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초가 되면 ‘교육권리찾기’라는 이름의 운동이 총학생회, 정경대 학생회, 이과대 학생회 등 많은 단체 주도 아래 진행된다. 이 교육권리찾기 운동에 항상 들어가 있는 내용 중 하나는 ‘수업권 보장’으로, 그동안 수업권을 위한 활동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졌는지 잘 알 수 있다.

수업권 문제와 관련해 KUBS에서는 이번 시간을 통해 현재 공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학인증제도(ABEEK-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도입된 지 10년에 접어들고 있는 공학인증제도가 어떻게 수업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그 밖에 다른 논란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공학인증제도’란?

공학교육인증제는 해당 프로그램(전공)을 이수한 졸업생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학실무를 적절하게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증해주는 인증제도다. 즉, 공학도가 배워야할 과목을 대학교에서 습득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추가교육을 받지 않고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평가를 희망하는 대학에 한해서 한정적으로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공학교육인증원(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of Korea)이 우리나라의 공학교육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워싱턴 어코드의 정회원이 되었다.

▶공학인증제도의 도입배경은?

우리학교 공학 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이재성 교수는 “기업에서 실무를 너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었고, 학교 측에서도 양질의 좋은 과목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점, 전공지도교수와의 상담으로 소통이 더 활발해 질수 있는 점 등 많은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공학인증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하며 그 취지를 밝혔다.

또한 공학인증제도를 획득한 학생은 워싱턴 어코드 회원국인 한국,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대만 등 12개의 국가에서 국내에서 이수한 학점을 다시 듣지 않아도 된다. 즉 국제적으로 공용되는 자격을 획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학인증제도가 문제 시 되고 있는 이유는

1999년에 도입된 이후 벌써 공학인증제도가 시행되고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7월 기준으로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한 대학은 64개, 프로그램 수는 531개에 이를 정도로 공학인증제도는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교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확산되어가는 공학인증제도의 많은 장점을 뒤로하고, 이 제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고등학교 시간표처럼?

현재 우리학교 공과대학에서 공학인증제도를 실시하는 학과는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신소재공학부, 정보경영공학부, 기계공학부로 4개의 학부 모두 공학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3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공대생이라 하여도 전공필수 및 전공선택과 같이 최소 필수과목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었던 반면, 공학인증이 시행된 이후에는 과목 대부분이 인증필수라 하여 졸업에 필요한 필수과목으로 묶이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필수로 들어야하는 과목들은 특히 전공과목인 경우가 많다. 즉, 마치 중· 고등학교 시간표처럼 설계된 과목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생겼다.

-모든 공대생이 회사타입의 인재가 돼야 하나?

애초에 우리학교에 공학인증제도가 도입된 취지를 중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산업체에서 실무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를 학교 측에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모든 공대생이 산업체 타입의 인재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공학인증제도를 포기하려는 김영만(정보경영, 10)학우는 “공대생이라 할지라도 졸업 후 금융권, 및 다른 쪽으로 진로를 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공학인증제도는 진로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탈되는 이중전공의 기회

공학인증을 취득하려면 곧바로 심화전공으로 넘어가게 된다. 즉 우리학교 학사제도 안에서는 학교를 몇 년 더 다닐 의향이 있더라도 이중전공을 신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재성 교수는 이중전공 문제를 공학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발생하는 모순점 중에 하나로 지적하기도 했다.

->공학인증제도의 실효성 문제

공학인증제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기업에 입사할 시에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공학인증을 취득했을 시 삼성, LG , KT 등 10곳이 넘는 기업에서 입사할 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 NHN 정도에 불과해 그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 공학관에서 인턴사원 모집하고 있는 삼성 SDS 최재원 과장은 “올해 인턴채용은 삼성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실습프로그램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공학인증은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고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다시 가산점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며 아직은 인사팀에서 정확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학인증제도가 다른 기업까지 확대될 것인지 아닌지 여부 역시 아직 불투명하다.

▶공학인증제도,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물론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학인증제도 자체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학생에게는 실무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자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으며, 학생상담지원을 통해 이전보다 적었던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 역시 더 활발해 질 수 있다. 또한 대학역시 교육프로그램과 평가할 시스템을 확충할 수 있고, 산업체 역시 공학인증을 취득한 학우들을 채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 도입 된지 어언 10년이 넘은 공학인증제도가 학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공학인증을 통해 정말로 이득을 보는 수혜자가 생기기 위해서는 대학과 산업체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사람들은 물건에 KS마크를 찍듯이 공학인증제도 역시 사람에게 KS마크를 찍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공학인증제도를 단순히 졸업 후 취업률을 높이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리한 학점 요구 때문에 수업권을 빼앗아 간다는 지적을 받는 제도가 아닌, 학내의 공대생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제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