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7일, 본교생 A씨가 자신의 하숙집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A씨의 전 남자친구인 본교생 B씨로 경찰조사 결과 그는 헤어진 A씨를 약 2개월 간 따라다니며 다시 교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끔찍하고 안타까운 범죄로 이어진 ‘스토킹’은, 한국여성의전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성폭력 피해 유형별 현황에서 스토킹이 성추행(23.7%), 강간(20.0%)에 이어 90건으로 3위(1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을 가볍게 바라봐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된 처벌 근거법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작년 3월부터 스토킹 행위를 경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에서 규정한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는 행위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등이다. 여기서 처벌이 가능한 경우는 △3회 이상 면회·교제를 요구하는 경우 △2회라도 상대방에게 공포·불안감을 주는 명백한 사유가 있을 경우 △스토킹 신고를 한 차례 당했음에도 지켜보거나 따라다니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등이다.
현재 스토킹 행위는 일반 경범죄 처벌조항에 근거해 8~10만원의 벌금형에 그친다.  이수정(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강력범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행위인 스토킹을 단순 경범죄로 취급한다”며 “일반적인 스토킹 행위는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접근금지명령을 선고받은 피의자가 이를 어기는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스토킹 행위는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는다. 이수정 교수는 “단순 벌금형으로 끝날 경우 2차, 3차 범죄가 발생될 수도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국내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 영국의 경우 1997년 시행된 ‘괴롭힘 방지법(Protection fro, Harassment Act 1997)’에 따르면 일반 스토킹의 경우는 6개월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이 병과되며 가중적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벌금형이 병과된다. 호주의 경우 1935년 이미 스토킹 행위에 대한 규제 내용이 형법에 포함됐으며 피해자가 공포심을 가졌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진술표명이 뒷받침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수정 교수는 “한국은 스토킹을 일종의 남자가 할 수 있는 구애행위의 범위에 포함시켜 버린다”며 “스토킹 행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법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신고가 절실하다. 박상윤 종암파출소 경위는 “스토킹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나 진술이 가능한 피해자의 신고가 없는 이상 스토킹 가해자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피해자들은 스토킹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해 신고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본교생 L씨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렸다. L씨의 이별통보 이후 연락을 하지 않겠다던 전 남자친구 S씨는 일주일이 지나자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지 않은 채 휴대폰 번호를 2번이나 바꿨지만 번호를 알아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계속 전화를 무시하자 다른 사람의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하루에 6~70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을 정도로 그의 집착은 심각했다. 전화로 해결되지 않자 이제는 L씨가 사는 하숙집에 직접 찾아와 몇 시간 동안 집 앞을 지키고 있거나 L씨의 집으로 편지와 꽃다발을 보내는 등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L씨는 “경찰에 신고하기 이전에 전 남자친구이기도 하고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은 스토킹이 범죄임을 사전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노정민 본교 양성평등센터 상담원은 “스토킹 피의자의 90% 이상이 지인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도 남자들이 일종의 구애행위를 심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범죄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게 잘못된 행위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과 내 스토킹의 경우 신고를 하기는 더욱 어렵다. 본교생 M씨는 같은 학과 선배에게서 지속적인 온라인 스토킹을 당했다. M씨와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04학번 선배 C씨는 M씨의 번호를 알아내 계속 카톡을 보내왔다. 대화의 내용은 “미스코리아 닮았네?”, “뭐해? 만나서 오빠랑 놀자”, “남자친구 없니?”, “얼굴이 너무 예뻐” 등과 같았다. 또한 M씨가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마다 3분 안에 “프로필 바꿨네? 이쁘다”, “머리 자른게 훨씬 이쁘다” 등의 카톡을 보내왔다. 밤 12시가 넘어 수 십 통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M씨는 “소름끼치고 신경이 쓰였지만 내가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며 “신고를 하기에도 뭔가 애매한 것 같았고 신고를 했을 경우 학과 내부에서 난처한 입장이 될 것 같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정민 상담원은 “지속적으로 봐야하는 학과 내, 또는 직장 지인에 의한 스토킹은 피해자들이 가장 신고하기를 두려워하는 경우”라며 “계속 봐야하는 동료, 또는 선배에게 강경한 대응을 했을 때 조직 내에서 자신의 평판과 피의자와 다시 마주치는 상황으로 인해 지녀야 하는 부담감이 훨씬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노정민 상담원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원활히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토킹을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 국회 계류중
작년 6월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스토킹 방지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제남 의원 정책비서 홍정아 씨는 “현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라며 “빠르면 4월 임시의회에서 논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의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여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동시에 △스토킹 사건에 대한 응급조치 △신변안전조치 △임시조치 △보호처분 등 피해자 보호를 지원하는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홍정아 비서는 “스토킹이 경범죄가 아닌 확실한 범죄로 인식되도록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조금 더 강력한 처벌을 가능케 해 스토킹 범죄가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4월 임시의회에서 논의된다고 해도 정식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일부에서는 스토킹 방지법이 발의되기 전까지 최소한 학교 규정을 통해 교내에서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를 막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수정 교수는 “현재로서는 법적인 구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학교 규정으로 더 강력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 2조 4호에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와 함께 정신적인 협박이나 물리적인 강압 및 기타 다른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본교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상담원은 “스토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특정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학교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다”며 “실제로 몇 명의 스토킹 가해학생이 공식적인 경고를 받거나 무기정학 또는 퇴학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1학년 세미나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교육’에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본교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신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안암총학생회(회장=최종운)에서도 학생들이 스토킹 범죄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신유정 총학생회 기획국장은 “연세대의 이글가드와 같은 조직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02:5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