 근무인데 토요일도 나오고 토요일 나온 것을 수당으로 받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국민연금을 떼지 않아 10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국민 연금을 떼야 하는 다른 사람들은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당을 받는다. 대부분이 4.50대 집안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보니 애들 교육하는 데 많이 힘겨워한다. 돈 100만원 안 되는 것 가지고 (생계유지가) 되겠나.

시위를 하시는 분들을 보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뻘 나이 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가정에서 느끼는 어머니로서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다음 해인 89년도에 애들 아버지가 죽었다. 자식이 셋인데 큰 아들이 동생들은 다 시집, 장가보내고 아직도 못가고 있다. 큰 아들이랑 오랜 기간 돈을 벌어서 아파트를 하나 얻어 놨는데, 그 당시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달 말에 나가라고 했으니 나가면 이제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만 한다. (다른 청소 노동자 주부들의 경우도) 나처럼 아버지가 없는 사람도 있고 있는 사람도 있고 노는 사람도 있다. (이 일을) 생활의 전제로 하는 사람도 많고…….

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학교에서 배려해주는 거 전혀 없다. 우리가 그래서 이런 임금 인상 시위를 하는 거고……. 학교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나이를 줄여서 퇴직시키려 한다. (나 같은 경우) 이 일을 11월까지 하기로 된 건데, 학교에서 왜 70살 됐는데 청탁을 쓰느냐 그러면서 내보내지 않으면 회사가 일을 맡는 데 지장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회사에서 10월 달에 나가라고 했다.

23년을 근무하셨는데, 그동안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에 대하는 태도가 변한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학교에서 사람 취급도 안 해줬다. 그래도 노조가 생기고 나서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노조가 7년인가 8년 전에 생겼다. 나도 노조 활동을 5년 동안 했다. 회계감사 2년, 문화부장 1년, 현장 대표 3년을 했다. 노조를 하고 보니까 아줌마들이 할 말도 하고 기가 산다. 회사에서 악덕도 못 부리고, 최저임금도 지켜질 수 있다. 노조가 싸워서 식대도 35000원에서 60000원으로 올린 것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있으니까 할 말 다하고 살 수 있어서 좋다.

회사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요?

회사에서는 못하게 한다. 어제도 캠퍼스에서 시위하는데 소장이 차타고 돌아다니면서 본다고 하더라. 지금도 아마 (시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근무하며 느낀 우리 학교 학생들 모습은 어땠고, 언제 가장 보람 있나요?

인사도 잘하고 이번 시위도 몇몇 학생들이 도와줘 참 고맙다. 학생들은 다 자식 같고, 손주 같다. 학생들이 "어머니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해줄 기분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