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만남 그리고 설욕, 태백산맥 정상에 오른 호랑이


27년만의 추계연맹전 우승, 라이벌 연세대 3-2로 꺾어
종료 직전의 명준재 극장골

                                                                                                                                                                         글 주현민 기자
                                                                                                                             (http://blog.naver.com/sportsku/220437313801)

31일 무더위 속에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추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와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가 조별예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숙명의 라이벌임을 입증하듯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고, 토너먼트 이전 조별예선에서 1-1로 가리지 못했던 승부의 승자는 고려대였다. 2001년 결승에서 연세대에게 패한 이후, 14년만의 통쾌한 설욕이었다.

결승전답게 우렁찬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오며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양 교는 동일한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전반 초반은 연세대의 기선 제압이었다. 전반 4분 연세대의 코너킥 상황에서 이세윤이 정확히 연결된 공을 헤더로 띄웠으나 골대를 아쉽게 벗어났다. 이후 연세대는 정확한 패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공격을 이어갔으나, 고려대는 이와 대조되게 패스미스 상황을 여러 번 연출했다. 스코어 0-0.

한승규(연세대15)와 유정완(연세대15)이 중원에서부터 골문 앞까지 올라오며 공격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특히 한승규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수비수 4명을 달고서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연세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연세대의 스피드가 한승규였다면, 고려대의 스피드는 명준재(체교13)였다. 명준재가 빠른 속도로 파고들며 오른쪽 코너에 있던 이은성(체교14)에게 패스하는 등 공격을 시도했으나,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스코어 0-0.

연세대는 계속해서 원톱 이세윤(연세대14)를 필두로 좌측을 파고들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전반 25분 중원에서부터 이어진 정확한 롱패스를 이세윤이 슛했으나, 임민혁이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볼 점유율이 높았던 연세대는 이에 힘입어 포백을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렸다. 고려대는 김수직(체교12)를 앞세워 연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반격을 꾀하고자 했으나, 부정확한 롱패스와 크로스로 무딘 공격에 그쳤다. 스코어 0-0.

역습의 시발점이 된 것은 명준재였다. 명준재의 돌파를 김민재(연세대13)가 마크하던 중 충돌이 발생했고 고려대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오른쪽 앞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전반 28분 이상민(체교14)이 낮게 머리 부근으로 찬 프리킥을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이준형(체교12)이 헤더로 연결했고, 공은 한 번 땅에 튕긴 뒤, 골키퍼를 피해 정확히 골대 오른쪽에 꽂혔다. 스코어 1-0.

분위기가 고려대로 넘어오는 골이 터지자 이후 연세대는 조급해진 모습이 역력했다. 한승규, 이세윤, 이근호 등이 주도하는 세트피스 공격 상황이 전반 종료 직전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비해 마무리가 무뎠다. 무뎌진 연세대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높은 신장을 앞세운 고려대의 수비벽은 충분히 탄탄했다. 추가시간 1분 연세대의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김수직이 몸을 던지며 유정완(연세대15)의 결정적 슛을 막아내며,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스코어 1-0.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고려대는 김건희(체교14)와 장성재(체교14)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해, 승기를 확실히 하고자 했다. 그러나 연세대도 이에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4분 연세대의 코너킥 상황에서 강상민(연세대13)이 아크 바깥에서 골문 앞을 살짝 빗나가는 아쉬운 슛을 날렸다. 후반 12분, 연세대 유정완이 반대편에 있는 이세윤에게 크로스하다 연결되지 못한 공을 강상민이 강력한 슛으로 골대 정면을 향하지만 임민혁(체교14)의 엄청난 선방으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스코어 1-0.

이처럼 연세대의 공격은 계속해서 몰아쳤지만 공이 번번이 고려대 골대를 넘기거나 골키퍼에게 막히며, 수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듯 했다. 반면 딱히 공격 기회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던 고려대는 허용준(체교12)을 투입했다. 하지만 오히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있듯, 연세대 강상민의 코너킥을 노마크 상태였던 최준기가 헤더로 후반 18분 득점에 성공시키며 고려대의 골문을 열었다. 스코어 1-1.

연세대는 이를 놓치지 않고 분위기를 끌고 가고자 했으나 후반 25분, 교체되어 들어온 허용준과 김건희가 일을 냈다. 왼쪽에서 돌파해 들어온 허용준이 정확한 타이밍에 문전 앞에 있던 김건희에게 크로스를 올려줬고, 김건희가 침착하게 낮게 깔아 찬 공은 연세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고려대의 날카로운 한방이었다. 스코어 2-1.

이 후 고려대는 수비수 이다원(체교15)을 교체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세대는 끝까지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며 추격 의지를 꺾지 않았다. 후반 44분, 연세대는 김민재(연세대15)와 최준기(연세대12)가 모두 올라오며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헤더로 떨궈진 공이 김민재의 몸에 맞으면서 들어갈 뻔 했지만, 임민혁이 또 다시 선방을 만들어냈다. 이후 고려대가 6초 룰을 어겨 심판의 간접프리킥이 선언되었고, 후반 막바지에 문전 앞 혼전상황에서 황기욱(연세대15) 황기욱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으나 정성현(연세대14)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스코어 2-2.

종료 직전 골이 터졌기에, 모두가 연장전을 예상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연세대 수비수들이 방심해 흐트러진 틈을 타, 후반 47분 김건희가 앞으로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은 명준재가 극적인 골을 성공시키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라이벌 간의 승부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스코어 3-2.

고려대는 이번 승리로, 추계연맹전 조별예선 무승부에 이어 연세대에게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곧 있을 정기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강력함을 보였다. 1988년 우승 이후 무려 27년 만에 가을 대학 축구의 승자로 군림하게 된 안암골 호랑이다.

  
<득점 요약>
고려대 3 28분 이준형 70분 김건희(도움 허용준) 92분 명준재
연세대 2 63분 최준기(도움 강상민) 91분 정성현

<선발>
GK 임민혁
DF 김수직 이준형 유동곤 유영재
MF 고병근 이상민 임승겸
FW 이은성 채정관 명준재

<교체>
46분 채정관 OUT 김건희 IN
46분 고병근 OUT 장성재 IN
60분 이은성 OUT 허용준 IN
71분 임승겸 OUT 박종원 IN
87분 유영재 OUT 이다원 IN


<승장 서동원(체교92) 감독 인터뷰>
Q.이번에 김건희 선수가 결승전 전에는 한 번도 득점에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중요한 결승전에 투입한 이유는?
A.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다녀와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인데 선수가 개인적으로 잘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Q. 결승전이 의도한 대로 흘러갔다고 생각하는지?
A. 연세대학교는 어려운 상대였다.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는데, 경기 결과야 나눠졌지만 연세대학교 선수들도 정말 잘했다.
Q. 결승 진출 직전까지 포메이션과 선발, 특히 수비 라인업이 굉장히 유동적이었던 이유는?
A. 이번에 스쿼드를 확충하면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것이 더운 여름철 대회의 특성상 잘 들어맞았다.
Q. 2001년 추계, 2012년 춘계에서 연세대학교를 만났었는데 또 만났다.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A. 연세대학교는 언제 만나도 부담스러운 상대이자 우리를 발전시켜주는 영원한 맞수다. 좋은 경기를 통해 서로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토너먼트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초반에 투입되지 않고 후반부터 투입되었다. 일부러 체력안배를 의도한 것인가?
A. 처음부터 전술을 후반전에 공격적 색채를 가미하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짰었다.
Q. 오늘 경기는 9월달 정기전을 대비한 모의고사다. 정기전을 위해서는 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A. 오늘 보았듯, 연세대학교는 잘 준비된 팀이다. 우리도 남은 기간 동안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부분을 점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다음 경기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수훈선수 명준재(체교13) 인터뷰>
Q. 우승 축하한다. 오늘 우승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노력한 만큼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Q. 막판에 동점골을 먹히며 모두가 연장전을 예측했을 만큼 아슬아슬했던 승부였다. 동점골을 먹혔을 때와 결승골을 기록했을 때의 소감을 각각 말해줄 수 있는지?
A. 동점골을 먹혔을 때 그래도 우리는 고려대니까 무조건 이긴다라고 생각했다. 결승골을 넣었을 때는, 아직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수비 집중을 잘하면 승리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Q. 오늘 날씨가 굉장히 더워서 경기 뛰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연세대랑 하니까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리 더워도 더 열심히 뛰었다.

<대회 최우수선수 김수직(체교12) 인터뷰>
Q. 경기 전에 선수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A. 우선 연세대학교와 경기를 하는 만큼, 정기전을 생각하며 긴장감을 느끼되 즐거운 마음으로 뛰자고 했다.
Q. 이번 대회 내내 항상 수비쪽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될거라고 예상을 했는지?
A. 예상은 전혀 못했다.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까 팀원들의 도움으로 최우수 선수 상까지 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Q. 9월달에는 U리그가 다시 개막하고, 19일에는 정기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까지, 개인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이고 팀에서는 어떤 준비를 할 지 알려달라.
A. 우선 우승한 기분은 여기서 충분히 느낀 뒤 휴식기를 가질 것이다. 휴식기를 가지고 와서, 최대한 체력을 만들어 U리그와 정기전 둘 다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9:37:54: