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된 대학과 돈을 내라는 대로 내야하는 대학원생


‘자본’으로 기능하는 대학

2014년부터 대학원생의 학비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서 돈을 더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것처럼 고려대학교는 이제 기업과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학교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일단 시초축적이야 이미 친일기업가를 위시한 여러 사람들이 해놓았으니 설비와 노동력을 싼 값에 사와야 한다. 학교에서는 계속 기부금을 받아와서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설비들을 계속 최신화하는 동시에 이윤창출에 필요한 노동력을 싼 값에 사온다. 산업예비군이 많기 때문에 노동력 수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설비와 노동력을 결합해서 상품을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이윤을 만들어내는 곳은 노동력이므로 비교적 머리를 써서 관리한다. 일부는 하청을 줘서 관리의 어려움을 회피하는 동시에 가격을 후려치기도 하고 일부는 이중 노동시장을 만들어서 비슷한 일을 시키면서 한쪽만 잘해주는 방식을 취해서 이이제이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물론 떼로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당근도 준다. 이렇게 상품을 만들어내면 이것을 비싼 가격에 팔아야하는데,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이 상품의 질은 그 누구도 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 때문에 메이커만 잘 부착시키면 만사 끝이다. 다만 가격 결정권이 전적으로 학교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때때로 주변 눈치를 좀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매해 반복되면서 자본은 확대재생산을 하게 된다. 물론 자본이라는 것은 공황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누가 집권하든 국가가 뒤를 잘 봐주고, 소비자가 돈이 없으면 국가가 돈을 잘 빌릴 수 있게 해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데다가, 교육 관료들은 대부분 대학과 이심전심 통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적은 편이다.  


대학의 호갱님, 대학원생

그런데 근래 들어 ‘반값 등록금’이다 뭐다해서 생각만큼 물건가격을 잘 올리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던 고려대학이 시쳇말로 호갱님을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대학원생이다. 사업의 주력이었던 대학생 장사는 이제 업계 전체가 지나친 가격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면서 적어도 당분간은 마음껏 가격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달랐다. 이들에게 가격을 올린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다가 이들이 집단으로 소비자운동을 벌여서 영업에 어려움을 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생 시장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올 사람이 안 오는 상황도 아니다. 메이커를 감안한다면 과점적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최근에는 대학원만 등록금을 계속해서 인상해왔다. 물론 혹시하는 마음에 한해는 특수전문 대학원만, 다른 한해는 일반대학원만 인상하면서 간을 본 다음, 아무 일 없이 사업이 잘 되자 이번에는 함께 올렸다. 그뿐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상품이 아니었던 것도 상품으로 만들어서 강매한다. 수료생도 이제는 매학기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호갱님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뭐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내라는 대로 내야지 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를 대변해줄 힘 있는 정치인을 찾기도 쉽지 않고, 한자리수 투표율로 선출된 자치기구야 선출된 이들이 설령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학교에서 대화상대로 여기지 조차 않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정말로 더러워서라도 빨리 졸업하는 것이 호갱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편집위원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3 23:5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