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시달려오던 분식집 주인, 딸 대학등록금 때문에 금고 뚫어’, ‘딸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70대 이웃집 노부부 살해한 50대 구속’...

포털사이트에 대학등록금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최근 사회면 기사다. 등록금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만큼 큰 이슈로 다뤄져왔다. 특히 우리학교는 올해 학부 등록금 인하폭이 작년보다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원 등록금은 인상돼 학내에서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맘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대학 등록금,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취재해보았다.

초반부터 이상기류 감지된 2013 등심위

올해 등심위는 학교 측이 등록금 3.5%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초반부터 삐걱댔다. 이에 우리학교 예산팀 박정기 부장은 “지난 5년간 교직원 급여인상 폭이 극히 적어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고, 계속되는 물가 상승도 고려해야 했다”며 인상안을 제시했던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학교가 제시한 인상안이 타당한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교직원 급여인상은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교직원 급여인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학생 복지, 강의환경 개선 등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민주통합당 유은혜 국회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67.9%, 액수로는 305만원의 대학 등록금이 인상되는 동안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7.6%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더욱이 조사한 대학의 44%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늘어났다. 현실적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이 강의 환경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교 측이 제시한 등록금 인상의 두 번째 근거인 물가 상승은 등록금 인상과 큰 연관성이 있을까? 이에 대해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물가상승률과 등록금은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학교의 사업, 공사비 등을 확보할 때 아예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요인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등록금 인상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한 진짜 이유는?

학교가 등심위 초반에 왜 인상안을 제시했는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국가장학금 2유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1유형과는 달리 2유형은 정부가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올해 2유형의 장학금을 학교에 지원하는 조건이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였다는 것이었다.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안을 그대로 고수했다면 우리학교는 올해 국가 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장학금 확충 포기를 감수해가며 학교는 인상안을 제시한 것일까? 이는 아니라는 것이 황순영 총학생회장의 의견이다. 애초에 학교 측은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실제론 동결을 생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등록금 3.5% 인상안은 학생대표 측을 압박하고 최소한의 인하율을 이끌어내겠다는 학교 측의 협상 전략이었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부 등록금은 1% 인하됐다. 전년과 같은 수의 학생이 학교에 등록했다고 가정했을 때 학교 측의 손실은 약 2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손실액을 고려했을 때 등록금 1% 인하는 학생 대표 측이 학교 측과 치열한 협상을 통해 얻어낸 값진 결과지만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숫자를 본다면 이는 분명 아쉬운 결과다.

일반대학원 등록금 2% 인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우리학교 학부 등록금이 1% 인하되는 동시에, 일반대학원의 등록금은 2% 인상됐다. 이 때문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교내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다른 학교 대학원학생회와 연대해 집회를 여는 등 활발히 투쟁하고 있다. 원총은 “등록금이 인상되는 것도 서러운데 학부의 인하폭을 일반대학원에 전가하는 식”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실제로 배상미 대학원총학생회장은 “등심위에서 학교 측이 학부 등록금 인하의 희생양으로 일반대학원을 선택했다는 정황의 말이 오갔다”고 밝혔다.

우리학교를 포함한 대부분 대학은 여론의 압박 때문에 대학원보다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는데 부담을 느낀다. 이에 많은 대학은 학부 등록금을 동결 혹은 소폭 인하하고 일반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했다. 또한 학교 측은 특수전문대학원 등록금은 동결하고 일반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한 것에 대해서는 작년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작년에는 특수전문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올해는 형평성 유지를 위해 일반대학원의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원 등록금은 국가장학금과 같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다. 일반대학원 등록금 인하 유인은 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학생 대표 측에서 맞대응한 등록금 7퍼센트 인하안, 실현 가능성의 근거는 적립금

학생 대표 측은 이에 맞대응해 등심위에서 ‘등록금 7% 인하’를 요구했다. 학생 측은 “재단과 학교의 적립금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재단과 관련한 문제는 재단에게 직접 얘기해야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적립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적립금은 사업이나 수익 확보 등 저마다의 용도가 있어 등록금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재단과 학교의 재정은 학우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적립금을 모두 쏟아 부어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3년 정도라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이 모든 논의가 보다 의미를 갖기 위해선 실제로 학교와 재단의 적립금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다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은?

재단 적립금만으로 충분한 등록금 인하를 할 수 없다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국가 예산 지원이다. 예를 들어 공립대학인 서울대학교의 경우 교직원도 공무원에 포함돼 국가에서 봉급을 지급한다. 그 밖의 국가 지원 금액 역시 3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국가 지원 금액이 8억뿐이다. 비록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원 액수가 현저히 차이난다. 이게 과연 전체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한다.

송기창 교수는 이를 고려해 각 대학의 경상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고등교육법에 법제화해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작년 대선에서 대학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난무했던 반값등록금 담론은 어느 순간부터 그 논의가 시들해졌다. 이 때문에 다시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등록금 인하를 이루는 방식에 있어서도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현실에 맞는지 다시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전에 재단과 학교 재정이 보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개돼 학우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최시영 기자(dpthtm090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