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재미와 감동을 편안함으로부터 찾는 사람, <1박 2일>나영석PD를 만나다

“안됩니다!”, “땡!”

마지막 주말을 1박 2일과 함께 하고 있노라면 너무나도 냉정한 나PD에 조금은 야속한 마음이 든다. 어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진행자들을 굶기면서 방송을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추운 날 얼음물에 입수를 시킬 수 있는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그의 매력에 빠져 그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다.
벌써 5년 째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KBS 프로그램 <1박 2일>. 진정한 재미와 감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결코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진정한 재미와 감동이 무엇인 줄 아는 사람의 손을 거쳤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1박 2일>의 총 지휘를 맡고 있는 나영석 PD를 KBS에서 만나고 왔다.

-먼저, 어떻게 PD, 그 중에서도 예능 PD가 되고자 결심하셨나요?

 어렸을 적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했어요. 예능 프로뿐만 아니라 유머 1번지나 만화 같이 재밌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하지만 예능 PD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키우지는 않았었어요. 사실 "뭘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꿈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시절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는데 대본 쓰고 연출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러다 관심이 미디어 쪽으로 옮겨갔어요. 마침 어렸을 때 좋아했던 예능프로가 머릿속에 스치우면서 "예능PD가 되고 싶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준비를 해서 현재 PD가 된 거죠.

-행정학과 출신이신데, 행정학과 출신의 예능 PD는 조금 생소한 것 같아요.

 앞서 얘기했지만, 꿈이 별로 없었어요. 솔직히 신방과(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자니 성적이 모자라고, 부모님이 행정고시 봐서 공무원 하라시는데 그것도 괜찮을 것 같고... 꿈이 명확하지 않아서 무기력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전공과 다소 무관하네요.

-그런데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으셨네요. 지금 우리 대학생 중에도 꿈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어떡하면 찾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1박 2일 떠난 김C형 아시죠? 처음에 그만 두겠다고 했을 때 “이거 그만 두면 뭐 할건데?”라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형이 아무것도 안하고 방 안에 가만히 누워있을 거라는 거에요! 그렇게 있다가 정말 심심하고 지루해졌을 때 내가 처음으로 일어나 하는 일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하더라고요. 마흔이 다 돼서도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는데 대학생들이 잘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 거든요. 그래서 한번쯤은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에 대해 듣기 전에, PD님 스스로를 어필 해 주세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냥 평범한 걸 넘어서서 극도로 평범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PD가 적성에 안 맞는 건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을 정도로 낯가림도 심하고 말도 별로 없어요. 그런데 전 이런 평범함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지상파 PD란,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하는 사람인데, 평범한 사람인 제 기준에 맞춰서 재미와 감동을 찾다보니 시청자들도 재밌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1박 2일>의 성공비결, 장수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능하면 편안 웃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일요일 저녁을 흔히 가족시간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행”이란 주제 자체가 온 국민이 해 보는 거고 하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그런 일반적이고 부담 없는 주제를 진행하는 멤버들이 편하고 장난스럽게 잘 풀어준 게 그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스텝들의 출연이 잦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이다 보니 스텝과의 소소한 장난 같은 게 재밌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스텝들도 출연을 싫어하지 않더라고요. 또 오랫동안 같이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서로 편해지고 또 서로 믿게 되다보니 출연이 잦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책임의식과 관련한 것도 있는데요. 방송에 나오다보면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이 더 커지기 마련이잖아요.

-연기자들의 실제 모습은, 프로그램에서의 모습과 차이가 있나요?

 흔히들 캐릭터다, 설정이다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까지가 진짜일까?”하는 생각 많이 하실 텐데요. 본인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방송을 오래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진정성도 떨어지고 진심 전달도 힘들고... 한, 80%가 진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거의 같아요.

-장소 섭외는 어떻게 하세요?

 처음에 크게 잡고 하나하나씩 좁혀 나가요. 그 전에 섬에 갔으면 바다를 간다던지, 전에 전라도를 가다면 경상도를 간다던지. 좀 더 새롭고 다른,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려고 많이 알아보고 많이 다녀보고 그래요.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가볼만한 1박 2일 여행코스 추천해주세요!

 무조건 섬에 가세요! <1박 2일>이 섬에 많이 다니는 이유는, 섬은 어느 섬을 가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훼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대학생이라면 다르게 가야하지 않겠어요?  용기를 내서 텐트하나 들고 가도 되고 무작정 민박집을 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무조건 재밌어요! 우리나라 인심이 아직 죽지 않았거든요. 어딜 가도 환영받을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좋은 건, 멋진 자연을 내 집 안방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PD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오랫동안 <1박 2일>을 하면서 더 좋은 방송으로 시청자 여러분 곁을 지키고 싶어요. 더 재밌고 더 뭉클한 이야기로 찾아 뵐 테니까 기대 많이 해 주세요!

나영석PD야 말로 방송과 실제가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진실하기에 시청자들에게도 그의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일요일 저녁이 그와 그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웃음과 눈물이 끊이지 않길 기대 해 본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도 마련해 보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또 섬으로 훌쩍 떠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란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