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전 흥보관 2층에 한 학우가 대자보를 붙였다. 그 대자보는 ‘우리가 직접 세상을 바꿔보도록 개혁을 시도하고, 그런 정신을 선배들이 보여준 것의 반이라도 보이자. 또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학회에 참여하거나, 실천단에 들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자보를 올린 동기는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

대자보를 붙인 민경현(한국사 대동반 11)학우는 “요즘의 대학생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예상은 했지만, 문제의식을 느낀 나마저도 침묵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의 의견을 담은 대자보를 올리게 됐다”라는 동기를 밝혔다. 이어 현재 대학 학회의 상황에 대해 “학회가 예전처럼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학회가 외부에게 탄압당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에 의해 학회가 쇠퇴하는 상황을 보고 마음이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민경현 학우를 포함한 많은 학우들은 ‘요즘 학회가 예전 같지 않다’, ‘학회가 위기를 겪고 있다’와 같은 소감을 밝혔다. 고대 내의 학생운동, 사회과학을 탐구하는 학회들이 눈에 띄게 줄기도 했으며 또한 남아있는 학회도 내부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고 있다. 물론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 폐쇄된 학회도 많다. 이런 학회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학회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의 원인은 시대적 변화와 학우의 관심 저하 및 주변의 인식

최근 학회가 예전과는 달리 학우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형남(정치외교 09) 경제포효반 학생회장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가치관의 문제를 논하지 않고, 단지 토론 대회를 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는 학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학회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민경현 학우는 “학회는 학우들이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다들 고등학교 입시제도를 거치면서 수동적인 자세가 익숙해진 것 같다”라며 학회가 축소 되고 있는 원인이 수동적인 방식의 입시제도에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지식공동체 큐브’의 학회장을 맡고 있는 윤기성(환경생태공학부 09)학우는 “전통이 끊긴게 이유인 듯 하다”라며 “학회는 몇 명이 모이는 것보다는 지도해 줄수 있는 사람의 유무나 환경이 필요한데, 예전에 고대에서 학생운동이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그만둠으로서 점차 선배가 후배에게 물려줄게 없어지다 보니 학회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기존 학회에 대한 학우들의 무관심과, 시대적인 변화도 큰 이유이다. 예전과 같이 학생운동이 활발하지 않고 학생운동에 관심을 두는 학우들이 없어지면서, 다수의 학우들이 참여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 학회 문화가 사라져갔고 그 성향이 많이 달라져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원인은 학회 주변의 시선일 수 있다. 소위 이런 학회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우들이 예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각 학회마다 성향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좌익의 성향을 가진 학회가 많은 것 같다”라며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런 성향에 대해 부정적인 학우가 많아서 학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공계열의 학회 운영은 거의 소멸 수준

이공계열 학회 상황에 대해 윤기성 학우는 “보통 공대, 이과대 단대보다는 과대별 학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예전 2005년 쯤만 해도 과반별로 학회가 모두 있었지만, 현재는 과반에 학회가 있는 곳이 약 2곳 정도이다. 또한 예전에도 대부분 기계와 관련한 학회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단과대의 성향도 학회의 축소에 큰 영향이 있겠지만, 이공계열을 통해 학생사회에서 학회가 축소 되어가는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기를 겪는 학회의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은 존재하나?

학회가 위기를 겪는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형남 학우는 “학회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심도 있게 하게 되면 학회라는 곳이 좀 더 큰 의미를 지니면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라는 제안을 했다.

이어 윤기성 학우는 “좀 더 선 후배간의 교류와 연대가 있다면 학회는 더 활발한 황동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회의 전망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나?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학우들은 학회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학회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학우도 다수 있었다. 윤기성 학우는 “포럼이나 학회에 참여하는 학우들의 상황을 볼 때 오히려 최근에 많은 학우들이 공동체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 된다”라며 “그에 따라 학회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본다”라는 학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예상했다.

예전부터 이어져온 학회들이 위기를 겪고 있고, 오히려 요즘은 취업과 관련해 단과대의 특성을 살린 학회의 활동이 활발한 상황이다. 경영대에서는 경영이라는 단과대의 특성을 살린 경영전학을 공부하는 학회들이 대다수라고 하며, 그런 학회들은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과에서도 지원을 많이 하며,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학회들은 취업과 관련한 학회 즉 학생운동과는 동떨어진 학회로 바뀌어야만 하나. 그것이 해결책은 아닌듯하다. 아무리 학우들의 관심이 적어져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의문제기를 하는 한 방식으로서의 학회는 필요하다.

학회가 다시 살아나려면 학회에 부정적인 학우들의 포섭이 필요하다. 학우들은 대부분 학회에 대해 “시대에 맞지 않게 굳이 이런 활동을 왜 하는 지 모르겠다”, “학생운동을하고, 집회를 하는 모습이 너무 오그라든다” 등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이런 학우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결국 학회는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갈 것이다.

이제 학회는 시대와 학우들의 시선의 변화를 수용해 변할 필요가 있다. 학우들을 설득함과 동시에 좀 더 학우들의 비판을 수용하며 예전의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색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국 학회를 꾸려나가는 것이 학우들인 만큼 학회의 전망에는 학우들의 관심과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고 그로서 학회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