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비상학생총회, 넘어야 할 산은?

3월 31일 6년만에 상정된 비상학생총회가 열린다. 학내 곳곳에 플랜카드가 붙어있기도 하고, 총학생회에선 리플렛을 배포하기도 하고 비상학생총회 준비단을 발족 해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크게 3대 구호와 10대 요구안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이번 비상학생총회는 아직까지 학교 측과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당일이 지나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집중취재에서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번 비상학생총회를 한 번 더 짚어보고자 한다.

▶비상학생총회의 전적과 이번 비상학생총회의 준비과정

△2002년 : 비리총장 퇴진

△2003년 : 학년별 등록금 차등인상 폐지

△2004년 : 백주년 기념관 열람실 1400 확보

△2005년 : 면학장학금 10억원 확충

이번 비상학생총회의 경우 3월 13일 열린 임시 전학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이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발의됐다. 이 후 16일 “고려대를 함께 바꾸자”의 약자인 “고함”이라는 총회준비단이 발족됐다. 준비단 발족을 통해 총회 준비는 본격 가속화됐으며 24일 대표자들의 공동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 이번 비상학생총회의 3대 구호

△2.9% 등록금 인상철회 및 등록금 인하 실현

처음 2011학년도 등록금이 책정될 때, 학교 측에선 5.1% 등록금 인상안을 내 놓았다. 그리곤 차후에 합의 없이 2.9%인상률을 인하하고 등록금을 인상했다.

1월 19일 첫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등심위가 열렸지만 학교에서는 5.1% 인상안만을 고수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고려대학교 본부는 1월 27일 총장이 “3%대 이내로 등록금을 인상하라”는 말에 2.9%인상률을 확정지었다.

한편, 한국외국어대학의 경우 학교와 학생의 소통을 통해 올 해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며, 최근 경희대에서도 학생총회가 성사됨에 따라 등록금 동결에 성공했다.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등록금 인상이 터무니없는 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해마다 3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고 있어 현재 2300억원이 적립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법상 교원법정부담금과 직원법정부담금으로 이루어진 법정부담 전입금을 법인이 부담하도록 강제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 작년엔 110억원 중 40억원을 납부하고 올해엔 120억원 중 37억 납부해 현재까지 미납부 전입금 또한 90억원 남아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등록금은 인상하지 않더라도 학교를 운영 해 나가는데 큰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근거 없는 계열별 차등 책정 폐지

재작년에 학생들이 계열별 차등책정의 근거를 요청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 답변으로 학교 측에선 실험실습비와 교수인건비 그리고 건물의 유지관리비를 근거로 해 차등책정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군다나 올해는 등록금이 2.9% 오르게 됨에 따라 차등책정의 폭은 10~20만 원가량 더 커졌다. 1년간 인문사회계열과의 타 계열과의 차등 액을 살펴보면, 공대와 정보통신대학과는 264만원, 조형학부와는 274만원 그리고 의대와는 546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그 외에도 문과대 안에서는 심리학과가, 그리고 사범대 안에서는 이공계열과 예체능계열에서의 차등책정에 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실험실습비로 인한 등록금 차이는 1년에 20만원도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과대의 타과 학우들과 똑같은 건물과 교원 조건이지만 연간 131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더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비상학생총회에서는 부당한 실험 실습비를 폐지하고 부당한 계열별 차등액을 폐지하라는 성명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현재 중앙대, 동국대, 건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의 학교가 대학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시행 예정에 있는 상황이다. 우선 구조조정을 실행하려는 학교에서는 중점 학과를 육성해 경쟁력을 키우고 취업률이 높은 학과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할 격일 뿐 실은 “돈 되는 과를 키우겠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에도 재단에 직접 대기업이 들어와 있지는 않지만, 전 어윤대 총장이 취임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현재도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사람이름을 딴 강의실, 라운지가 생겼다거나 ‘100주년 기념 삼성관’, ‘LG-POSCO 경영관’ 등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건립되었고 앞으로도 더 계획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어윤대 총장은 ‘말레이지아 SDI 현지화 전략’, ‘LG 특론’등의 교과목까지 기업의 요구에 맞춰 개설했을 뿐만 아니라 LG전자에게 학생선발권, 교과목 설계권, 계약교수 파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줬고, 웅진그룹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대신에 석좌교수를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퇴직 재벌임원들에게는 교수자리를 보장해 주기도 했다.

비록 직접 연관된 대기업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위의 사례가 과거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반추해볼 때, 학교가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한 우리학교도 안전지대라고 보긴 힘들다.

▶이 외의 요구안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 위원회 구성

△반학문적 강제제도 폐지 (영강 자율화, 토익 및 한자 졸업자격 요건 폐지)

△공간문제 해결 : 자치공간보장 및 확충, 공간 대여 기준 완화

△민자 기숙사 가격 인하

△교육환경 개선

△교육환경 개선- 민족고대 과, 단과대 2만 학우 요구안 실현

△학내 미화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

▶비상학생 총회 당일 총회 진행은 ?

원래 학교 측에서 요구안을 전면 수용했을 경우 답변 수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와 의결을 한 후 마무리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4일 열린 중간집결에서 성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보다 강경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의 변수는 총장의 출석 여부이다. 총장이 출석을 했을 시 총장과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함께 논의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재요구안을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의결 한 후 본관으로 이동해 재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듣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요즘 캠퍼스를 둘러보면 비상학생총회에 대해 간과하려야 간과할 수 없을 만큼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우들이 이번 비상학생총회에 대해 알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등록금문제, 구조조정 문제 등은 우리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타격을 입는 사안이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해결이 잘 된다면야 학생인 우리들이게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판단 없이 무비판적으로 총회에 참여하는 것 보다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참가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커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