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100일의 기다림, 이제 남은 결정은?

이번 여름, 국내 굴지의 명문 대학 ‘고려대학교’는 없었다. 6년을 동고동락한 여자 동기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특정 의대생들 때문에 학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미 3명의 가해자들에게는 구속 영장이 발부된 상태고 현재 3차 공판까지 이뤄져 그들에 대한 법적 심판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법적 절차는 이미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학우들과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학교에서는 5월 21일 사건이 발생해 24일 양성평등센터에 접수된 후 약 100일 동안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 및 징계를 진행했으며 이미 8월 16일, 의대 상벌위원회에서는 징벌 수위를 결정한 상태다. 성추행 가해자들의 징벌 수위 발표만을 남겨둔 지금, 해당 징계 절차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대 내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집중 취재했다.

▼ 사건 발생 그 후 100일

- 5.24 ~ 8.2 : 사건 접수 후 양성평등센터 조사위에서 조사 진행

학교 내에서 발생한 다른 사건들과 달리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양셩평등센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사건은 센터 내에서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별도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위원회는 징계요구조치를 의결할 수 있으며 사건과 관련된 사항들을 비롯해 조사, 심의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다. 최종 조사, 심의까지의 기간은 60일 이내로 함을 원칙으로 하고 결정된 사항을 사건당사자들에게 통보한 후 10일의 기간을 주고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가해자 3명 모두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결정이 내려져 거부되었다.

시행세칙에 의하면 ‘피해자 의사 존중 및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피해자의 진술은 1차적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정민 양성평등센터 과장은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만큼의 도움을 주도록 되어 있으며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서 센터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 8.3~ 8.16 : 의대 상벌위 구성해 징계 수위 결정

조사위원회의 자체 조사 아래 작성된 최종 보고서는 해당 단과대 산하의 상벌위원회로 회부된다. 학생상벌위원회는 해당학과 학과장과 학장이 추천한 3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해당대학 부학장이 맡게 된다. 심의 결과는 학장을 경유해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의 결과는 지도교수, 학과장, 학장 및 학부모와 본인에게 지체없이 통보하는 것이 원칙으로 이번 심의 결과 역시 이미 당사자들과 학장 및 학과장 등에게 통보된 상태다.

엄창섭 의과대학 부학장이자 상벌위원회장은 “다른 징계 건이 아닌 성추행 사건에 관해서는 센터의 연락이 있기 까지 전혀 상황 파악이 불가능하며 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와 징계 요구서만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해자들이 구속 수감됐고 피해자는 직접적으로 접촉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며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듣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징계를 심의 의결함에 있어 학생의 평소 품행, 학업성적, 공적, 개전의정, 기타 정상을 참작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 8.16~ : 후속 조치 및 발표만 남겨둔 상태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 세칙 12조에 의하면 ‘포상은 공개로, 징계는 비공개로 심의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징계 처리 결과는 가해자와 상벌위원회 위원, 학장 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건의 사회적인 관심 및 중요도에 따라 개강을 전후로 해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계속해서 발표는 미뤄지고 있다. 엄창섭 의과대 부학장은 “고려대 의대생들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심각해 많은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자신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히며 “결과는 이미 통보됐고 마지막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대다수 학우들, 출교지지

이미 출교지지 서명 운동이 2900여 명을 넘었을 정도로 많은 학우들이 가해자 의대생들에게 출교 조치를 내릴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3명 중 1명의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징계 수위에 대한 예측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에 의하면 징계 수위는 견책, 정학(유기, 무기), 퇴학, 출교처분이 있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입학 여부다. 퇴학의 경우 출교와 달리 ‘징계해제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재입학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입학의 경우에는 ‘지도교수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에 대한 특별지도 결과보고서와 징계해제에 대한 의견서가 대학장을 경유하여 학생상벌위원장에게 제출되면, 학생상벌위원장은 학생상벌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의를 받은 다음 대학장에게 경유하여 총장에게 징계 해제를 제의’함으로써 이뤄지도록 되어 있다. 또한 학교에 대한 공헌 정도가 인정되면 절차를 거쳐 기록 말소도 제의할 수 있다.

한편, 2006년도에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에 참여해 교수 감금 사태로까지 번져 출교당한 바 있던 학생들은 2주 만에 결정되었던 것과 대비된다며 학교에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동오 학생지원부장은 “성폭력 및 성희롱과 관련되지 않은 사항은 징계위원회가 바로 꾸려져 징벌이 결정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의 경우 양성평등센터의 조사 기간을 거친 후 징벌이 결정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저번 출교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밟아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있고 이를 이유로 많은 학우들이 징계가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학생 사회 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도 가해자들의 출교를 지지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1인 시위를 벌여온 (준)고려대 성추행 의대생 출교 촉구를 위한 시민모임의 졸업생 김현익(전전전, 99) 씨는 “6월 8일부터 25명 정도가 참여해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으며 앞으로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의료법 8조 개정 운동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과대학 및 대학원 학생회에서는 “교수들의 의견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2차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지난 1일 임시 전학대회를 앞두고 성추행 가해자 출교 및 학교 당국 규탄의 건을 발의했다.

▼ 교육 과정 및 분위기 쇄신 단행한 의과 대학

현재 의대 내에서는 모든 음주 행위가 금지된 상태다. 어떤 공식적 행사에서도 술을 마실 수 없어 사이다나 생수로 대체하고 있다. 알코올 섭취를 통한 약리 효과를 실험하는 실습 역시 제한된 상태다. 전 학년에 걸쳐 양성평등 교육을 받고 있으며 2013년에는 이와 관련해 교과과정 개편을 앞두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모든 외부 활동이 금지된 상태며 지도 교수를 통해 허가와 확인을 받아야 갈 수 있다. 만약 엠티를 간 것이 발각될 경우 바로 폐소 조치가 취해진다. 또한 지도 교수를 통한 윤리 교육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학교 당국, 현명한 대응 요구돼

지난 2일, 피해자 여학우가 직접 본인의 심경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 방송되었다. 그동안 학교 측의 말대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철저히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이 학교 세칙에 맞게 철저히 이뤄진 만큼, 가해자들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학교 측의 발 빠른 대처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정에 의하면 센터장이 가해자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요청된 경우, 피해자의 요구에 맞게 '가해자의 실명을 포함한 사건 공개와 공개실명사과‘ 등을 발의할 수 있다. 더불어 ’가해자가 사후보복을 가하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가중조처 혹은 해당 징계기관에 징계를 재발의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면서 사실 관계와 다른 추측 보도와 소문들이 무성하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심적 고통이 더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에 관해 무차별적으로 보도하기 보다는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행 및 성희롱 사건들이 해결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사건에 대해 과도한 추측과 넘겨짚기 식 보도 등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 관계에 의거한 학교 측의 신속한 결정과 추후 대응을 기대해 본다.

작성자 : 성혜란, bz664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