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교육권리운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편 3월에 진행되는 많은 행사들 중에는 교육권리운동도 있다. 요즘 학내를 지나다니다 보면 교육권리운동에 대한 홍보물을 나눠주는 학우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학우들이 외치고 있는 구호들은 무엇일까? 이 시간에는 매년 3월 중순 쯤이면 항상 진행되는 이 교육권리운동를 깊게 들여다보려한다.

▶교육권리운동이란?

우선 교육권리운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려한다. 교육권리운동이란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에 초점을 맞춰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개선하려는 운동을 지칭하는 통상적으로 말이다. 즉 말 그대로 잃어버린 학생들의 교육권, 학습권을 찾으려 노력하는 움직임이 바로 이 교육권리운동이다. 이 운동의 구체적인 구호나 요구안들은 당시의 사회적 문제점과 총학생회의 성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점을 보이기도 하는데, 2010년도엔 “why not?"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올해엔 ‘고함(고려대를 함께 바꾸자)’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교육권리운동의 핵심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9% 등록금 인상철회, 대학본부와 대정부 투쟁으로 등록금 인하 실현
- 근거 없는 계열별 차등 책정 폐지
-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 위원회 구성
- 반학문적 강제제도 폐지 (영강 자율화, 토익 및 한자 졸업자격 요건 폐지)
- 자치공간보장 및 확충, 공간 대여 기준 완화
- 민자 기숙사 가격 인하
- 교육환경 개선- 민족고대 과, 단과대 2만 학우 요구안 실현
- 학내 미화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

▶‘공허’하게 끝났던 지난 기억들

하지만 지난 교육권리운동들을 떠올린다면 그리 성공적이었다고는 평할 수 없을 것이다. 매학기 초,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학교 당국의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공허하게 끝나왔었다. 물론 그 속에 참여했던 많은 학우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냉철히 평가해보자면 그랬다. 위에 있는 요구안 내용도 매해 반복되어 왔던 것이고, 이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공허’한 외침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평범한 학우들의 눈엔 이 교육권리운동이 매해 반복되는 정기적인 행사 정도로만 느껴질 뿐이다. 실례로 작년과 같은 경우 민주광장에서 열린 교육권리 실천단 발족식에 60명 규모의 학우만이 참여했었으며, 이마저도 학우들의 외면을 받을 채 조촐히 치러졌었다. 또한 그 구성원들도 문과대, 정경대, 이과대 등 몇몇 단과대에 국한돼있어 참여의 폭도 좁았다 할 수 있다.

작년과 교육권리 실천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한 학우는 “참가 인원에 관한 문제는 작년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발족식뿐만 아니라 교내 집회에 참여했을 때 생각보다 적은 인원의 학우들이 참여해 실망했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준비되고 있는 비상학생총회

지난 몇 년간 매너리즘에 빠친 채 답보 상태에 있던 교육권리운동. 하지만 올해는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주도로 ‘비상학생총회’를 새롭게 준비하며, 교육권리운동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상학생총회, 학생총회란 학생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학내의 주요 사안이 있을 때 이를 논의하는 자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기억들을 살펴보자면 2002년에서 2005년까지 몇 차례 성사돼 등록금을 부당하게 사용했었던 김정배 총장을 퇴진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신입생 차등 등록금 책정제를 폐지시키고 면학 장학금을 확충하는 데 큰 공헌을 했었다. 지금 백주년 기념관에 대형 열람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도 이 학생총회의 힘이 컸다.

비상학생총회의 성사를 위해선 전체 학생의 1/10인 2000명가량의 참여가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비상학생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1월 15일과 3월 13일, 두 차례의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렸었다. 전학대회에서 대의원들은 교육권리운동과, 3월 31일로 예정된 학생총회까지의 구체적인 목표와 방안을 정했고 지금도 계속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비상학생총회까지의 일정, 그리고 이에 따른 움직임들

지난 16일 총회 준비단이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총회 준비단은 ‘고려대를 함께 바꾸자’란 이름으로 첫 출발했으며, 같은 날 본관을 방문해 학교 당국에 학생들의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앞으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그리고 총회 준비단은 오는 21일(월)부터 학우들의 지지서명과 참가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이어 23일(수) 중간 집결에서는 학교 측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비상학생총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요구를 추가할지 회의할 예정이다.

한편 전체적인 일정에 따라 과/반 차원에서도 비상학생총회와 교육권리운동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학과 포효반 학생회에서는 2.9%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29인분 비빔밥 비벼먹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공계에서는 실험실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50인 줄넘기 행사를 기획 중이다.

정치외교학과/반 학생회장인 허성훤(정치외교 09) 학우는 “정외 1반은 지난 10일부터 미리 총회준비단과 실천단원들을 구성한 상태”라며 “올해 같은 경우 총학생회 차원에서 예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과반에 제안하고, 총회로 이끌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0명 학우들의 참여가 필요한 비상학생총회. 물론 아직 본격적인 교육권리 운동이나 비상학생 총회의 성공유무를 예측할 순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교육권리운동과 비상학생총회를 이끌기 위해 학생 대표자들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교육권을 위해 함께 힘쓰려는 많은 학우들의 공감과 참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